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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읽기 - 글쓴이가 드리는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적' 없애야 말 된다], 이 세 흐름에 따라서 쓰는 '우리 말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생각을 열'고 '우리 마음을 쏟'아,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한 동아리로 가다듬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자라서 나쁘다'거나 '영어는 몰아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걸림돌이나 가시울타리 가운데에는 '얄궂은 한자'와 '군더더기 영어'가 꽤나 넓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이든 영어이든 가릴 까닭이 없고, '우리 말'이란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자와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우리 말마디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라는 꼭지이름처럼, 아무쪼록 '우리 말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생각과 삶에 마음을 쓰는 이야기로 이 연재기사를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ㄱ. 소중한 존재

 

..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는 흙, 씨앗을 퍼뜨리게 하는 바람도 숲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란다 ..  《문용포와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소나무,2008) 56쪽

 

 '소중(所重)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매우 귀중하다"로 풀이합니다. '귀중(貴重)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귀하고 중요하다"로 풀이합니다. '귀(貴)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로 풀이하고, '중요(重要)하다'는 "귀중하고 요긴함"으로 풀이합니다. '요긴(要緊)하다'는 '긴요하다'와 같은 낱말이라 하고, '긴요(緊要)하다'는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라고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로 고쳐써야 한다고 나옵니다.

 

 이렇게 낱말뜻을 헤아리면, '긴요'와 '요긴'은 쓸 만하지 않은 낱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요긴'을 넣은 '중요' 풀이는 "매우 중요하다"가 되는 셈이니, 말풀이가 엉터리가 됩니다.

 

 ┌ 소중한 존재란다

 │

 │→ 소중한 이웃이란다

 │→ 소중한 동무란다

 └ …

 

 그러고 보니, '소중'이나 '귀중'이나 '귀하다'나 '중요하다'나 모두 같은 낱말이라는 소리네요. 이 낱말들은 두루두루 쓰이고 있으니, 그대로 살려 놓아도 나쁘지는 않다고 느낍니다. 다만, 굳이 이 낱말들을 쓰지 않고도 우리 마음이나 생각이나 느낌을 담아낼 길을 살피면 어떨까 싶어요. 돌고 돌고 또 도는 돌림뱅이 말풀이가 아닌, 낱말 하나하나 다 다른 느낌과 쓰임을 살피면서 풀어내면서, 우리가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낱말을 알뜰살뜰 쓸 수 있는 길을 우리 슬기를 빛내면서 찾아내야 하지 않느냐 싶어요.

 

 ┌ 고마운 이웃

 ├ 좋은 이웃

 ├ 둘도 없는 벗

 ├ 참 좋은 벗

 ├ 아름다운 동무

 ├ 사랑스러운 님

 ├ 애틋한 벗님

 └ …

 

 우리가 먹을 모든 밥이 나오게 되는 흙이니 고맙습니다. 씨앗을 퍼뜨려 주는 바람이니 반갑습니다. 여름에는 너무 무덥기는 하지만, 곡식뿐 아니라 모든 목숨붙이한테 살아갈 힘을 선사하는 햇볕이니 사랑스럽니다.

 

 사람과 사람으로서도 참 좋은 벗이나, 사람과 자연으로서도 서로서로 좋은 벗입니다. 사람과 짐승 사이에서도 둘도 없는 벗님이 될 수 있고, 사람과 들풀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아름다운 동무로 지낼 수 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햇볕과 무지개와 구름을 사랑스러운 님으로 여길 수 있는 가운데, 바람과 비와 눈을 애틋한 님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는 가슴에 따라 다르며, 받아들이려고 나서는 매무새에 따라 다릅니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서, 내 삶을 사랑으로 일구고, 내 생각을 사랑으로 꽃피우며, 내 말글을 사랑으로 펼쳐 놓습니다.

 

 

ㄴ. 정직한 친구는 없어선 안 될 존재

 

.. 준기는 성실하고 정직한 친구다 … 그런 성격 덕분에 준기는 금세 노란잠수함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었다 ..  《조원진,김양우-노란잠수함, 책의 바다에 빠지다》(삼인,2009) 83쪽

 

 "성실(誠實)하고 정직(正直)한"은 "바지런하고 착한"으로 다듬고, '친구(親舊)'는 '동무'로 다듬습니다. "그런 성격(性格) 덕분(德分)에"는 "그런 마음씀 때문에"나 "그런 모습 때문에"나 "그런 몸가짐 때문에"로 손봅니다.

 

 ┌ 준기는 성실하고 정직한 친구다 (o)

 └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었다 (x)

 

 듬직하고 바지런하고 착하고 참된 벗을 둔 사람은 기쁩니다. 즐거울 테지요. 언제나 홀가분하면서 흐뭇하리라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버티어 주는 나무가 되고, 서로가 서로를 북돋우는 길잡이가 됩니다. 기쁘건 슬프건 어깨동무를 하는 고운 옆지기로 지냅니다.

 

 서로가 서로한테 애틋하고 든든하다면 여느 말 '동무'나 '벗'이라고만 가리키기에는 모자라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말 '존재'를 빌어 서로를 얼마나 반갑고 크고 살가이 여기는가를 나타낼 수 있어요.

 

 ┌ 없어선 안 될 동무가 되었다

 ├ 없어선 안 될 밑돌이 되었다

 ├ 없어선 안 될 버팀나무가 되었다

 ├ 없어선 안 될 톱니바퀴가 되었다

 ├ 없어선 안 될 든든한 벗이 되었다

 └ …

 

 그런데, 남다른 동무라 한다면 '어깨동무'나 '씨동무'나 '길동무'나 '해동무' 같은 낱말로 가리킬 수 있습니다. 꾸밈말을 붙여 '든든한 벗'이나 '믿음직한 벗'이나 '듬직한 벗'이나 '좋은 벗'이라 할 수 있고요.

 

 우리가 느끼는 그대로 가리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 나타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듬직하니 듬직하다 말합니다. 믿음직하니 믿음직하다 말합니다. 서로 어깨동무하며 지내니 어깨동무라고 말합니다. 서로 길을 밝혀 주는 동무이니 길동무라고 합니다.

 

 나는 너한테 밑돌이 될 수 있고, 네가 나한테 밑님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너한테 버팀나무로 다가서며 보듬을 수 있고, 네가 나한테 울타리가 되어 주면서 고이 감싸 줄 수 있습니다.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이 있으니 듬직하거나 든든합니다. 서로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믿음직하고 고맙습니다.

 

 만날 때마다 반갑듯, 만날 때마다 반가운 마음을 담아 말마디와 글줄을 펼칩니다. 사귀고 어울릴 때마다 즐겁듯, 사귀고 어울릴 때마다 즐거운 마음을 실어 말마디와 글줄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니까 살아가는 그대로 말이요, 느끼는 그대로 말입니다. 부대끼는 그대로 글이요, 손을 맞잡는 그대로 글입니다. 어깨동무하는 그대로 말이며, 부둥켜안는 그대로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존재#한자#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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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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