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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음악을 향한 학생들의 열정이 뜨겁다. 인천에 위치한 한 M2 보컬 아카데미에서 연습에 열중인 고한규(20.가수지망생)군.
 늦은 밤, 음악을 향한 학생들의 열정이 뜨겁다. 인천에 위치한 한 M2 보컬 아카데미에서 연습에 열중인 고한규(20.가수지망생)군.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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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천에 위치한 한 보컬 전문 학원 녹음실은 금방이라도 사르르 녹아내릴 것처럼 뜨겁다. 밤이 깊지만 가수란 꿈을 향해 전진하는 청소년들은 이미 그 밤을 잊은지 오래, 현장은 가수란 꿈을 향해 모인 청소년들의 열정으로 가득하다. 발라드, 힙합, R&B,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열창하는 청소년들의 울림이 깊은 밤을 수놓고 있다.

"자, 노래 녹음 시작한다. 한규부터,"

오후 11시. 가수 지망생 고한규(20)군은 녹음실에 섰다. 매일 6~7시간의 힘든 연습을 소화해 내면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어 행복하다는 한규, 마이크를 입 가까이 대고 노래를 열창하는 그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 맺힌다. 고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보컬 강사 문혜련(26)씨의 질책은 날카롭다.

"이 부분이 잘못됐잖아. 음정이 너무 불안해."
"아, 네. 죄송합니다"

보컬 강사 문혜련(26)씨에게 따끔한 지적을 받고 있는 고한규군(20)
 보컬 강사 문혜련(26)씨에게 따끔한 지적을 받고 있는 고한규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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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힘을 다했건만, 지켜보는 보컬 강사로부터 따금한 질책이 이어진다. 강도 높은 음악 연습. 하지만 스무 살 한규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순간을 즐기는 듯한 표정이다.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청소년들도 자기 노래 순서를 기다리며 미소를 짓는다.

이상하게도 표정이 한결 같이 밝다. 보컬 강사의 날카로운 지적에도 밝은 웃음을 짓는 이유가 궁금했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웃는 이유, 나중에서야 알았다. 가수란 꿈을 향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청소년들은 가수 지망생에 대한 세상의 오해가 두렵지 않다. 꿈을 향해, 세상의 편견에 맞선 가수지망생 청소년의 이야기 들어보자.

음악이 제일 좋은 정인이의 하루

17살 정인(백석고)이는 학교 수업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오후 4시30분, 교실 문을 박차고 나와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한다. 20분에 한대씩 있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혹여라도 버스를 놓쳤다간 연습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끔찍한(?) 사태가 일어난다. 음악이 무엇보다 소중한 정인이에겐 있을 수 없는 일. 그렇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5시30분까지 학원에 도착해 밤 11시가 넘도록 연습에 매진한다.

최정인(17.백석고) , 김영훈(18, 광성고)
 최정인(17.백석고) , 김영훈(18, 광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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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간신히 버스를 탄 정인이는 긴 숨을 돌린다. 톱니바퀴처럼 반복된 생활이 벌써 1년째다. 하지만 정인이는 이런 생활이 고되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때문이다.

"부모님 허락을 받는데에만 1년이 걸렸어요. 처음에는 부모님이 음악 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셨는데 그래도 지금은 부모님이 제 노력을 보고 믿어 주시니까 다행 아닌가요? 꼭 훌륭한 보컬 트레이너가 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가수가 되고 싶어요."

1년여를 악착 같이 노래한 덕분에, 완고하게 '가수'는 절대 안 된다던 부모님도 뜻을 꺾었다. 그렇기에 정인이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6시간여의 노래 연습을 끝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밤 12시, 졸린 눈을 비비며 목이 상하지 않기 위해 침대에 누워 복식 호흡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내신에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몇시간 잠도 청하지 못하고 다음날 새벽 학교로 간다. 규칙적이고 반복된 생활은 여느 일반 수험생 못지 않아 보였다.

정인이의 꿈은 구체적이다. 막연히 가수를 바라지 않는다. 보컬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 1차 목표고 기회가 된다면 가수는 기회가 되면 활동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 꿈을 위해 힘든 연습도 마다하지 않고 반복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정인이는 가수 지망생은 흔히 '날라리' '문제아' 일 것이라는 세상의 편견에 대해 당차게 반박한다.  

"가수 지망생이 날라리라고요? 이보다 힘든 일도 없을 거예요. 중학교 때 잘모르는 아이들이 제가 가수 지망생을 한다니까, 너 공부 지지리도 못하나봐?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선생님들도 니가 왜 그런 것을 하냐고 뭐라 하셨었죠. 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가수를 지망하는 것이 나쁜가요? 열심히 노력해서 그 편견을 깨고 싶어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커피'를 완벽하게 부른 영훈이.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커피'를 완벽하게 부른 영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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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에서 가수 지망생 된 영훈이

가수 지망생 영훈(18, 광성고)이는 고등학교 입학때까지 전교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우등생이었고 원래 꿈도 교사였다. 그랬던 영훈이에게 가수란 꿈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공부를 하다보니 아이들끼리 경쟁이 치열했어요, 친구임에도 서로 미워하고 견제하고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마음 고생이 심했죠. 그런데 그때 감동적인 음악을 듣게 되었어요. 성시경의 '넌 감동이었어'였는데, 당시 노래를 들은 제 마음도 감동이었죠. (웃음) 그처럼 감동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가수를 지망하게 됐는데 다행히 부모님께서 믿어주셨죠."

갑작스럽게 꿈꾼 가수, 하지만 영훈이의 가수 지망생 생활은 쉽지 않았다. 음역대가 높지 않아 부를 수 있는 음악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훈이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고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커피'를 많은 연습 끝에 완벽하게 불러낸 것이다. 결국 영훈이는 인천 청소년 가요제에서 동상을 탈 수 있었다. 꿈을 향해 쉼 없이 전진하는 정인이와 영훈이는 푸른 청소년의 전형처럼 보였다.

연습, 연습... 밤을 녹이는 가수 지망생들의 연습 현장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지닌 가수 지망생들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었다. 20일, 늦은밤. 인천의 M2 실용 음악 학원. 한팀을 이루고 있는 최우주(20.가수지망생)와 정소미(18. 신명여고), 최정인(17.백석고)는 서로 가장 잘 어울리는 음색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최우주(20.가수지망생), 정소미(18.신명여고), 최정인(백석고)
 최우주(20.가수지망생), 정소미(18.신명여고), 최정인(백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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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18,동인천고), 최선권(20.가수지망생), 박푸른(19,가림고), 임호환(19.가수지망생), 공윤배(20.가수지망생)- 뜨거운 연습 현장
 이진우(18,동인천고), 최선권(20.가수지망생), 박푸른(19,가림고), 임호환(19.가수지망생), 공윤배(20.가수지망생)- 뜨거운 연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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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자신을 래퍼최(?)로 불러달라는 우주가 화려한 랩을 선보이자 소미와 정인이가 뒤이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잇는다.

뒤이어 이진우(18,동인천고), 최선권(20.가수지망생), 박푸른(19,가림고), 임호환(19.가수지망생), 공윤배(20.가수지망생)등, 남자 다섯명으로 이뤄진 팀도 수준 높고, 잘 조화된 음색을 선보인다.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사소한 부분도 다시 고쳐나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깊은 열정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음악은 전보다 한층 더 감미롭게 느껴진다.

 조영기(32.M2 보컬 아카데미 원장)
 조영기(32.M2 보컬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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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가수 지망생들의 목표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대학의 실용음악 학과에 합격하는 것, 둘째로 기획사에서 여는 오디션을 통과해 가수가 되는 것이다.

다행히 음악 시장이 커짐과 함께 각 대학의 실용음악 학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대목이다. 현재 전국 대학의 실용 음악학과의 수는 80여개에 달하고 있다. 인기 있는 실용 음악 학과는 경쟁률이 수십대1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

또 가수를 선발하는 오디션도 청소년들이 쉽게 오디션을 접할 수 있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획사와 대형 실용 음악 학원이 연계해 청소년에게 오디션 기회를 열어 주고 있다.

또한 음악 시장의 커짐과 함께 가수 뿐만 아니라 보컬 강사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꿈을 향한 선택의 폭은 차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가수를 지망하는 것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를 이겨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수 지망생들은 남다른 열정으로 편견에 맞서야 한다. 보컬 전문 학원을 운영하는 조영기(32. M2 보컬 아카데미 원장)씨는 가수 지망생 청소년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요즘 학생들은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꿈을 위해 노력이나 투자는 하지 않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는게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죠. 하지만, 실용 음악을 지망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부모를 설득하는 만큼 열정이 남다릅니다. 문 닫는 시간까지 남아 연습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지요"

현장을 찾은 필자가 보기에도 정말 그랬다. 남다른 열정을 지닌 가수 지망생, 가수란 꿈을 향해 밤을 잊은 청소년들은 오늘도 한발 한발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제4회 전국대학생기자상공모전 응모작입니다.



태그:#가수지망생, #보컬 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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