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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서 경제전문가(economist)와 투자전략가(strategist)로 불려지는 나는 최소한 10월까지는 우리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내가 비관론으로 돌아서면 주식을 사겠다고 말할 정도로(모두가 비관할 때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나는 주식시장에서 소수의 낙관론자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주식시장을 좋게 내다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미국이 언제 이라크를 공격할지 알 수 없으며, 만약 공격한다면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국제사회의 여론은 미국의 즉각적인 군사행동보다는 유엔을 통한 해결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의 국제사회의 여론을 요약해본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년이 거의 다 돼가고 있다. 이 테러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일지라도 나머지 세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9·11 테러는 '우리'(We)와 '그들'(They)을 나눴다. 테러로 잔인하게 부서졌던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의 건물은 자본주의 상징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서구 자본주의 사회였다. 반면에 그들은 알카에다로 알려진 테러 조직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와 그들의 의미가 많이 변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여기에 동조하는 국가를 '우리'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 등을 포함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이제 우리가 분명하지 않다. 유럽의 일부 사회주의자들은 "우리는 미국이다"라고 보고 있다. '그들'의 의미도 알카에다에서 이들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아랍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견해 차이가 이를 보여준다.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이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미국이 하루라도 빨리 이라크를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의 견해는 미국과 다르다. 독일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도 이라크 문제를 우선 유엔에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을 지지했던 영국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유엔결의를 요청하고, 영국의 한 관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우둔하고 비생산적'일 것이라고까지 혹평하고 있다.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은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보다는 제3세계의 부채 해소나 자유무역에 따른 불공정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소수 견해이지만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지원 세력이 훨씬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들이 미국의 보호 아래서 꿈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비판한다.

다른 세계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에 우선 이라크가 알카에다 조직과 구체적으로 관련되었고 이라크가 핵무기 등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체니 부통령이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행동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한 것처럼 미국이 조만간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여론이 부정적인 것만큼 미국이 빠른 시일 안에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무기사찰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한 이후 이라크를 공격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장쩌민 주석이 10월에 미국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공격을 미루는 한 요인이 될 것이다. 러시아는 앞으로 5년 동안 에너지, 운송, 농업 분야에서 400억 달러에 이르는 이라크와의 교역을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장관 이바노프는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이 걸프 지역과 중동에 불안을 초래할 것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조기에 축출하고 이라크의 증산을 유도하면 곧바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전쟁이 그렇게 쉽게 끝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이라크는 이스라엘을 화학무기로 공격하고 이스라엘은 핵무기에 가까운 무기로 보복할 것이라는 암울한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경제는 지난 10여년 동안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소비가 위축되면서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유가가 오르면 가계의 소비 지출은 더욱 위축 것이며, 최근 회복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기업이익도 비용상승으로 다시 줄어들 것이다. 이 경우 경기 침체와 더불어 금융시장도 크게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부시 대통령은 "나는 참을성 있는 사람이다"(I am a patient man)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90년 걸프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로 재선에 실패했다. 부시 현 대통령이 이를 기억하고 있다면 좀더 인내하면서 대응할 것이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라크 공격이 국제사회에 혼란(chaos)을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권유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 이 부분은 주로 다음 자료를 참조한 것이다.
Michael Ignatieff, "The divided west", Financial Times, Aug.31/Sep.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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