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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저지로 두산제품 화형식이 무산되자, 피켓 등 시위용품을 불태우며 마무리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의 저지로 두산제품 화형식이 무산되자, 피켓 등 시위용품을 불태우며 마무리 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단체 깃발을 뺏으려는 경찰과 깃발을 지키려는 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단체 깃발을 뺏으려는 경찰과 깃발을 지키려는 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6일 저녁 두산타워앞 청계고가도로밑에서 화형식 진압작전을 벌이던 경찰의 방패에 코부위를 공격당한 중앙일보 박종근 기자가 피를 흘리고 있다.(위 사진) 박종근 기자와 동료 사진기자들이 경찰에 항의하자 다시 방패로 공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종근 기자의 카메라가 심하게 파손되었다.(아래 사진)
16일 저녁 두산타워앞 청계고가도로밑에서 화형식 진압작전을 벌이던 경찰의 방패에 코부위를 공격당한 중앙일보 박종근 기자가 피를 흘리고 있다.(위 사진) 박종근 기자와 동료 사진기자들이 경찰에 항의하자 다시 방패로 공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종근 기자의 카메라가 심하게 파손되었다.(아래 사진) ⓒ 시민의신문 이정민
2003년 새해 첫 대규모 군중집회는 결국 유혈사태로 끝났다.

16일 오후 5시13분 서울 두산그룹 본사 앞에서 '분신' 규탄집회를 마치고 가두행진에 들어간 집회 참가자들은 약 15분 뒤 프레야타운 옆 청계고가도로 아래에서 '두산 제품 화형식'을 벌이려다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화형식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기자들을 가리지 않고 폭력을 휘둘러 여러명의 부상자를 냈다.

특히 이 과정을 취재하던 중앙일보 사진기자인 박종근(33)씨는 경찰이 내리친 방패에 맞아 얼굴 전체가 피로 범벅이 돼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박씨의 촬영도구 역시 모두 부서졌다.

이 장면을 목격한 약 10여명의 현장 기자들은 경찰 고위 관계자에게 박씨의 부상에 대해 항의했지만, 경찰은 이들마저 방패로 밀어내는 등 자제심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대한매일 사진부 한준규(34)기자는 왼쪽 손가락이 골절돼 이대 부속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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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충돌의 시발점이 된 '두산제품 화형식'은 가두행진 과정 중에 벌어졌다. 20여개의 만장과 검정색 천으로 둘러싸인 관을 메고 시위대를 이끌던 민노총 지도부는 시위대 본대가 청계고가도로에 이르자 '화형식' 준비에 들어갔다.

민노총 "경찰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 촉구

민노총은 16일 두산 본사 앞에서 열린 두산재벌 규탄대회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해 경찰 현장 책임자 문책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민노총은 성명에서 "이날 집회와 행진은 혹독한 노동탄압에 항거해 분신 자살한 두산중공업 고 배달호 노조원을 추모하는 엄숙하고 숙연한 분위기에서 평화롭게 진행됐으며, 경찰이 폭력진압을 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새해 첫 도심집회를 폭력으로 진압한 경찰의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특히 "경찰의 행동은 이날 이미 신고된 평화로운 합법집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노동자들을 방패로 찍으며 집회 물품을 빼앗고, 이를 취재하던 사진기자들까지 집단 폭행했다"면서 "경찰은 이날 폭력진압의 진상을 정확히 공개하고 현장 지휘 책임자를 문책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 공희정 기자
시위대는 검은색 천으로 둘러싼 관은 물론 두산제품을 상징하는 소주병과 KFC 햄버거 등을 두산그룹 건물 앞에서 끌어내린 그룹 깃발 등과 함께 태우려했다.

하지만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이들 물건을 태우기 바로 직전, 대열을 침탈해 관과 깃발 등을 회수하려 했고, 이를 저지하려던 시위대는 물리적인 충돌을 피할수 없었다.

한편, 이날 가두행진에는 '천민자본 두산재벌 해체', '노조탄압 주범 박용성 처벌' 등 20여개의 만장이 등장했으며, 참가자들은 가두 행진에 들어가기 앞서 두산타워를 향해 계란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특히 이날 만장에 사용된 대나무는 경찰과의 대치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보호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청계고가도로 밑에서 경찰과 대치하면서 마무리 집회를 이어갔고 오후 6시쯤 모든 순서를 마치고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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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두산중공업에서 노조 간부 분신자살


<3신:16일 오후 5시30분>
"재벌은 개혁 대상이 아니라 해체 대상이다"
고 배달호씨 추모 집회 4000여명 참석


두건을 쓴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두건을 쓴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눈물을 닦고 있는 노동자.
눈물을 닦고 있는 노동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동지가'를 시작으로 오후 3시35분경 시작된 추모집회는 지방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이 결합하면서 약 4000여명으로 참가자들이 늘어났다.

머리띠와 두건을 쓴 이들은 먼저 고 배달호씨를 위한 묵념을 했다. 묵념 시간 동안에는 "출근해도 재미가 없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배씨의 유서가 낭독됐으며, 몇몇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날 처음으로 추모사에 나선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30여 년전 여기서 몇 걸음 되지 않는 곳에서 스물 두 살의 청년이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며 고 전태일 열사를 상기시키는 연설을 이어나갔다.

"그는 근로기준법을 가슴에 안고 '노동자도 사람이다'를 외치며 죽어갔다. 하지만 32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탄압으로 인해 한 노동자가 죽음을 맞이했다. 보수 정치권과 있는 자들에게는 세상이 변했겠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인수위가 재벌개혁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은 탄압 받고 있다. 재벌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해체의 대상이다."

권 대표의 발언 뒤에는 유덕상 민주노총 직무대행 등이 무대에 올라 추모사를 계속 이어나갔다. 이 자리에는 또 배씨를 위한 추모시도 낭독됐다.

오후 5시 현재, 추모집회는 마무리 돼 가고 있으며, 참가자들은 가두 행진을 준비중이다. 한편, 경찰은 여경을 전면에 내세워 최대한 평화시위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지난 1월 9일 분신·사망한 고 배달호씨 유서 전문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 해고자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두산이 해도 너무 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악랄한 정책으로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 사원의 고용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 두산이 사택매각 식당 하도급화 노동조합과 합의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얼마 전 징계자들이 출근정지가 끝나고 현장에 복귀하였지만 무슨 재미로 생산에 열심히 하겠는가. 이제 이틀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 없을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

나는 매일 같이 고민을 해본다. 두산의 노동조합 말살정책 분명히 드러나 있다. 얼마전 구속자 선고재판 어처구니없이 실형 2년이라니. 두산은 사법부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 자의 법이 아닌가.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 내가 먼저 평온한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것이다. 동지들이여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해주기 바란다.

불쌍한 해고자들 꼭 복직 바란다. 나도 항상 우리 민주광장에서 지켜볼 것이다. 내가 없더라도 우리 가족 보살펴주기 바란다. 미안합니다. 배달호

<2신:16일 오후 4시>

고 배달호씨 분신사망 사건 8일째, 서울·창원 대규모 동시 집회


지난 9일 회사측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한 고 배달호씨의 죽음에 항의하는 집회가 16일 오후 3시30분부터 서울 동대문구 두산타워 인근 두산그룹 본관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3시30분 현재, 두산그룹 본관 앞에는 배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노동자 500여명이 모여 분향소를 마련했다. 두산타워 맞은편 무대 위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배씨의 얼굴이 담긴 가로 3m 정도의 대형 걸개그림이 올라가 있고, 앞에 놓인 향로에는 두 줄기의 향이 타고 있어 엄숙한 분위기다.

무대 양쪽으로는 '손배 가압류 해제', '노조탄압 중단' 등 플래카드가 길게 내려와 있고,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열사정신 계승'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특히 일부는 장례식때 쓰는 '두건'를 쓰고 집회에 참석해 눈길을 끈다.

민주노총 등 전국 40여개 단체가 참가하고 있는 '두산재벌 노조탄압 규탄·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지 분신사망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애초 이날 오후 3시부터 5000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지방에서 올라오는 노동자들이 늦어 약 30분 늦게 집회를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약 1시간 가량 두산그룹 본관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시내로 진출해 배씨의 분신에 항의하는 가두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감정이 격앙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해 격렬한 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한편, 오후 3시30분 현재 서울 두산그룹 본사 앞 뿐 아니라 경남 창원에서도 같은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16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앞에서 한 금속노조원이 분신사망한 고 배달호씨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16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앞에서 한 금속노조원이 분신사망한 고 배달호씨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1신:16일 낮 2시 10분>

"분신자살 내몬 두산 박용성 퇴진하라"
민주노총, 5천명 서울도심 대규모 집회


"노동자 분신자살 내몬 두산재벌 박용성 회장 퇴진하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16일 오후 3시부터 두산그룹 동대문 본사 앞에서 '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지 추모·살인 두산재벌 규탄대회'를 연다.

이날 민주노총은 ▲박용성 회장 대한상의 회장직 퇴진 ▲손해배상 가압류 78억·해고 등 노동탄압 원상회복 ▲두산재벌의 한국중공업 인수 특혜 의혹 규명 특검제 도입 등을 촉구하며 동대문 두산타워 앞에서 집회를 연 후 종로5가까지 거리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따라서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측과 물리적인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규탄대회는 서울뿐 아니라 창원에서도 동시에 열린다. 특히 전국금속노조를 비롯한 금속연맹 경남본부 등 180여개 사업장에서는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 등 분신대책위는 "이번 사건이 수십 억 손배 가압류와 징계 해고 고소고발 등 박용성 회장이 진두지휘한 두산재벌의 혹독한 노동탄압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규정하고 "박용성 회장은 즉각 대한상의 회장직을 내놓고 노사현안을 해결해 '수신제가'를 먼저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16일에 이어 18일과 25일 각각 창원과 서울에서 대규모 도심집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www.antidoosan.or.kr)을 개설해 두산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 박용성 회장이 가지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국제유도협회 회장, 세계상업협회 부회장 등 국제기구 직함 박탈을 위한 국제연대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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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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