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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학에 입학하면 고등학생 때와 달리 짜여지지 않는 시간이 아주 많다. 그렇다 보니 고등학교 때보다 몸과 마음이 자유롭다. 그리고 강제로 친구들과 한 교실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자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했을 때 많은 기대를 했다. 고등학생 때와 달리 시간에 쫓기지 않고 놀 수 있고, 각각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진득한 얘기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만큼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해 6개월 정도 생활해 보니 무한한 자유가 늘어날수록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잠을 자지 않고 등교하는 친구, 기숙사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루 종일 하는 친구, 사람 만나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책 읽고 공부만 하는 등 무한한 자유를 혼자만을 위해 쓰고 있었다. 이렇게 주위가 모두 고독한 개인들의 집단이 되어 버리니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어울리려고 애쓰지 않고 스스로의 능력과 욕망을 채우기 위한 생각만 하게 되었다.

 

현대인들의 문제의 해답은 베버와 소세키에서

 

강상중씨는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을 통해 현대인들의 무한한 자유와 자아의 강화가 오히려 개인을 고독하게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을 사회학자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통해 찾으려고 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1867년에 태어나게 된다. 이 해는 일본 사회가 메이지 유신을 겪기 바로 이전의 해로서 서양의 문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오게 된다. 소세키는 이런 시대에 태어나 일본 사회가 급속도로 근대화되고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겉모양은 번지르르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개인의 고독감은 깊어지고 타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모습을 소세키는 목격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근대화 이후 일본 사람들이 느끼는 고독감, 정체성의 혼란, 외로움, 믿음 등 인간의 내면세계를 소설로 썼다.

 

막스 베버는 20세기 최고의 사회학자로 불린다. 베버는 서양 근대 문명의 기본적 원리를 이성, 합리성, 개인의 자유 등으로 보고 그것을 통해 인간 사회가 해체되고 개인이 등장하여 가치관과 지식이 분화되는 과정을 해명하려고 했다. 그것은 소세키가 그린 소설 속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 두 사람 다 인간의 문명의 발달로 인해 개인이 고립되고 가치관이 파편화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소세키와 베버의 문제 설정이 21세기 현대에도 유효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백 년 전의 일본에서도 '신경쇠약'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음의 병이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신경쇠약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데, 현재의 상황에서도 그와 유사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근대의 입구에서 발생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았고 백 년 동안 계속 성장해 왔다고 말할 수 도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베버와 소세키의 문제 설정을 가지고 저자는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9가지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현대 사회 속에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주제로 노동하는 나 자신에 대한 성찰 등 작가는 독자에게 고민하는 힘을 알려주고 있다.

 

9가지 주제를 통해 작가가 제시하는 대안은 인간의 유대와 커뮤니케이션의 회복과 나와 이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함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것은 경제적, 물리적 뒷받침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철학적 의미에서도 그렇습니다. 자아를 보존해 가기 위해서는 역시 타자와의 관계가 필요합니다. 상호 인정 없이 살아 갈 수 없습니다. 상호 인정이 없으면 자아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타자와 마주하는 것, 거기에 어떤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자아의 고민의 밑바닥을 '진지하게' 계속 파고들어 가다 보면 그 끝이 있을 것이고 타자와 만날 수 있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롭고 서로 기대고 싶다는 것을 인정하자

 

<고민하는 힘>을 읽고 가장 먼저 현재 내 주위에 있는 20대 대학생이 생각났다. 나를 포함한 20대는 무조건 타자의 욕망을 의심 없이 따라가고,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쿨(cool)함을 선호하고 있다.

 

토익 공부와 자격증 공부를 열심히 하면 안정된 회사에서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모든 20대가 하고 있다. 하지만 해가 가면 갈수록 기업에서는 더 많은 것을 취업자들에게 요구하고 있어 언제나 취업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만약 강상중씨의 처방대로 자신과 이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다면 현대 사회의 급변하는 취업조건에 불안해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쿨한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20대의 마음은 충만할까? 앞서 말한 혼자 온라인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하며 혼자 노는 친구들의 마음은 고독함고 외로움에 가득차 있었다. 대부분 친구들은 좋아서 혼자 노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가 어렵기 때문에 혼자 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저자가 지적한 대로 자아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타자와의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자유가 증대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자아가 강화되고 고독감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 것이다.

 

20대의 우리 삶의 불안감과 고독함을 타인에게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사람들과 함께 우리의 삶을 찾아보자. <고민하는 힘>은 일본 청년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20대 청년들에게도 매우 유효한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민하는 힘 (구 표지)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사계절(2009)


태그:#고민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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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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