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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기적적인 힘

 

.. 인간이란 위기에 빠지게 되면 평소에는 예상도 못했던 기적적인 힘이 나오는 수가 있다 ..  <쇼지 사부로/정필화 옮김-새와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특수교육,1990) 165쪽

 

'평소(平素)'와 '평상시(平常時)'는 같은 말입니다. 퍽 자주 쓰이는 낱말인데 우리 말로 풀자면 "여느 때"입니다.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다듬고, "위기(危機)에 빠지게 되면"은 "어려움에 빠지면"이나 "수렁에 빠지면"이나 "어려움 앞에 서면"으로 다듬어 봅니다. "예상(豫想)도 못했던"은 "생각도 못했던"이나 "뜻밖에도"로 손질해 줍니다.

 

 ┌ 기적적(奇跡的/奇迹的) :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이 기이한

 │    - 기적적 경제 성장 / 그가 다시 살아난 것은 정말 기적적이다

 ├ 기적(奇跡/奇迹) :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

 ├ 예상도 못했던 기적적인 힘이 나오는

 │→ 생각도 못했던 기적 같은 힘이 나오는

 │→ 생각도 못했던 기적스러운 힘이 나오는

 │→ 뜻하지 않았던 놀라운 힘이 나오는

 │→ 뜻밖에도 엄청난 힘이 나오는

 └

 

'기적'이란 '기이(奇異)'한 일이라고 국어사전 뜻풀이에 달려 있습니다. '기이'란 '기묘(奇妙)'하고 '이상(異常)'한 일이라고 국어사전 뜻풀이로 실려 있습니다. '기묘'란 "생김새 따위가 이상하고 묘한" 일이라고 국어사전 뜻풀이로 나와 있고, '이상'이란 "(1) 정상적인 상태와 다름 (2)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름 (3) 의심스럽거나 알 수 없는 데가 있음"이라고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묘(妙)하다'는 "(1) 모양이나 동작이 색다르다 (2) 일이나 이야기의 내용 따위가 기이하여 표현하거나 규정하기 어렵다"를 뜻하는 낱말이라고 합니다.

 

'기적'을 찾으니 '기이'를 보라 하고, '기이'를 찾아보니 '기묘'와 '이상'을 찾아보도록 하며, '기묘'를 들여다보면 '이상'과 '묘'를 보도록 이끌다가는, '묘'를 살피면 다시금 '기이'로 돌아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른 한자말 풀이에서도 어슷비슷하지만, 뜬구름을 잡듯 엉뚱하게 풀이되어 있기 일쑤인 우리 나라 국어사전입니다. 뜻풀이가 어려워서 이 모양인지, 뜻풀이를 하기 싫어 이 모습인지, 우리 삶에 걸맞지 않은 낱말을 억지로 집어넣느라 이와 같은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저런 돌림풀이를 살펴보노라면, '기적-기이-기묘-이상-묘' 같은 낱말은 "무언가 다름,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을 가리키는구나 하고 짚을 수 있습니다.

 

'기적적인 힘'이란 "기적 같은 힘"이요, 이 힘이란 "생각하지 못했던 힘"이나 "생각할 수 없던 힘"이며, 이 힘은 바로 "놀라운 힘"이거나 "뜻밖에 터져나오는 힘"이란 이야기입니다.

 

 ┌ 기적적 경제 성장

 │→ 기적 같은 경제 성장

 │→ 놀라운 경제 성장

 │→ 뜻밖인 경제 성장

 ├ 다시 살아난 것은 정말 기적적이다

 │→ 다시 살아났다니 참말 기적이다

 │→ 다시 살아났으니 그야말로 놀랍다

 │→ 다시 살아났다니 더없이 뜻밖이다

 └ …

 

경제 성장이 기적과 같다고 한다면, 이때에도 '놀라운' 일이거나 '뜻밖인' 일입니다. 그리고 '대단한' 일이거나 '엄청난' 일이거나 '훌륭한' 일입니다.

 

다시 살아난 목숨이 기적이라 한다면, 이때에도 '놀랍'고 '뜻밖'입니다. 그러면서 '반갑'거나 '고맙'다고 할 만한 일입니다.

 

글흐름을 살피면 우리가 가장 알맞게 넣을 글월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말흐름을 돌아보면 우리가 가장 알차게 나눌 말마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살필 글입니다. 하나하나 돌아볼 말입니다. 곰곰이 짚으며 북돋울 글입니다. 꼼꼼히 다스리며 껴안을 말입니다. 우리 사랑을 담으며 나누면 좋은 글이요, 우리 넋을 실으며 어깨동무하면 기쁜 말입니다.

 

 

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 의사는 각오하고 있으라고 했다는데,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얼마나 입원해 있었을까 ..  <유미리/김난주 옮김-물가의 요람>(고려원,1998) 22쪽

 

'입원(入院)해'는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다만, 글흐름을 살피면서 '병원에'나 '나워'나 '쓰러져'나 '넋을 잃고'로 손볼 수 있어요. '각오(覺悟)하고'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나 '마음을 굳게 먹고'로 손질해 줍니다.

 

 ┌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

 │→ 기적처럼 목숨을 건졌다

 │→ 뜻밖에 목숨을 건졌다

 │→ 놀랍게 목숨을 건졌다

 └ …

 

세상에는 내 힘으로 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아니, 세상이란 내 힘으로 이룰 수 없는 일투성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 힘으로 될 수 없는 내 삶이지만, 내 이웃 삶도 매한가지입니다. 나는 내 삶을 내 힘만으로 꾸리지 못하지만, 이런 어줍잖고 모자라고 자그마한 힘이면서 내 이웃 삶을 거들곤 합니다. 그러나 나 혼자서 거드는 이웃 삶이 아닙니다. 나를 비롯하여 숱한 힘여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내 이웃을 돕습니다. 내 이웃들 또한 서로서로 알게 모르게 똘똘 뭉쳐서 내 삶을 알차게 꾸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깊이 헤아려 본다면 우리 삶터에 놀라운 일이란 없습니다.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우리 삶터 모든 일이란 모조리 놀라움일 수 있고, 놀라움이 아닌 아주 마땅한 노릇일 수 있습니다. 내 몸뚱이만 살피며 살아가는 분들한테는 놀라우면서 놀랍지 않은 우리 삶을 살갗으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내 밥그릇만 챙기며 지내는 분들한테는 고마우면서 기쁜 우리 삶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우리 삶이 어떠한가 제대로 느낄 줄 알아야 우리가 나누는 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이 어떤 결인가를 옳게 헤아릴 줄 알아야 우리가 주고받는 글이 어떤 결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차근차근 새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터전에서는 모두들 아주 바쁘고 힘든 일에 둘러싸여 내 이웃은커녕 내 보금자리마저 느긋하게 살피지 못합니다. 내 자리마저 들여다보지 못하는 판에 내 이웃 자리를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삶이 삶답지 못한 가운데 넋을 넋답게 일구지 못하고 말을 말답게 추스르지 못합니다.

 

이리하여, 오늘날과 같은 터전에서 말을 말다이 다룰 줄 아는 사람을 만난다 하면 기적입니다. 놀랍습니다. 뜻밖입니다.

 

 ┌ 거짓말처럼 목숨을 건졌다

 ├ 하늘이 도왔는지 목숨을 건졌다

 ├ 고맙게도 목숨을 건졌다

 └ …

 

어쩌면 거짓말 같은 일이라고 할까요. 말 한 마디뿐 아니라 생각 한 줌과 삶 한 자락 모두 곱고 밝으며 힘찬 사람을 마주한다는 일이란 참말이 되기 어렵다고 할까요.

 

하늘이 도우면 만날 수 있을는지 모릅니다. 하늘이 돕지 않고서야 고운 사람 고운 삶 고운 넋 고운 말을 만날 수 없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내 이웃을 말하기 앞서 나부터 내가 내 이웃 앞에서 고운 말을 고운 넋으로 들려주며 고운 삶을 꾸리고 있는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남들이 나와 마주했을 때 고운가 곱지 않은가를 따지기 앞서, 나부터 내 이웃하고 마주하는 자리에서 나 스스로 고운 결과 무늬를 곱디곱게 가꾸고 있는지를 되새길 노릇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 우리 말과 헌책방 쉼터 http://cafe.naver.com/hbooks
- 인천 골목길 사진  http://cafe.naver/com/ingol

글쓴이는 다음 같은 책을 썼습니다.
- 1인 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 1권∼9권
-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태그:#-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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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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