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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가 가장 즐겨 듣는 국내 아티스트의 앨범으로는 에프톤 사운드의 [Earth Power], 롤러코스터의 [Absolute], 그리고 여기에 소개하는 프랙탈(Fractal본명: 김제형)의 데뷔 앨범 [Un Hombre Solo]O]다.

앞서 언급한 두 장의 앨범에 대해서는 이미 해당 뮤지션에 대한 배경 지식이 깔려 있는 터라 익숙할 수 있지만 테크노 매니아가 아닌 다음에야 프랙탈에 대한 인지도는 지극히 미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98년, 클럽 마스터플랜에서 데뷔무대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프랙탈은 꾸준히 테크노씬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델리스파이스, 이현우, 영화 '질주'의 O.S.T, 다수의 테크노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며 특히 앰비언트에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이번 데뷔앨범을 준비하면서 멜로딕을 강조한 대중적 사운드로 변신을 시도하였다.

앨범의 포장을 뜯기 전 겉면에는 자미로콰이의 음악과 비교한 홍보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과연 어떤 내용물이 담겨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들 법도 하겠다.

의도적인 잡음을 섞어가며 몽롱한 분위기를 내는 인트로 'Muy Bien'을 지나 첫 번째 싱글로 예상되는 'Let me take you there'를 들어보자. 영국에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장르인 2step garage 풍의 곡으로 80년대와 최근의 사운드가 혼합된 듯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이어지는 'Adios'는 프랙탈 본인이 부른 오리지널 버전과 해체된 여성듀엣 허쉬의 멤버였던 김일진이 부른 Femme Fatale mix 버전으로 나뉘어 있는데 오리지널 버전은 라틴 리듬이 두드러졌으며 Femme Fatale mix 버전은 원곡보다 훨씬 다이내믹해지고 강렬해진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 'Adios'의 Femme Fatale mix 버전은 본작에서 대중적으로도 가장 호응을 받을 만한 곡으로 꼽고 싶다.

수록곡 가운데 특히 관심을 갖고 들을 만한 트랙으로는 80년대풍의 전자 사운드에 힙합 리듬을 앞세운 '미소녀'를 들 수 있다. 베이스톤을 강조한 보컬과 중간 간주에 '난 알아요' '현진영 고, 진영 고' '새' 등 국내의 대표적 댄스곡을 삽입해 듣는 이들에게 더욱 호기심을 자극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복고적 분위기는 'Shine' 'Gigolo feat. No.9'에서도 느낄 수 있다. 앨범의 후반부에 자리잡고 있는 트랜스풍의 'Forget-me-not'(feat 이한철)이나 마치 케미컬 브라더스를 연상시키는 'Warning shot'은 80년대 분위기가 물씬한 앨범의 전반부에 비해 훨씬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는 트랙이다.

앞서 자미로콰이와 비교한 본작의 홍보문구를 언급했지만 사실 본작에서 자미로콰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오히려 디페시 모드, 케미컬 브라더스, BT 등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를 먼저 생각해야 할 정도로 본작은 파퓰러한 감각과 실험적인 전자 사운드가 공존하는 일렉트로니카 앨범이라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었을까? 본작은 여러 아티스트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으면서도 정작 프랙탈 자신만의 확실한 정체성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약간은 테크노와 대중가요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프랙탈의 이번 앨범을 결코 범작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은 향후 국내 일렉트로니카씬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만한 상당히 대중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데에 있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뮤지션 프랙탈의 앞으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Un Hombre Solo]에 좀더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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