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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제주올레 걷기 유의 사항

제주올레 걷기 중 폭설이 내릴 경우는 올레 리본이나 올레 화살표가 보이지 않을 경우가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겨울철 올레 걷기 신발은 등산화가 좋으며, 코스중 오름올레가 있을 때에는 눈이 쌓일 경우를 대비해서 아이젠을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해변올레나 바당올레는 바람이 심하게 불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바람막이 옷이나 방수옷이 필요하며 우비와 마스크는 필히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여벌옷을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장갑과 모자는 필수이며 장시간 걸을 경우 식당이 없는 지역이 있으니 배낭에 간식(과일, 과자, 초콜릿)은 꼭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장시간 걷다보면 체온이 떨어질 우려가 있으니,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출발하는 것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길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서 코스별 올레지기 연락처를 미리 알고 떠나시기 바랍니다(제주올레 홈피에 있음).

 

마지막으로 겨울철에는 오후 5시 30분이면 길이 어두워지기 때문에 오후 5시 이전에 걷기 마무리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시골마을 올레 풍경 아이스크림 맛

 

절벽올레를 뒤로하고 도착한 곳은 서귀포시 남원 마을 올레. 시골 마을의 크리스마스는 참으로 고요했다. 시골 마을에는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올레꾼 발자국 소리에 꼬리만 흔들어댔다.

 

마을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삼거리 고목나무와 낮은 돌담, 돌담 위에 걸터앉은 편지통이 한가로움을 선물했다. 우영밭에 오밀조밀 심어놓은 푸성귀들과 마을 공터에 자리잡은 작은 놀이터는 숨가쁘게 달려온 도심사람들에게 쉼의 철학을 제공해 주었다. 특히 대문 없는 시골마을 풍경은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도심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을 전해주는 듯했다. 이렇듯 길을 걸으며 만나는 풍경 하나하나에는 찌든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아이스크림 맛이었다.

 

예쁜길은 불편하지만 자연스러운 길

 

신그물로 통하는 올레길은 잡초 무성한 외길이었다. 제주에서는 잡초도 야생화다. 헝클어져 무질서하게 피어 있는 것 같은데도 그 속에는 질서가 숨겨져 있고 향기 나는 야생화가 더불어 산다.

 

사람들에게 예쁜 길은 어떤 길일까? 외길을 따라 내려가니 바닷가 옆에 돌담길을 조성하는 흔적이 보였다. 제주올레가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으면서 기존의 길을 파헤치고 다시 옛길로 복원하는 흔적이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길보다는 조금 걷기에 불편하지만 자연스런 길이 제주올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두고 남편과 나는 제주올레에 대한 분분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신그물로 가는 올레는 꽃단장을 할 것이다.

 

오래 전에 꿈꿔온 휴앙지, 신그물 용천수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적하게 자리잡은 신그물은 우리가 오래전에 꿈꿔온 휴양지라고나 할까. 예전에 바닷가에 사는 아이들의 놀이터였을 신그물은 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마을 주민들의 식수였다고 한다. 바다와 연계한 검은 자갈 속에서는 물이 솟아났다. 예전에는 그만큼 물이 펑 쏟아졌다는 증거다.

 

하지만 지금 신그물에 물을 길러 나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때문에 신그물 방파제는 이끼만 끼어 있을 뿐이다. 그 이끼로 인해 내가 일을 저지를 줄이야. 결국 '철퍼덕' 소리와 함께 나는 신그물 방파제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방파제가 사람이 다니지 않는 바람에 이끼가 낀 모양이었다.

 

'싱그럽고 깨끗한 용천수가 풍부하다' 하여 지어진 신그물은 더운 여름 발을 담그고 있으며 뼈 속까지 시원함을 느끼기에 좋을 휴양지였다. 올 여름 우리들의 휴가지는 아마 서귀포시 남원읍 신그물이 아닐까 싶다.

 

무인카페, 길손들을 위한 휴식처이기를

 

방파제 위 돌계단을 딛고 올라가니 무인카페가 있었다. 컵라면과 커피, 막걸리 캔맥주 등이 진열돼 있었다. 길손들에게 배고픔과 목을 축이기에 알맞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가격을 보니 무인카페 치고는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원읍 위미 2리 갯바위를 지날 즈음 해녀들이 바당 올레를 지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제주의 바당올레를 걷다보면 자주 보는 풍경이다. 하지만 갯바위 올레를 따라 바다 밭으로 가는 해녀들의 뒷모습은 오래전부터 제주바다를 지켜온 제주의 산증인이다.

 

빨간꽃 피고 지는 심장의 박동소리

 

남원읍 위미 중앙로 300번 길을 기나 수산물 연구센터를 자나니 눈물처럼  서정주님의 시가 생각났다. 이른바 동백나무 군락지 길을 걷게 되었다. 빨간 꽃이 아니었다면 그 길은  얼마나 심심했을까.

 

돌담위에 너울너울 피어 있는 붉은 꽃, 신작로에 떨어진 동백꽃 잎, 감귤농장 올레에 피고 지는꽃, 그 동백나무는 수령이 무려 몇 십 년은 넘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 꽃길을 거닐며 느끼는 심장의 박동소리는 쾌감 그 자체다. 길손에게 주는 또 하나의 보너스가 아닐 수 없었다.

 

바당 길, 잡초 무성한 외길, 따뜻한 마을길, 테우게라 불리우는 신그물 포구길, 그리고 눈물처럼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동백나무 꽃길, 남원 마을 올레에서 동백나무군락지까지 이어지는 3.5km 길은 침묵의 길이었다.

 

'철퍼덕' 넘어지면 손을 잡아주는 가슴으로 걷는 길

 

중년의 가족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아이들 모두 객지로 보내고 나면 둘만 남는다. 더욱이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저녁 늦게 만나는 부부끼리도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다. 아스팔트 질주하며 자동차에 몸을 의지하고 술에 취해 귀가하는 날이 허다하기에 잔소리 할 시간조차 할애하지 못했던 나날이었다.

 

때문에 올레 길을 걸으며 그 무심의 순간들을 깰 요량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걸었던 3.5km길은 그저 제주올레의 파란 화살표와 리본처럼 말없이 서로에게 길이 되어 줬을 뿐이었다. 서로의 느낌과 눈짓, 풍경으로 대화를 나누었을 뿐 침묵의 길이었다. 다만 '철퍼덕' 넘어지면 손을 잡아주는 가슴으로 걷는 길이었다.

 

 * 제주올레 5코스 중 신기물 올레 방파제는 이끼가 끼어 있어 넘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올레꾼들께서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김강임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5코스 중 신기물 올레 방파제는 이끼가 끼어 있어 넘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올레꾼들께서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25일, 제주올레 5코스를 걸었습니다. 제주올레 5코스는 올레우체국에서 편지를 쓰다, '절퍼덕' 넘어져도 기분 좋은 신그물, 이무기가 붉은 피를 흘리고 죽었다고?, 검은 갯바위 장관 수평선 이뤄, 조각같은 해식애 감탄 등을 연재합니다


태그:#올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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