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19 14:50최종 업데이트 24.06.19 14:50
  • 본문듣기

2023년 11월 8일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고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징계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보고서 정보공개를 두고 '불법' 운운한 김용원 인권위원이 이제는 법에 공개하라고 명시되어 있는 회의를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했다. "기레기들이 들어와서 쓰레기 기사를 써왔다"라거나 "인권 장사치들도 방청하고 회의 내용을 왜곡"한다는 이유에서다. 알권리 탄압과 정보은폐에 더해 반인권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행보다.

사건의 발단은 정보공개 청구였다. 채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하다 항명죄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피해구제를 위해 작년 8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군인권센터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이에 인권위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5월 22일 해당 정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보고서에서 박 대령이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보고서 내용과 달리 진정은 기각되었다. 이에 김용원 위원의 독단적인 '날치기 기각' 의혹이 제기되었고 군인권센터는 수사외압 진정을 묵살한 김 위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했다. (관련 기사 : 박정훈 대령 진정 '날치기 기각'한 김용원, 공수처 수사의뢰 https://omn.kr/28rpf)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용원 위원은 조사 결과보고서의 공개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직원 괴롭히기에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9조의 규정에 따라 인권위 의결 없이 진정 사건 조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는데 불법적으로 공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인권침해 진정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사와 조정, 심의 과정에 한해 비공개를 규정한 것이지 보고서를 비공개하라는 내용이 아니다. 심지어 조사 과정 중이라도 인권위 의결이 있을 때는 공개할 수 있다. 김 위원 주장과 달리 보고서는 국가인권위법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김용원 위원은 보고서 공개 이후 한 달여가 되는 지금까지 공개 배후를 색출하고 공개한 직원을 징계해야 한다며 인권위 직원을 압박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직원에게 사건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민감한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제출에 우려를 표한 직원에게 고성과 강요를 하기도 했다. 김 위원과 대면한 해당 직원은 현재 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직원들에 대한 압박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반인권적 혐오 발언도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뿐만 아니라 김 위원과 마찬가지로 여당 추천인사인 이충상 인권위원 역시 공식 회의 석상에서 문제적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들은 그동안 성소수자 인권과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을 모독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폄훼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김용원 위원은 "인권은 인간에게 보장되는 것이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인권적 발언을 했고, 10일 전원위원회 회의에서는 동료 위원들에게 "무식하다", "버르장머리"와 같은 말을 내뱉기도 했다.

무소불위 인권침해 발언을 막을 방법
 

국가인권위원회 ⓒ 연합뉴스

 
그들이 그동안 내뱉은 반인권적 발언을 알 수 있는 건 인권위 회의가 국가인권위원회법 14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회의와 회의록 공개는 인권위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원하는 사람은 회의를 방청할 수 있다. 회의를 방청하고 기록하는 이들 덕분에 시민은 인권위 결정과 논의 과정을 확인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그래서 인권위 회의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인권침해 발언은 그동안 언론과 시민사회를 통해 계속 지적받아 왔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13일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김용원 위원은 회의 비공개를 요구했다. "기레기들이 들어와서 쓰레기 기사를 써왔다"거나 "인권 장사치들도 방청하고 회의 내용을 왜곡하고, 인권단체가 무분별하게 인권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작태가 벌어진다"며 언론인들을 폄훼하고 인권옹호 활동가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덧붙였다.

다행히 회의는 공개하기로 했지만, 만약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다면 인권위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행위를 제어할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인권침해 구제 및 조사 행위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위원들의 자질을 검증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회의 공개 원칙을 강화하고, 방청뿐만 아니라 생중계 등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지방의회 회의 등은 이미 온라인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회의를 생중계하면 자정 효과가 있다. 2019년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은 생중계되는 국정감사장에서 참석한 다른 위원에게 "웃기고 앉았네. 병X같은 게"라고 혼잣말로 욕설한 것이 중계되어 사과하기도 했다. 

회의 공개는 의회만의 영역은 아니다. 미국은 회의공개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연방과 주 정부는 공식적인 회의에 대해 회의 공고부터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김용원 위원이 조사보고서 공개를 '불법'이라 주장하고 회의를 비공개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인권침해 조치와 반인권적 행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욱 공개가 필요하다.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 비밀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공개는 인권을 보호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자신의 발언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도 과연 막말을 계속할 수 있을까. 김용원 인권위원의 무소불위 인권침해 발언을 막을 방법은 회의 공개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정보공개센터는 누구나 알 수 있는 투명하고 책임있는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입니다.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