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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후폭풍으로 여의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자마자 범야권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이날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안 공동 제출하기로 하는 등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한 연대 방침을 밝혔다. 진보정당들도 각자 목소리를 내고 세종시가 "재벌 특혜 도시"로 변했다고 규탄하며 '동맹군'으로 가담했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 국회 통과의 키(key)를 쥐고 있는 친박그룹(여당내 친박+친박연대)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친이 진영'이 고립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수정안 국회 도착하는 날, 정운찬 해임건의안 제출"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행복도시 수정안 발표 규탄대회'를 열고 "2010년 1월 11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세번째 쿠테타"라고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맹비난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오늘부로 '모든 권력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을 고쳐야겠다"며 "대통령 말 한마디면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도 아무 것도 아닌 휴지로 변해버리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오늘 아침 국무총리는 5년 전 국회에서 통과시킨 행복도시 특별법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국민을 상대로 선전포고했다"며 "민주당은 수용할 수 없다, 대통령이든, 총리든, 국회의원이든, 서울시민이든, 충청도민이든 모두 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부가 행복도시 특별법에 관한 수정안, 폐기안을 국회로 가져오는 날 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협력해 이 문제를 처리했던 정운찬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세종시 수정 반대를 표명하고 삭발식까지 진행한 류근찬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도 민주당과의 연계 하에 정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발언은 더욱 강경했다. 대전 서구갑의 박병석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행복도시 폐지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여론수렴 명분 하에 행복도시를 지연시키는 정치적 술수를 부리지 말고 즉각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라"며 "그 결과에 대해선 대통령 본인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규탄대회 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박 의원은 지난 1990년 안면도 방폐장 건설 당시를 언급하며 세종시 수정에 대한 '충청권의 분노'를 전했다.

 

"충청도는 평소에 말하지 않는다. 의원 분들도 출구조사가 가장 맞지 않는 곳이 충청도란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1990년 안면도 방폐장 건설 당시, 면사무소가 점령되고 지소가 불탔다. 공무원들이 연금됐다. 자살특공조가 만들어지고 안면도로 통하는 유일한 다리를 폭파하려고 했다. 충청도가 이번엔 어떤 저항을 할지 걱정된다."

 

보수-진보 연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반 MB시(市)' 동맹군 합류

 

자유선진당에서 탈당한 심대평 의원(공주·연기)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세종시 졸속 수정안에는 국가백년대계의 영혼과 철학이 없다"며 "충청인들에게 또 다시 인내와 눈물을 강요한다"고 세종시 수정안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탈당 이후 충청권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심 의원은 특히 "오늘 정부의 발표안을 대하며 세종시 문제에 대한 '충청인 자주결정론'의 새로운 시작을 선언한다"며 "선거가 끝난 뒤 다른 정당·정치인들이 뿔뿔이 흩어지더라도 심대평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박연대도 "세종시 발전방안(수정안)을 법리적인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법치주의, 법치행정을 앞장서서 준수해야 할 정부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있는 만큼 위헌적인 사업 추진이 될 수 있다"며 "환매권의 경우만 보더라도 세종시 수정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긁어서 부스럼 난다'는 말이 있듯 멀쩡한 원안을 국가백년대계란 미명 아래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든 발전방안이 국력낭비와 국론분열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했다.

 

한동안 세종시 수정 논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진보정당도 이날 일제히 논평을 발표하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세종시가 'MB시(市)'로 전락하는 모습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창조한국당은 논평을 내고 "세종시 수정안은 우리 국민 전체의 생각은 배려하지 않은 채 또 다시 충청인을 전략 및 홍보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발상"이라며 "세종시에 대한 40조 원 이상의 집중 투자는 여타 혁신도시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행복도시 백지화를 위해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에게 세종시를 상납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세종시라 부르지 말고 명박시라 불러야 할 것"이라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비판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원래의 취지는 가차 없이 훼손됐고 재벌기업들이 받을 특혜는 도를 넘었다"며 "부지를 헐값에 넘겨주고 각종 세제 혜택 또한 안겨주는 상황은 이명박 정부가 친재벌 정부라는 사실을 국민에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친박 "세종시 수정안, 잔인하고 위헌적인 차별"

 

한편, 정부의 세종안 발표 직후 이어지고 있는 야권의 집중 성토 대열에 한나라당 친박 의원이 합류한 것도 눈에 띈다.

 

친박 직계 유승민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수정안은 충청표를 의식한 위선적 포퓰리즘이고 세종시 이외의 지방을 모두 죽이는 잔인하고 위헌적인 차별"이라며 "수정안이 원안보다 국가이익을 더 증진한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반대했다.

 

대구 동구을 출신의 유 의원은 이어, "평당 227만 원인 세종시 땅을 그 1/6인 36만 원에 내다 파는 정부가 평당 272만 원인 대구 혁신도시 땅을 그 1/6인 45만 원에 팔기 위해 그 어떤 노력과 약속을 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혁신도시에도 똑같은 혜택을 준다면 이 땅값에 대한 질문에 먼저 답하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 의원은 최근 박근혜 전 대표의 수정안 반대 방침과 관련, 당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계파간 갈등에 대해 "당을 깨자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 와중에 특정인을 감정적으로 헐뜯고 비난함으로서 당의 분열을 부추기는 저급한 행위는 그만두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친이든 친박이든 수정안의 내용에 대해 깊이 고민해 국민 앞에 당당하게 본인의 입장을 결정하면 될 것"이라며 "이 기회에 당의 분열을 획책하고 당을 장악하기 위해 싸움에만 골몰하는 세력들은 세종시 이슈의 본질적 가치들에 대하여 더 고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태그:#세종시, #정운찬, #야당, #수정안, #행정중심복합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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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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