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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의 신보가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필자로서는 반가움보다는 ‘과연 이들이 전성기 때만큼의 신선함을 줄 수 있을까’라는 다소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 Oasis [Heaten Chemistry]
ⓒ 김기영
2년전, 다소 궤도를 이탈하며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도입했던 실험작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 에서 그리 호평을 받지 못했던 터라 이들의 신보를 직접 구입하기 전의 예상은 예전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앨범 시절로의 회귀가 될지, 아니면 전작의 스타일을 이어갈 지였는데 결론은 전자의 경우였다.

락큰롤 밴드로의 정착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참 무난한 구성이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형적인 비틀즈 풍이 묻어나는 곡 구성에 전성기 시절 느낄 수 있었던 멜로디 감각으로의 전환은 분명 기존 오아시스 팬들에게 반가운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작은 오아시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있어 향후 이들의 음악을 정의하는데 기준점을 제시할 중요한 작품이라 규정할 수 있다.

앨범의 첫 싱글로 뽑힌 ‘The hindutimes’나 ‘Force of nature’ ‘Stop crying your heart out’을 들어보자. 오아시스의 데뷔 시절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락큰롤 리듬에 사이키델릭을 가미,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오아시스표 락큰롤’의 강화라는 안정적 선택을 하였음을 볼 수 있다.

또한 본작은 그간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의 독점 체제로 운영되던 밴드의 틀에서 미약하게나마 탈피, 다른 멤버들의 곡 참여가 이루어진 작품으로 밴드의 음악적 다양성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라이드(Ride)출신의 베이시스트 엔디 벨(Andy Bell)이 작곡한 연주곡 ‘A quick peep’이나 기타리스트 젬 아처(Gem Archer)가 쓴 ‘Hung in a bad place’는 기존 오아시스의 음악적 틀을 깨지 않는 가운데 자신들만의 독창성을 발휘하고 있다.

본작에서 특히 주목해 들어야 할 곡은 리엄(Liam)이 직접 쓴 ‘Born on different cloud’이다. 이 곡은 보컬을 전담하는 리엄이 본작에서 곡 작업에 직접 참여한 곡 중의 하나로 사이키델릭에 기반한 멜로디에 스미스(The Smiths) 출신의 기타리스트 자니 마(Johnny Marr)의 세션 참여를 통해 강화된 기타 사운드가 기존 오아시스의 발라드 넘버와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오아시스표 락’의 틀 완성

ⓒ 김기영
전작의 실패를 거울 삼아 만든 본작 [Heaten Chemistry]는 이처럼 오아시스의 음악적 색깔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본작에서의 복고적인 음악적 틀은 결국 오아시스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변화를 하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변화를 거부한 채 안정적인 틀을 유지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더 이상 라이벌 관계라고 말하기도 어색하지만 미국 얼터너티브 사운드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여준 블러(Blur)의 음악적 흐름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과연 이들, 오아시스와 블러의 음악적 종착점은 어떻게 결말날지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아시스의 신보와 더불어 ‘브릿팝은 여전히 존재하는가?’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브릿팝 밴드로 일컬어지는 밴드들도 하나 둘씩, 브릿팝과 관련한 자신들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마당에 오아시스를 브릿팝 밴드로 가둘 필요가 있을까? 오아시스는 어디까지나 전통적 락큰롤을 추구하는 락밴드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쨌든 오아시스는 이번 앨범에서 60년대 풍의 전통적인 락큰롤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객관적인 평가야 좀더 시간이 흐른 다음에 정확히 내릴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이들은 자신들의 ‘오아시스표 락’의 틀을 본작을 통해 완성했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면에 있어서 본작은 상당히 의미를 둘만한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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