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05 06:33최종 업데이트 24.07.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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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7.3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 청원을 대하는 대통령실의 태도는 안이하다 못해 느긋해 보인다. "명백한 위법 사항이 있지 않는 한 탄핵이 가능하지 않다"는 대통령실 답변은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지 않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말이다. 어디 한 번 실정법 위반 사실이 있으면 내놔보라는 투로 들린다.

윤 대통령은 한 술 더 뜬다. 국회 탄핵 동의 참여자가 100만명이 넘은 날 윤 대통령은 "국민 1인당 왜 25만원만 주나. 100억원씩 주지"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겨냥한 발언이지만 무책임한 '부자감세'로 2년 연속 세수 펑크를 낸 윤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다. 방송을 장악하겠다며 '검사 시절 가장 존경하는 선배'라던 방송통신위원장을 몇달 만에 내친 것도 윤 대통령이다. 국민이 아무리 떠들어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오기가 느껴진다.


더 기가 찬 것은 탄핵 청원에 대한 여권의 평가절하다. '민주당원을 중심으로 탄핵 청원에 동의했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140만명이 넘는 문 대통령 탄핵 청원이 있었다'는 등 물 타기가 쏟아진다. 정당 가입 여부와 국민 청원이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설혹 그렇다해도 민주당원은 국민이 아니라는 얘긴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청원은 복수응답이 가능해 허수가 많았지만 이번 국회 청원은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은 왜 언급하지 않는지, 당시 문재인 응원 청원이 탄핵 청원보다 많았다는 사실은 왜 빼놓는지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겠다.

대통령실의 탄핵 청원 무시가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 나온 거라면 이해는 간다. 국회 탄핵안 발의·통과를 충족한 법적 요건과 보수 우위로 재편된 헌법재판소 지형 등을 따지면 대통령 탄핵은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다. 하지만 장래 일어날 지 모르는 불상사를 미연에 막는 것과 이를 방치해 화근을 키우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행태는 명확히 후자로 치닫고 있다.

심상치 않은 조짐... 국힘 전대에서 나오는 '배신자론'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을 심각하게 봐야 하는 건 언젠가 탄핵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극명하게 나타내는 징후는 없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기어코 탄핵 청원에 동의한 이들은 탄핵 촛불시위가 촉발되면 당장 거리로 몰려나올 사람들이다.  

탄핵 정국의 결정적인 계기는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이 됐든, 공수처 수사가 됐든 윤 대통령 격노의 실체가 드러나면 그 자체가 탄핵의 트리거가 되는 셈이다. 대통령이 하급자에게 직권을 남용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 자체로 엄연한 탄핵 사유다. 대통령의 법률 위반과 거짓말은 두말 할 것 없이 탄핵의 필요충분 조건이 된다.  

심상찮은 조짐은 국민의힘에서도 나타난다. 금기어였던 탄핵 얘기가 여당에서도 공공연히 나온다. 전당대회 후보들 간에 열띤 논쟁거리인 '배신자론'은 국민의힘 분열을 예고하는 상징일 수 있다. 한동훈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내부 균열이 생겨 윤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지 모른다. "'어어'하다 박근혜처럼 탄핵당할 수 있다"는 원희룡의 말은 어느정도 진실을 담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윤 대통령에게 달렸다. 다수의 국민은 그에게 달라질 것을 기대하고, 촉구하고, 경고도 했지만 윤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배를 띄우는 것도 민심이지만 뒤집는 것도 민심이다. '이건 아니다' 싶을때 민심은 순식간에 싸늘해져 등을 돌린다. 윤 대통령은 왜 그 많은 사람이 탄핵 대열에 섰는지 깨달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탄핵 청원에 직접 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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