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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암(하)휴게소 성희롱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움직임 활발
죽암(하)휴게소 성희롱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움직임 활발 ⓒ 정세연
성희롱 피해여성이 오히려 구속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7월, 죽암(하)휴게소 노동조합은 여성조합원들을 상습 성희롱한 박아무개(37)씨를 고발했다. 그리고 올해 6월 28일, 김아무개(51) 조합원은 자신을 성희롱한 박씨를 '모욕·협박·명예훼손' 했다 하여 구속되었다.

2001년 6월, 파업기간 중 공공연맹 심재옥 여성국장은 직장 내 성희롱의 심각성을 인식, 조합원들에게 성희롱 교육을 실시했다. 조리실장 박씨로부터 수차례 성희롱을 받아온 여성조합원은 더 이상 성희롱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판단, 박씨를 비롯한 3명의 남직원을 노동부에 고발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성희롱 가해자 중 1명은 죽암휴게소를 그만 두었으며, 1명은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씨는 성희롱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노조측은 박씨가 업무중 수치심을 유발하는 야한 농담은 물론, 젖꼭지를 꼬집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희롱을 일삼아 왔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자체조사 결과 "평소의 농담을 노사분규 시점에서 제기한 것은 부적절하므로 혐의 없음"이라고 판단했고, 노동사무소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증거가 불충분하다" 하여 역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죽암휴게소 노조는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박씨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고, 회사측은 박씨를 같은 계열사인 덕유산휴게소로 전직발령을 냈다. 하지만 사태를 마무리하는 데 급급해 정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박씨의 전직발령을 낸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었다.

박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인사구제신청을 했으며, 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인사'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박씨는 2002년 5월 죽암휴게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불안과 분노로 떨며 정신치료까지 받아야 했던 피해여성들. 하지만 회사측은 성희롱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재조사에 응하겠다'며 방관했다.

죽암휴게소에 복직한 그 날부터 박씨는 김씨가 자신에게 하는 말을 기록·녹음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 6월 박씨는 '주방에서 환경(화장실)으로 쫓아낸 것'에 대해 김씨가 자신에게 욕과 협박을 했다며 '모욕·협박·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성희롱 사건이 회사, 노동부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방치됨으로서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은 물론 2차, 3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 반면 가해자 박씨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나를 조합원들이 평소 못마땅해했다"며 "성희롱 사건은 조합이 조작한 것이고 나는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또 "김씨 고소 건은 성희롱 사건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씨는 합의 조건으로 "성희롱 사건은 없었던 일로 하고 정신적·물질적 피해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씨의 주장대로 자신이 명백한 '무죄'라면 합의조건으로 왜 성희롱 사건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이며, '무고죄'가 아닌 '모욕·협박죄'로 김씨를 고소한 것인지 의문을 낳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죽암휴게소 노동조합, 민주노총, 공공연맹, 충북민우회, 대전여민회 등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김 조합원의 진실을 밝히고 성희롱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나서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공동대책위원회의 노동사무소 재조사 약속과 함께 노동부의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가 받아들여져 현재 조사가 착수된 상태이다. 대전지방 노동청장은 "과거의 처리결과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신속하고 숨김없이 처리할 것"을 약속했다.

죽암(하)휴게소 성희롱 사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성희롱 이중피해 여성 즉각 석방과 죽암휴게소 성희롱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오늘(11) 오전 11시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죽암(하)휴게소 성희롱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대위는 이번 사건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축소한 노동부와 노동사무소, 그리고 죽암(하)휴게소(계룡산업 계열사)측에 대해 "구속된 김씨는 시아버지와 사고로 노동력을 상실한 남편을 대신해 두 자녀의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다"며 "피해자 김씨의 인권을 보호하고 직장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죽암(하)휴게소 노조위원장은 "성희롱 문제는 피해자 입장에서 조사되고 규명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사무소는 가해자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며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밝힐 것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또다른 피해여성 이모씨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만 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나타냈다. "박씨가 잘못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직장을 옮겨가게 되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이제는 이 일이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며 수감되어 있는 김씨 걱정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2일에는 김씨가 수감되어 있는 청주미평여자교도소 앞에서 항의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 정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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