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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0시 30분 인천 버스 터미널. 15~20분 간격으로 사람들을 가득 태운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한다. 도착한 버스는 대부분 정원을 초과해 입석까지 이미 만원인 상태. 승객들이 하차하는 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인천시민 100명 중 약 2명은 인천~서울 간 광역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으며, 특히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생기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늘어난 수요에 대한 업체의 대응이 부족해 많은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대학생 최진영씨(24, 여)는 "버스가 자주 오지 않아서 서서라도 가지 않으면 매일 한 두 시간 씩 기다려야 할 거예요. 지각하지 않으려면 서서라도 가야죠"라며 불편을 토로했다. 

 

입석 승객을 위한 안전 대책 전무..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된 승객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이 광역버스는 1일 평균 이용객 4만7283명(인천광역시 자료 07.10월 기준)으로 추산된다. 출퇴근시간의 경우, 이용하는 인원을 대비해 배차간격을 늘리고 있지만 다른 시간대보다 많은 인원을 생각하면 사실상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광역버스는 시내노선을 돌아 좌석을 다 채우고, 입석 승객 10명 이상을 더 승차시킨 후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경인고속도로가 막힐 경우, 최소 1시간에서 2시간 정도를 서서 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문제는 서서 가는 승객을 위한 안전 대책법이 전혀 준비돼있지 않다는 데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고속도로에서는 승차정원을 초과해 운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67조 1항에 의하면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모든 승차 자에게 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띠 미착용은 물론 버스에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어 승객들은 언제나 대형사고의 위험에 처해있다. 또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 입석 승객을 태우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사고가 나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

 

버스운전을 시작한 지 1년이 됐다는 김모씨(51, 남)는 "아무리 조심하려고 해도 사람을 많이 태우면 위험하죠. 특히 고속도로를 지나갈 때는 100km가 넘으니까"라며 긴장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실효성 부족한 법안..입석 승객 안전띠 미착용 단속 여부 놓고 갈등

 

버스 입석 승객의 안전띠 미착용에 대한 단속 여부를 놓고 경찰의 고민이 계속 되고 있다. 이용객이 급증하는 출퇴근 시간에도 입석 승객을 태우지 말라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버스 업체에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행법상의 안전띠 착용 의무를 입석 승객에 대해서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버스 업체뿐 아니라 승객들조차 시민들의 편의를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서자 입석 승객에 대한 단속을 일단 보류하고,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승객들이 반발하고 이를 묵인하면 직무유기를 하게 되는 꼴"이라며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노선 및 배차 증가, 안전 대책이 시급

 

이예슬 씨(23, 여)는 "버스에 서서 고속도로를 지나갈 때 마다 위험을 느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현행법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모두가 다 앉아서 안전띠를 매고 가려면 아마 한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기대했다.

 

배차 간격을 줄이거나 노선을 늘리는 등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와 인천시, 그리고 경기도가 함께 만든 수도권교통조합에서는 지난해 19개 노선을 늘리려고 했었으나, 서울시가 도심 교통 혼잡을 이유로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승객들은 안전한 버스 이용을 위해 시도 간 협력을 통해 빠른 대처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업체의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버스는 입석 승객까지 수송할 수 있게 만들어져 손잡이가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승객들은 짐칸에 손을 얹은 채 몸을 의지해야 한다. 버스 승차 시 자주 입석을 이용한다는 김은혜 씨(24, 여)는 "한 사람이 잘못 손을 놓치기라도 하면 모두가 다칠 수 있는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입석 승객을 위해 시급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실효성 없는 단속이라며 법안의 개정만을 바라는 업체와 교통 혼잡을 탓하며 시민들의 편의를 무시하는 시. 발생하지 않아도 될 희생자를 낳기 전에 양 측 모두의 시급한 변화가 촉구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서강대학교 온라인 저널리즘 수강생입니다! ^^


태그:#고속버스, #고속도로, #안전불감증, #입석승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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