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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기념 특별기획으로 '유러피안 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중 연재한다. 그 첫번째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로 구성된 유러피언 드림 특별취재팀은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나'를 현지취재, 약 3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일원으로 25일 프랑스 파리를 찾은 전진한 시민기자.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일원으로 25일 프랑스 파리를 찾은 전진한 시민기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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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프랑스원정대'의 한 명인 나는 취재를 잘해낼 수 있을까? 20여 일부터 사전모임도 하고 자료들도 찾아 읽었지만 막상 내 생애 처음으로 찾은 파리에서 첫 아침을 맞으려 하니 긴장감이 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전업 시민단체활동가인 내가 파리에 온 것은, 지난 2월 초 <오마이뉴스> 편집국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전진한씨 <오마이뉴스>인데요. 오마이뉴스에서 창간 10주년을 맞이해 '유러피언 드림, 그 현장을 가다'라는 연중기획을 준비하고 있어요."
"(원고청탁인 줄 알고, 매우 바쁜 척하면서) 네. 네 지금 좀 정신이 없는데…."

"전진한씨가 가능하다면 프랑스취재팀에 합류해 저출산 극복 문제를 함께 취재하면 좋을 듯한 데요."
"(갑자기 안 바쁜 척하면서) 아…. 그런 좋은 취재를 왜 저한테"

"그동안 시민기자로서 두 아들 얘기 많이 쓰잖아요. 그런 관점으로 프랑스를 보면 좋을 텐데요. 10주년 기념으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한팀이 되어 갑니다. 가능한가요? "
"(좋지만 최대한 안 좋은 척하면서) 네… 가능할 듯한데요."

그래서 나를 포함해 시민기자·상근기자·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2월 24일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 몸을 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현재 시각 2월 25일 새벽 3시13분) 나는 에펠탑이 보이는 한 숙소에서 파리에서의 첫 취재 날을 기다리고 있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아들의 첫 생일파티

침대에서 뒤척거리며, 우리 두 아이를 생각한다. 그들이 평생을 살아갈 우리 사회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출산 파업 중이다. 미혼인 젊은이들은 결혼을 꺼리고 있고, 결혼을 하더라도 최대한 늦게 하려고 한다.

아이가 셋 이상 있는 가정을 보면 매우 신기해하고, 그 비용 감당을 어떻게 할지 궁금해 한다. 아이를 낳으면 나와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수많은 젊은 부부들은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인 1.2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 '나와 같은 경험'이 무엇인지 잠시 나눠보자. 지난 설날 우리 가족은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우리 부부에게는 보석 같은 존재인 둘째 아이 민우의 첫 생일파티를 그날 했기 때문이다. 봄날의 꽃보다 아름다운 민우의 미소를 보면서 온 가족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돌잡이로 연필을 선택했으니 집안에 훌륭한 학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면서 말이다.

특히 민우는 지난 1년 동안 우리 부부와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이날의 생일파티는 우리에게 더욱 감격스러웠다.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서울에서 근무하지만 민우는 대구의 장모님 품에서 자라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설날의 아름다운 파티가 마냥 즐겁지 않았다. 그동안 대구의 장모님 품에서 자라던 민우가 4월에 서울로 오는 것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첫째 아이의 유치원비와 둘째 아이를 봐주시던 장모님께 드리던 생활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내린 나의 독단적인 결정이다.

아내도 처음에는 반대하더니, 경제사정이 급격하게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내 결정에 동의해 주었다. 그동안 할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자라던 민우는 첫 생일이 지나자마자, 어린이집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맡겨져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어린이집에 민우를 맡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맞벌이로 살고 있는 우리 부부는 아침마다 잠들어 있는 아이를 깨워야 할 것이고, 아이는 온갖 병과 싸울 것이며, 저녁에는 퇴근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첫째 아이도 똑같은 과정을 밟으며 키웠다는 것이다. 무능력한 아빠의 자식으로 살아가는 형제에게 너무나 미안할 따름이다.

무한 경쟁의 우리 사회에 프랑스는 어떤 메시지 던질까

2009년 출산율도 2.0대를 기록하며 저출산 극복 정책이 성공한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에서 부모를 따라나선 한 아이가 카메라를 향해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09년 출산율도 2.0대를 기록하며 저출산 극복 정책이 성공한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에서 부모를 따라나선 한 아이가 카메라를 향해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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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고민은 나의 무능력함을 자책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30대 중반인 내 나이 또래 남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며,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매일 전쟁터처럼 벌어지고 있는 일상들이다.

이는 아이들이 유아기를 지난다고 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면서 경쟁으로 내몰릴 것이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그 경쟁을 돕기 위해 엄청난 총알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아이들은 학창 시절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취직부담, 결혼부담, 내집마련부담 등에 시달리다가 부모와 똑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과연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인가? 이런 사회를 우리 아이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우리 엄마 아빠들이 자신이 없기 때문에 출산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파업의 출구는 어디인가?

이런 문제의식에서 프랑스 사람들을 만나 취재해보고 싶다. 프랑스는 한때 있었던 '출산파업'이 끝나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 2.0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1.6명 수준이어서 저출산 걱정이 많은 나라였는데, 무엇이 이 나라의 성인들에게 출산파업을 풀게 했을까? 12시간여의 비행 끝에 파리에 도착해 시차적응이 안 된 상황에서 피곤한 몸으로 첫 글을 쓰고 있다.

프랑스는 무한 경쟁으로 내몰려 있는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벌써부터 흥분이 된다. 앞으로 유러피언 드림을 이루어가고 있는 프랑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 오연호 대표(단장),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편집 자문위원), 손병관 남소연 앤드류 그루엔 (이상 상근기자) 전진한 안소민 김영숙 진민정 (이상 시민기자)


태그:#유러피언드림, #출산, #출산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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