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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양배추를 넣으니 달짝 지근합니다
양배추를 넣으니 달짝 지근합니다 ⓒ 김규환
지난 5일 "홍어탕 그 독특한 맛에 흠뻑 빠졌다"는 본 기자의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해 독자들 호응이 대단했다. 대통령 선거 때문에 온 세상의 관심이 정치에 쏠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는이야기 섹션에 올라온 기사 조회수가 2만회 가까이 되었다. 댓글도 이 기사에 100개 가량 올라왔다.

댓글의 주요 내용은 홍어의 해부학적 분석, 홍어좆이 2개라는 주장과 홍탁과 홍탁 삼합에 대한 예찬, 홍어 요리법, 홍어 잘 하는 집 소개, 홍어에 얽힌 이야기와 홍어잡이배를 탓던 경험과 홍어 요리 체험담, '홍좋사모' 발족식 전야제 치른 이야기로 오마이뉴스가 온통 홍어로 절은 것 같았다.

해외에서도 홍어를 먹고 싶다는 분이 고향맛을 그리워했고 10분 가량이 본 기자의 메일을 두드렸다. 이런 성화에 홍좋사모 발족식을 공고하여 9분이 모여 거나한 술자리를 가졌다.

젓가락이 모여들었습니다.
젓가락이 모여들었습니다. ⓒ 김규환
이날 가진 발족식 개최장소는 서울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 가구 골목 내에 위치한 허름한 홍어찜 전문점이었다. 마침 이 기사를 한겨레에도 투고했던 바 백종호 편집장의 소개로 일단 믿고 찾아가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톡 쏘는 맛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런 자리였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홍좋사모 발족식을 서울 중구 신당동으로부터 현장 사진 중계 해 드리겠습니다.

전날 모의 발족식을 거행한 영등포의 강 선생 등 5명은 일정상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발족식이 열리기 3시 간 쯤 전에 어느 아리따운 목소리의 주인공이 기자에게 전화를 해 왔습니다.

김희임 할머니는 막걸리도 잘 담그더라구요.
김희임 할머니는 막걸리도 잘 담그더라구요. ⓒ 김규환
"홍어 먹어보지 않았는데, 먹을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걱정하지 말고 오세요. 정 못 드시겠다면 다른 것 시켜드리죠."

"근데요, 제 생각에 홍어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김새가 우락부락하고 징그럽지 않을까 모르겠어요. 그점이 조금 망설여지는 이유입니다."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기사 댓글에도 나와 있듯이 저는 노무현보다 잘 생겼다니까요. 무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 알았어요. 약속시간에 뵙죠"

이래서 홍어 먹는날 홍일점도 끼게 되었답니다.

처음 가보는 장소라 기자는 먼저 두 분을 모시고 승용차를 근처 한적한 도로에 무단 주차하고 한 시간 쯤 전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방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 딱 8명 정도 되고 작은 테이블이 4개 있는 조그맣고 허름한 곳이었습니다. 근처를 찾아 헤매다가 "옛날 홍어집…"이라고 하자 누구든 "아 거기요? 여기 모퉁이로 들어가 보세요" 해서 쉽게 찾았습니다.

먼저 온 세 사람이 먼저 맛을 보기로 했죠. 공교롭게도 이날 따라 홍어회는 "일본 수출과 인천지역 대사집으로 모두 나가 맛 볼 수 없다" 했습니다. 하는 수 없어 홍어찜을 시켰습니다. 세 사람이 알고 있는 홍어찜은 홍어를 건조하여 김에 살짝 찜을 해 내놓는 게 고작인데 이 집에서 내 놓은 것은 때깔 부터가 달랐습니다.

홍좋사모 영원한 발전을 위하여 건배!
홍좋사모 영원한 발전을 위하여 건배! ⓒ 김규환
널찍한 찜통에 홍어를 깔고 직접 재배한 태양초 고추를 절구통에 넣고 손으로 직접 푹푹 찧은 고춧가루 절반에 방앗간에서 찧은 것 조금 섞은 고춧가루와 이 집만의 양념을 조금 끼 얹고 양배추를 듬뿍 넣어 오니 색깔로 먼저 사람 이목을 사로잡더군요.

올해 77세로 여수가 고향이신 김희임 할머니가 아들 내외와 30년 째 같이 운영하고 있는 이곳이 간판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맛은 끝내 줍니다. 칠레산 이어도 익히기 나름 아닌가요?

7시가 다 되어 갑니다. 전화가 이곳저곳에서 걸려 오는데 한 20여 분 동안은 식구들 찾으러 가느라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막걸리를 몇 잔 하였던 터라 알싸한 기분에 나가보니 보면 볼수록 이 동네는 허름하고 음침합니다. 공원 공중화장실까지 오시라고 해 놓고선 잠시 기다리면 잘 찾아 왔습니다.

부동산을 하는 50이 넘는 아저씨는 홍어를 특별히 좋아 하지는 않지만 이 분위기를 한 번 느끼고 싶어 나오셨다는 군요. 개혁당에서 일하고 계신 경기도의 모 대학 법학 전공 교수님도 은평에서 오셨습니다. 부천에서는 만화를 업으로 삼고 계시는 두 분이 오셨구요. 현장 정치가 한 분도 오셔서 제 법 무게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8번 째로 방oo선생이라고 소개한 여선생님은 20대로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오시자 마자 인사들을 나누고 한 번 드셔보시고는 처음 먹은 사람치고 전혀 게의치 않고 잘 드시더군요. 기사에서 워낙 심하게 이야기를 해 둬서 미리 각오를 하고 온 때문이랍니다. 그 뒤로 우리는 선생님은 "홍어아가씨"라 불렀습니다.

조금 붉은 쪽이 삭힌 것이고 하얀 살은 전혀 안 삭힌 곳입니다.
조금 붉은 쪽이 삭힌 것이고 하얀 살은 전혀 안 삭힌 곳입니다. ⓒ 김규환
연신 반 되 짜리 막걸리 주전자가 들어오고 따라 마시고 잔을 부딪혔습니다. 철이 철인지라 정 치 얘기를 하며 홍어를 먹으니 더 맛있다고들 했습니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딱 한가지라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회원이 늘고 회비가 걷혀 적립되면 흑산도로 홍어 먹으러 버스 하나 대절해 떠나자고 했습니다. 만장일치였지요.

앙탈을 부려 할머니께 조금 덜 삭힌 것이라도 홍어회와 홍어탕을 달라고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분위기에 취하고 홍어맛에 빠지고 막걸리 맛에 취해 다들 건들거렸답니다.

4시간 가까이 1차를 하고 2차로 대로변에 나와 호프를 세잔 씩 마시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는데 부천에서 오신 두 분은 3차 까지 갔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본 기자가 디지털 카메라가 없어 가져오시라 했는데 김용철님이 가져와서 좋은 사진 찍어 주셨고, 술 깨고 나서 나중에 자신은 왜 안 나왔냐고 떼를 쓰시네요.

단기 4334년 12월 6일(금) 오후 7시에 벌어진 홍좋사모 모임은 이렇게 즐겁게 시작하여 여운을 남기고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이날을 못잊어 다음에 카페를 하나 마련했습니다. 주소는 http://cafe.daum.net/hongaclub입니다.

홍어탕에 거품이 많이나야 제맛이지!
홍어탕에 거품이 많이나야 제맛이지! ⓒ 김규환
2차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차 세워둔 곳을 가봤습니다. 잘 있는 가 확인하고 다음날 아침에 찾으러 올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차가 없어졌습니다. 딱지가 붙어 있는데 밤 11시 52분에 견인해 갔다고 적혀 있더군요. 택시비도 떨어져 아내에게 차비 좀 가지고 밖에 나와 기다리라고 하고는 집으로 와 잠을 청했습니다. 이런 일로 또 폐를 끼치게 되다니요. 다음날 일어나 차 찾느라고 5만 6천원을 지불했습니다.

김희임 할머니는 마복임 할머니와 닮았다. 신당동에 살아서 그런가? 며느리도 몰라.
김희임 할머니는 마복임 할머니와 닮았다. 신당동에 살아서 그런가? 며느리도 몰라.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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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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