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성민 의원
연합뉴스
지난 1월 15일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아래 정보공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발의 내용을 보면 정보공개제도에도 '입틀막'을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현행 정보공개법 제5조는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청구권자를 정의하는 조항이다.
제5조(정보공개 청구권자)
①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② 외국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박성민 의원안은 청구권자를 정의하는 제5조에 3항을 신설해 난데없이 청구권자의 의무가 추가한다.
③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자(이하 "청구인"이라 한다)는 공공기관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정보공개청구 업무처리 시 공공기관은 청구인의 이전 청구와 같거나 유사해 동일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한해 정보공개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공공기관이 자신의 정보공개청구가 종결 처리된 사실과 이유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박성민 의원안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공공기관의 통지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이 경우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청구가 종결되었다는 결정통지서를 청구인들에게 발송할 의무도 없어져 청구인은 자신의 청구가 어떤 이유로 언제 종결되었는지 알 수 없게 되고 부당한 종결처리였을 경우에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에서 공공기관의 종결처리가 부당함을 증명하기도 어려워진다.
제11조의2(반복 청구 등의 처리)
① 공공기관은 제11조에도 불구하고 제10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정보공개 청구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공개 청구 대상 정보의 성격, 종전 청구와의 내용적 유사성․관련성, 종전 청구와 동일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다. 이 경우 종결 처리 사실을 청구인에게 알려야 하고 그 이후 접수되는 반복 청구에 대하여는 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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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공공기관은 제11조에도 불구하고 제10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정보공개 청구가 제5조제3항의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신설한 제11조2의 제4항에서는 앞의 제5조에서 신설한 청구인의 의무가 다시 언급된다.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되는 경우 청구를 종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보공개청구의 부당함이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가 어떤 경우인지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에 대한 판단 권한이 전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에 주어진다.
즉 최악의 경우에는 공공기관이 청구인의 태도가 부당하다거나 정보공개청구의 내용이 과도하거나 청구정보의 양이 많다는 이유를 들면 거의 제한 없이 정보공개청구를 일방적으로 종결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민들의 의견수렴 거치지 않은 꼼수 청부입법
박성민 의원실은 개정 이유로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악의적인 반복‧중복 청구 등 오‧남용 사례로 인하여 공공기관 업무 담당자의 고충 및 행정력 낭비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청구인의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금지하고 이러한 정보공개 청구는 종결"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 이유만 보면 청구인의 과도한 요구나 악의적 청구 등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2022년 공공기관에 접수된 정보공개청구는 181만 8425건이었다. 이 중 95만 3732건은 종결되거나, 민원으로 이첩되거나, 취하된 건이었다. 접수된 청구 중 절반이 넘는 약 51%가 이렇게 비정상적인 청구로 청구처리 집계에서 제외된다. 박성민 의원이 이야기하는 행정력을 낭비시키는 과도한 요구와 악의적 청구도 바로 이 수치 안에 포함된다.
그럼 이런 수치를 줄이기 위해 정말 법 개정이 필요할까? 이 자료를 한 번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