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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광임(50)씨가 팥죽을 그릇에 옮겨 담고 있습니다.
 임광임(50)씨가 팥죽을 그릇에 옮겨 담고 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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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묵다가 딴 데서 묵은께 진짜 입이 떱덜해서 못 묵겠데."

이곳에서 '팥죽'(광주지역에서 '팥칼국수'를 '팥죽'으로 부른다)을 먹어본 한 아주머니의 소감입니다.

광주에 올라오면 자신이 팥죽을 쏘겠노라며 연락을 하랍니다. 정말 팥죽 잘하는 곳이 있다며 지인이 꼭 한번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들뜬 기분으로 찾아갔습니다. 맛난 음식이 있다는데 어찌 들뜨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광주시 남구 진월동 ‘효사랑노인일자리지원센터’의 팥죽입니다.
 광주시 남구 진월동 ‘효사랑노인일자리지원센터’의 팥죽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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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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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어찌된 겁니까. 유명 팥죽집이라고 해서 찾아간 곳은 분위기가 영 딴판입니다. 식당은 식당인데, 무슨 농산물 판매장 같기도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손님들이 군데군데 식탁에 앉아 팥죽을 맛있게들 먹고 있습니다. 팥죽집이 맞기는 맞는 모양입니다. 다양한 우리농산물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착한 가격 보기나 했어?"
"얼만데 그래!"

팥죽 한 그릇에 2500원입니다. 이래 가지고 무슨 이문이 남을까 의아했습니다.

팥이 다 삶아지면 으깨어 체에 받쳐낸 다음 약한 불에 졸여 팥 앙금을 만듭니다.
 팥이 다 삶아지면 으깨어 체에 받쳐낸 다음 약한 불에 졸여 팥 앙금을 만듭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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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을 살짝 들여다봤습니다. 임광임(50)사무국장은 인기 비결에 대해 묻자 국산 팥만을 고집한다고 합니다. 재료 선택에서부터 팥을 씻고 밀가루 반죽하는 데까지 여간 깐깐한 게 아니었습니다.

팥을 잘 씻어서 끓인 다음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서 첫물은 다 버립니다. 다시 물을 붓고 수시로 물을 보충해가면서 정성으로 푹 끓여냅니다. 팥이 다 삶아지면 으깨어 체에 받쳐낸 다음 약한 불에 졸여 팥 앙금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앙금으로 쑨 팥죽의 맛은 그 부드러움이 아주 그만입니다. 팥 국물이 그냥 술술 넘어갑니다.

이곳은 광주광역시 남구 '효사랑 노인일자리 지원센터'사업장입니다. 남구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고 합니다. 임광임(50) 사무국장에게 몇 마디 물어봤습니다.

- 식당을 오래 하셨나 봐요?
"아니요, 어렸을 적 엄마가 해준 기억으로 한 거예요."

- 값이 정말 착하던데요?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하기 때문에 저렴하죠. 팥죽은 2500원, 동지팥죽은 3500원입니다."

- 하루에 몇 그릇 파나요?
"70~80그릇 팝니다."

이곳을 자주 찾는 어르신 단골들이 많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이 주머니 걱정을 다소나마 덜게 되어 다행입니다.

팥 국물의 부드러움이 돋보였습니다.
 팥 국물의 부드러움이 돋보였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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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에 설탕 두어 스푼과 소금 약간을  넣고 잘 저어줍니다. 이렇게 해서 먹으면 팥죽의 달콤한 맛에 반하고 맙니다.

쪼각지(깍두기)와 나박 물김치 맛도 괜찮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팥 국물의 부드러움이 돋보였습니다.

"워매! 이것 좀 더 갖다드릴 건디."

찬그릇을 본 아주머니의 말입니다. 정말 인심도 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팥죽, #효사랑, #광주 남구, #우리농산물, #팥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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