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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기념 특별기획으로 '유러피언 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중 연재한다. 그 첫번째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로 구성된 유러피언 드림 특별취재팀은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나'를 현지취재, 약 3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일원으로 25일 프랑스 파리를 찾은 안소민 시민기자.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일원으로 25일 프랑스 파리를 찾은 안소민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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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프랑스 파리다. 대한민국 전주에 사는, 두 아이의 워킹맘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나는 지금 에펠탑 근처의 한 숙소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은 25일 새벽 2시. 여덟 살, 여섯 살 한국에 있는 두 아이는 지금쯤 아침을 먹고 놀고 있을 시각이다.

마침 방학기간이니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보고 놀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엄마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겠다. 평소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에 익숙하긴 하지만 열흘씩 떨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걱정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 된다기보다는 보고 싶다.

떠나기 전날까지 꽤나 의연한 모습을 보이던 첫째가,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나눈 통화에서 "엄마, 그냥 항공권 다시 돌려주고 돌아와"라고 말해서 나를 살짝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전까지는 하도 덤덤해서 내가 오히려 서운했는데 말이다. 아이와의 이별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문젠가보다.  

내가 파리에까지 온 것은 20여 일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차리고 설거지를 마친 뒤 아이들을 씻기고 남은 원고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꽤 늦은 시각 <오마이뉴스>로부터 전화가 왔다. 2월 24일부터 시작되는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에 합류할 수 있느냐고 묻는 전화였다. 장소는 프랑스 파리. 주제는 '프랑스는 저출산을 어떻게 극복했나'라고 했다.

직장에서 휴가를 받아야했기에 일단은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며 끊었지만 이미 마음 속에서는 '떠나자'라는 다짐이 서버린 상태였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늘 고민해왔던 주제인 '워킹맘'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그 열망은 더했다.

'육아·경제부담' 외에 플러스 알파가 있다?

그 후로부터 저출산의 문제와 원인에 대해 주변 사람들을 시작으로 취재와 인터뷰를 해나갔다. 대답은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았다. '몰라서 묻니? 당연히 경제적인 문제지~' '누가 애만 봐주면 셋, 넷이라도 낳겠다'

이전에도 워킹맘과 관련해 취재를 할 때면 '저출산'과 '육아' 문제는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주제였기 때문에 저출산의 원인은 대략 한 두 가지로 좁혀지는 듯했다. 키워드는 '육아의 부담감'과 '경제적인 이유'였다.

그렇다면 누군가 아이를 맡아 키워주고 양육비를 파격적으로 지지해준다면, 애를 과연 쑥쑥 낳을 것인가? 아마 크나큰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 두가지 문제야말로 우리 시대 출산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뭔가가 더 존재했다. 내 주변의 엄마들과 친한 언니나 후배의 말을 들으면서는 손에 잡히지 않는 뭔가 여운과 불만이 느껴졌다.

그 이야기를 언니로부터 듣게 되었다. 전업주부인 언니는 시댁모임에 가면 늘 무시당하는 느낌이라고 예전부터 투덜거렸다. 엄마와 나는 괜한 자격지심이라고 위로했지만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직장주부인 시누이들은 어쩌다 한 번씩 집에 오면 멋진 옷을 차려입고 날씬한 맵시를 자랑하며 어머니에게 용돈을 척척 안겨 드린다고 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지만 전업주부인 언니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자기도 돈을 벌어야겠다고 울분에 차서 말하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 줄 아느냐. 그게 돈 버는 거다'고 말씀하곤 했지만 언니에게는 큰 위로가 되지 못했다. '집에서 아이 본다고 하면 얼마나 무시하고 깔보는지 정말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렇듯 육아는 한 사회 구성원을 키우는 일임에도 그 자체는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자기 자식 자기가 키우는 건 당연하지'라며 육아에 무신경하게 대처하는 국민의식도 그렇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출산보다 취업을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주부들의 재취업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편견과 불합리함도 저출산 원인에서 빼놓을 수 없다. '아줌마 주제에…' '아줌마가 뭘 안다고' '집에서 애나 봐'라는 편견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여성들은 우리 어머니세대와는 다르다. 그런 편견의 나라에서 엄마들은 '출산파업'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아도 하나만 낳거나….

파리,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네

창간10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가 준비한 특별기획 '<유러피언 드림>의 현장을 가다' 그 첫번째 기획으로 프랑스에 파견된 특별취재팀이 25일 파리 시내에서 만난 다출산 가족에게 출산과 육아문제 등에 관해 묻고 있다.
 창간10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가 준비한 특별기획 '<유러피언 드림>의 현장을 가다' 그 첫번째 기획으로 프랑스에 파견된 특별취재팀이 25일 파리 시내에서 만난 다출산 가족에게 출산과 육아문제 등에 관해 묻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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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여러 질문들을 머릿속에 담고 시민기자·상근기자·전문가 등 8명으로 구성된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의 일원으로 파리에 왔다. 과연 우리는 프랑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1990년대 중반까지 저출산 위기가 심각했던 프랑스가 정부-기업-가정의 협력 아래 그 위기를 극복했다는데, 나는 여기서 답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위화감과 패배의식만 안고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프랑스 엄마들은 어떻게 육아를 하고 육아에 대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자신에 대한 존중감은? 출산율 1.2로 저출산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이 유럽에서 제일 높은 프랑스 수준 2.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사회-기업-가정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24일 저녁, 열두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내린 프랑스 파리.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파리는 그동안 머릿속에서 상상해왔던 낭만적이고 밝고 환한 '별천지'가 아니었다. 밤이어서인지 우리와 똑같이 사람사는 그저 그런 곳으로 보였다. 그게 파리의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그게 위안이 되었다. 부담감 갖지 말고 내가 찾고 싶은 답을 찾아나서야지. 자, 오늘부터 7일간 나의 파리 취재일정은 시작된다.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나의 좌충우돌 파리 취재를 앞으로 생생히 전해 드리겠다.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 오연호 대표(단장),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편집 자문위원), 손병관 남소연 앤드류 그루엔 (이상 상근기자) 전진한 안소민 김영숙 진민정 (이상 시민기자)


태그:#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프랑스, #저출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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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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