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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진(眞)은 위에 있는 숟가락(匕)으로 아래 솥(鼎)에 담긴 음식을 맛보는 데에서 ‘참되다, 신중하다’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 眞 참 진(眞)은 위에 있는 숟가락(匕)으로 아래 솥(鼎)에 담긴 음식을 맛보는 데에서 ‘참되다, 신중하다’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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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의 발달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시대이다. 그러나 진짜 꽃이 시듦으로써 '진짜'를 증명하는 것처럼 진실은 어쩌면 스스로를 자연의 법칙에 맡기며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속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진실은 거짓이 될 수 없고, 숨기려 해도 사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眞的假不了, 假的眞不了) 법이다.

참 진(眞, zhēn)은 위에 있는 숟가락(匕)으로 아래 솥(鼎)에 담긴 음식을 맛보는 데에서 '참되다, 신중하다'는 의미가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고대인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긴 제사 때 신에게 바칠 음식을 흠향하는 것인 만큼 그 마음이 참되고 진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천하를 꿈꾸던 한신(韓信)이 부랑배들에게 '바보 같은 키다리'로 치부되며 가랑이 사이를 지나간 '과하지욕(袴下之辱)' 이야기는 유명하다. 굴욕을 참고 가랑이를 기어서 지난 후 한신이 그 골목을 빠져나오며 건달들에게 한 마디 던졌다면 진짜 빛은 요란하게 반짝거리지 않는다는 뜻의 '진광불휘(眞光不輝)'가 아니었을까? 내공이 낮고 어설픈 하수들이 설레발을 치고 나서지, 고수는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그러다 한번 나섰다 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충분한 힘을 보여준다. 천하를 가슴에 품은 한신이 사사로이 시장잡배를 상대하며 자신의 빛을 드러내지 않았던 셈이다. 훗날 천하를 통일한 한신이 자신에게 치욕의 의미를 깨우쳐 더욱 분발하게 해준 건달패를 불러 마을의 치안대장으로 삼았다고 한다.

장자(莊子)가 하루는 정원을 산책하다가 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 활을 겨누는데 새는 자신의 위험도 모르고 앞에 놓인 사마귀를 잡는 데만 집중하고, 사마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앞에 있는 매미만 노리고, 매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노래만 부르고 있더라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은 장자가 돌아서려는데 정원지기가 왜 여기서 새를 잡느냐고 핀잔을 주더라는 것이다. 장자 자신조차도 그 먹이사슬과 같은 이해관계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견리이망기진(見利而忘其眞)' 이야기다. 바로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히면 자신의 참모습을 잊게 된다는 뜻이다.

'진리' 앞이라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도 부끄럽지 않다. 순금이 불구덩이를 두려워하지 않듯(眞金不怕火練) 진리는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겸허하고 정성스럽게 삶을 맞이하고 열린 마음으로 더불어 조화를 이루려하였다면 꽃처럼 시드는 것, 두려워할 이유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짜'임을 증명할 테니 말이다.


태그:#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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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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