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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신참자> 겉표지
ⓒ 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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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형사 만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형사가 자신의 집이나 회사로 찾아와서 이것저것 캐묻는다면 아무리 죄없는 사람이라도 긴장하거나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살인사건과 관계된 일로 형사가 찾아온다면 더욱 그렇다. 사건이 발생한 시간에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희생자와 어떤 관계인지 등을 형사가 꼬치꼬치 묻는다면 불안한 기분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지만 형사 입장에서는 반대로 생각할지 모른다. 형사는 '무죄가 확인될 때 까지는 유죄다'라고 생각하며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그 앞에서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가는 정말 피곤해질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말조심을 하는 것이 좋지만 형사 앞에서라면 특히 그럴 필요가 있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은 말할 것도 없다.

독특한 형사

그렇다면 형사가 좀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준다면 어떨까. 탐문의 대상이 된 사람도 보다 편안하게 마음을 열고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9년 작품 <신참자>에 등장하는 '가가 교이치로'라는 인물이 바로 그런 형사다.

삼십대의 가가는 겉모습만 봐서는 도저히 형사처럼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는 티셔츠 위에 반소매 셔츠를 입고 다닌다. 상관이 가가에게 "자네는 차림새가 늘 그런가?"라고 묻는가 하면, '거슬리는 녀석이군'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옷차림이 편하기도 하지만, 가가는 형사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캐주얼하게 입는다.

형사라는 사실을 상대방이 너무 의식하면 그것도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가가는 수사를 위해 일반인을 찾아가면서 전통빵이나 케이크 같은 것을 선물로 챙겨간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성질 급한 형사들처럼 다그치거나 윽박지르지 않는다. 대신에 세심하게 그들의 입장을 배려해 준다.

형사치고는 너무 물러터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가의 추리력과 직관은 대단하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두뇌와 사냥개 같은 눈을 지닌 남자'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가가는 자신의 능력을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형사처럼 안보이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형사가 어수룩해보이면 상대는 방심하고, 방심하면 헛점을 보일 수 있으니까.

<신참자>에서는 혼자 살고 있는 한 여인이 목이 졸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수사가 시작되고 가가 역시 범행현장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탐문수사를 벌인다. 가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과자 가게 딸, 요릿집 수련생, 그릇 가게 며느리, 케이크 가게 점원 등. 이 중에는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러 가가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거짓말과 비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이라는 수단을 택한다. 가가는 그 거짓말에 넘어가지도 않지만 동시에 거짓말을 폭로해서 사람을 망신주지도 않는다. 가가의 이런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한 여인에게 가가는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형사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가가는 정말로 독특한 철학을 가진 형사인 셈이다. 동네 아저씨 같은 가가에게 한 소녀는 "그러니까 관할 서 같은 데서 썩고 있는 거죠"라고 말한다. 가가는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세상의 시선보다도 지켜야할 자신만의 원칙이 더욱 중요하다.

빠른 두뇌회전과 직관을 가진 형사, 그러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잃지않는 인간미가 넘치는 형사. 가가 같은 형사라면 함께 마주보고 앉아서 밤새도록 소주 잔을 기울이더라도 시간가는 줄 모를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 <신참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김난주 옮김. 재인 펴냄.



신참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재인(2012)


태그:#신참자,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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