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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가 폐지되는 등 장애인 탈시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탈시설이 장애인의 권리로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공연히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하는 등, 비용 문제를 이유로 시설 수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장애인의 권리를 숫자나 비용으로만 보는 잘못된 접근입니다. 탈시설은 보호가 아닌 존엄과 권리의 문제로 다뤄져야 합니다.탈시설을 둘러싸고, 특정탈시설반대세력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이에 탈시설의 볼륨을 더욱 높이고자 본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기자말]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은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참여를 권리로
규정하며,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협약 제19조는 특히 장애인들이 거주지와 생활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강조하며, 시설에 의존하는 대신 지역사회에서 자립 생활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한국은 여전히 많은 장애인이 대규모 시설에 의존하고 있어 탈시설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반면,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탈시설을 완성하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원 체계를 마련한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이 글에서는 두 나라의 주거 서비스, 장애연금, 그리고 활동 지원 서비스를 비교하여, 한국이 향후 나아가야 할 탈시설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노르웨이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공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지난 8월 17일 노르웨이 오슬로,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를 거쳐 8월 31일 입국의 일정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의 장애인 권리 침해를 국제사회에 고발하고,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을 구성해 대한민국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CRPD)과 자유권 규약을 위반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총 40여명의 장애/비장애로 구성된 특사단을 출정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공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지난 8월 17일 노르웨이 오슬로,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를 거쳐 8월 31일 입국의 일정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의 장애인 권리 침해를 국제사회에 고발하고,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을 구성해 대한민국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CRPD)과 자유권 규약을 위반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총 40여명의 장애/비장애로 구성된 특사단을 출정했다. ⓒ 비마이너 김소영 기자
 전장연 2024 파리특사단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노르웨이발달장애인협회 NFU와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전장연 2024 파리특사단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노르웨이발달장애인협회 NFU와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 비마이너 김소영 기자

자립의 기초가 되는 주거 서비스 비교
공동 주거 vs. 그룹홈 모델

노르웨이는 장애인들에게 독립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하면서도 이웃에 돌봄 제공자가 상주하는 형태의 주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1988년에 제정된 '시설해체법(Avviklingsloven)'을 통해 노르웨이는 대규모 시설을 폐쇄하고,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들을 지역사회 기반의 주거로 전환했다.

이 법에 따라 장애인들은 최소 50m² 이상의 독립된 생활 공간을 제공받으며, 이는 자립 생활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노르웨이의 주거 정책은 '공동 거주(Bofellesskap)' 개념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장애인과 돌봄 제공자가 한 건물이나 아파트 내에서 각각 독립적인 생활 공간을 가지면서 필요할 때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각 거주자는 독립적으로 생활하지만, 돌봄 제공자가 가까운 곳에 상주하며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스웨덴은 소규모 그룹홈 중심의 주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1999년 '특수병원 및 시설 폐쇄법(Lag om avveckling avspecialsjukhus och vårdhem)'을 통해 모든 장애인 시설을 공식적으로 폐쇄했고, 그 이후로 장애인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보다 자율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중증장애인들은 4~6명의 장애인들과 함께 아파트 한 채를 공유하며, 돌봄 제공자가 상주하는 그룹홈(Gruppboende)에서 생활한다.

반면, 경증 장애인들은 독립된 개인 주거 공간을 가지면서, 공동식당, 거실, 세탁실, 프로그램실 등의 공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주택(Servicebostäder)에서 거주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장애인들이 사회적 고립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룹홈의 규모만 작을 뿐, 실질적으로는 대규모 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특히 장애인 개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자립을 보장하는 장애 연금
실질적 소득 보장 vs. 일부 수입 보전

 전장연 2024 파리특사단은 STATPED(Statlig spesialpedagogisk tjeneste)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STATPED는 장애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르웨이 전역에 걸쳐 운영되는 기관이다.
전장연 2024 파리특사단은 STATPED(Statlig spesialpedagogisk tjeneste)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STATPED는 장애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르웨이 전역에 걸쳐 운영되는 기관이다. ⓒ 비마이너 김소영 기자

노르웨이는 장애인에게 연간 최대 4500만 원에 달하는 장애연금을 지급하며, 이는 장애인이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중요한 경제적 기반이 된다. 이 연금제도는 기본적인 생활비뿐만 아니라 의료비와 주거비를 포함한 다양한 비용을 지원하여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 이를 통해 노르웨이의 장애인들은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사회적 지원 없이도 자립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스웨덴의 장애연금은 상대적으로 낮아 최대 연간 480만 원까지 제공된다. 하지만 스웨덴은 장애인들이 필요할 경우, 주택 보조금과 같은 다양한 사회 보장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추가적인 지원은 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넘어서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립생활의 핵심으로서 활동 지원 서비스
이용자 통제 vs. 정부 통제

 전장연 2024 파리특사단은 ULOBA와 만나 장애인 자립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ULOBA는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과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로, 장애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주요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이기도 하다.
전장연 2024 파리특사단은 ULOBA와 만나 장애인 자립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ULOBA는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과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로, 장애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주요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이기도 하다. ⓒ 비마이너 김소영 기자

노르웨이의 이용자 주도 개인 지원 서비스(Brukerstyrt Personlig Assistanse, BPA)는 장애인이 자신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사용자가 보조인을 직접 고용하고, 그들의 업무와 일정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24시간 무제한의 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적으로는 환자 및 이용자 권리법(Pasient- og brukerrettighetsloven)에 따라 보장되며, 최소 주당 25시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할 때 서비스가 제공된다. BPA는 사용자가 자립성과 독립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관리자로 참여할 수 있는 점에서 더욱 효과적인 지원 환경을 제공한다. 단, 개인에게 직접 지원금을 지급하고 이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는 개인예산제와는 차이가 있다.

반면, 스웨덴의 개인 지원 서비스(Personlig Assistans)는 노르웨이의 BPA와 달리 주로 정부나 지자체가 관리와 감독을 담당하는 제도이다. 스웨덴에서는 주당 20시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할 때 '특정 기능 장애인을 위한 지원 및 서비스 법(Lag om stöd och service till vissa funktionshindrade, LSS)'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된다.

단, 활동 지원 서비스 시간은 필요에 따라 제한되어 제공된다. 사용자는 보조인을 고용할 수 있지만, 주요 관리 책임은 정부 기관이 담당하며, 사용자가 직접 모든 것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 가족이나 지인이 서비스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율성은 상대적으로 제한되지만,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를 통해 선택권을 보장받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시설 없는 사회를 향한 한국의 탈시설 정책 방향

 전장연 2024파리특사단은 오슬로시 보건복지국과 만나 오슬로시 장애인정책의 미션과 비젼, UN장애인권리협약의 활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장연 2024파리특사단은 오슬로시 보건복지국과 만나 오슬로시 장애인정책의 미션과 비젼, UN장애인권리협약의 활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비마이너 김소영 기자

탈시설을 위한 첫걸음은 시설을 폐쇄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시설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노르웨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장애인들이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룹홈이 아닌, 독립된 주거형태인 공동 주거가 필요하다. 독립된 주거공간은 장애인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게 하며,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또한, 공동 주거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금과 활동지원사 지원이 필수적이다. 노르웨이는 장애인들에게 연간 최대 4500만 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사용자가 직접 활동지원사를 고용하여 자신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장애인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며, 지역사회에서의 독립적인 생활을 실질적으로 지원한다.

따라서 한국의 탈시설 정책은 단순히 시설을 폐쇄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주거형태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지원과 활동지원사를 통해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르웨이 모델을 참고하여 이러한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탈시설을 이루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다.

저자소개
윤상원

대한민국의, 시각장애라 명명된 '특수' 교사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특별요구교육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든 인간은 약점으로서 손상을 가지고 있으며, 인류 혹은 개인 발달의 역사는 이 손상에 대한 부단한 사회적 보완의 결과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손상을 발달의 계기가 아닌 장애로 만드는 문화 역사적 현실에 맞서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저항하고자 한다.

#탈시설#시설사회#장애인#노르웨이#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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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배제 없는 장애해방의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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