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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읽기 - 글쓴이가 드리는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적' 없애야 말 된다], 이 세 흐름에 따라서 쓰는 '우리 말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생각을 열'고 '우리 마음을 쏟'아,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한 동아리로 가다듬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자라서 나쁘다'거나 '영어는 몰아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걸림돌이나 가시울타리 가운데에는 '얄궂은 한자'와 '군더더기 영어'가 꽤나 넓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이든 영어이든 가릴 까닭이 없고, '우리 말'이란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자와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우리 말마디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라는 꼭지이름처럼, 아무쪼록 '우리 말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생각과 삶에 마음을 쓰는 이야기로 이 연재기사를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ㄱ. 세간의 이목을

 

.. 자외선이 떠들썩하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피부암을 유발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  <지구를 살리는 50가지 이야기 주머니>(제임스 브루지스/정지인 옮김,미토,2004) 29쪽

 

 "이목(耳目)을 집중(集中)시켰던"은 "눈길을 끌었던"으로 다듬고, "피부암을 유발(誘發)한다"는 "피부암을 일으킨다"로 다듬어 줍니다.

 

 ┌ 세간(世間)

 │  (1) 세상 일반

 │   - 세간 사정 / 세간에 널리 알려진 소문 / 세간의 이목을 끌다

 │  (2) 영원하지 않은 것들이 서로 모여 있는 우주 공간

 │

 ├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 세상 일반 눈길을 모았던

 │→ 사람들 눈길을 끌었던

 │→ 사람들 눈길을 붙잡았던

 └ …

 

 '세간'이 아닌 '세상'을 썼어도 토씨 '-의'를 붙이겠구나 싶습니다. '세계'를 써도 그렇고요, '세상 일반'을 써도 그렇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쓰면 되고, 그예 꾸밈없이 쓰면 좋으련만, 사람들 말씀씀이는 자꾸자꾸 군더더기 붙이는 쪽으로 치닫습니다.

 

 '세간'은 "세상 일반"을 뜻한다고 하니, "세상 일반 눈길을 모았던"으로 다듬어 봅니다. 그러나 그리 어울리지는 않다고 느끼며, '사람들'을 넣어 "사람들 눈길을 끌었던"으로 적어 봅니다.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았던"으로 풀어도 괜찮고 "사람들 눈길을 붙잡았던"도 괜찮습니다. "사람들 눈길을 끌어당기던"이나 "사람들 눈길을 잡아 끌던"도 괜찮군요. 아무래도 "세상 일반"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사람들"로 풀어낼 때가 한결 잘 어울립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세간 사정"은 "세간 사정을 들어 보다"처럼 쓰이곤 합니다. 이때 느낌이나 뜻을 헤아린다면 "세상 이야기"나 "사람들 이야기"로 풀어내면 알맞습니다. '소문(所聞)'이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를 가리키는 한자말인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소문"처럼 적으면 겹말이고,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고쳐 주어야 올바릅니다. '이목(耳目)'은 우리 말로 하자면 '귀눈' 또는 '눈귀'입니다. 뜻 그대로 옮겨적으면 "사람들 눈과 귀를 끌다"인데, "사람들 눈길을 끌다"라고 적어 주어도 넉넉합니다.

 

 ┌ 세간 사정 → 세상 이야기

 ├ 세간에 널리 알려진 소문 →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진 이야기

 └ 세간의 이목을 끌다 → 사람들 눈길을 끌다 / 사람들한테 눈길을 끌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말을 하면 됩니다. 우리 생각을 우리 글로 담아내면 됩니다. 껍데기만 한글이 아닌 알맹이가 오롯이 우리 말과 글이 되도록 하면 됩니다.

 

 낱말 하나하나 차분히 살피고, 말투 하나하나 곰곰이 들여다보며, 말씨 하나하나 살며시 쓰다듬습니다. 어머니가 아이들 밥상을 차릴 때 밥그릇이며 반찬그릇이며 하나하나 온 사랑을 담듯, 우리가 우리 이웃과 나눌 말을 하고 글을 쓴다고 할 때에도 하나하나 빠짐없이 돌아보며 추스릅니다. 내가 내 말을 사랑할 뿐 아니라 내 생각을 사랑한다면. 내 생각뿐 아니라 내 마음과 넋과 얼 모두를 사랑한다면.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웃을 깊이 사랑하고 아끼려 한다면.

 

ㄴ. 세간의 정보

 

.. 이 장에서는 세간의 정보가 왜 잘못되었는지, 빗물이 왜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빗물의 진실을 알려 드립니다 ..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한무영,그물코,2009) 11쪽

 

 "이 장(章)에서는"은 "이 자리에서는"으로 다듬고, '안전(安全)한지'는 '걱정없는지'나 '좋은지'로 다듬습니다. "빗물의 진실(眞實)을"은 "빗물이 어떤 모습인지를"이나 "빗물은 참모습이 어떠한지를"로 손질해 줍니다.

 

 ┌ 세간의 정보가

 │

 │→ 세상에서 말하는 정보가

 │→ 세상에 알려진 정보가

 │→ 세상에 퍼진 정보가

 │→ 세상에 떠도는 정보가

 └ …

 

 한자말 '세간'을 쓰고 싶다면 "세간 정보"라 적어도 됩니다. "세간에서 말하는 정보"나 "세상에 알려진 정보"라 적어도 어울립니다.

 

 그러나, 같은 한자말이라 하여도 '세간'은 털어내고 '세상'을 써야 한결 낫지 않으랴 싶습니다. '세상에' 같은 느낌말로도 쓰이는 '세상'은 딱히 한자말이라고 느끼는 낱말이라기보다는 우리 삶에 녹아든 토박이말이라고 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달리 한자말 '세간'은 한자말이라는 느낌이 짙습니다. 말풀이를 살피면 '세상'하고 거의 같아, 굳이 '세상'과 '세간'을 따로 나누어서 써야 할까 싶기도 합니다.

 

 또한, '세간'이 쓰이는 자리를 보노라면, '사람들'로 풀어내어 적을 때가 좀더 알맞다고 느낍니다.

 

 ┌ 사람들이 흔히 아는 정보가

 ├ 사람들이 으레 말하는 정보가

 ├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정보가

 └ …

 

 국어사전에 싣는 낱말 숫자가 하나라도 더 많아야 더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쓸 낱말로 살찌울 수 있는데 괜히 낱말 하나를 줄여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익히 쓰는 '세간' 말뜻과 말쓰임을 헤아린다면, '사람들'이라는 낱말을 새로 빚어내어 써도 잘 어울리지 않느냐 싶습니다. '사람'이라고 할 때와 '사람들'이라고 할 때에는 느낌이 살며시 다르기도 하며, 보기글을 놓고 보아도 '사람'이라는 낱말과 '사람들'이라는 낱말은 쓰임새가 사뭇 벌어집니다.

 

 우리 말 가운데 '-들'을 붙여 한 낱말로 삼는 보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보기가 없어 '사람들'을 새 낱말로 빚을 수 없다고 할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보기가 없다면 우리 깜냥껏 만들면 되고, 이런 보기에 매이기보다 우리가 한결 너르고 깊고 즐거이 쓸 낱말과 말투를 살리고 살필 노릇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오붓하게 나눌 말을 찾으며, 우리들이 넉넉히 주고받을 말을 일으키고, 우리들이 아름다이 가꿀 말을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우리 말로 생각을 펼치고 우리 삶을 함께하며 우리 마음을 조촐히 어깨동무하는 이웃이요 벗님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토씨 ‘-의’#-의#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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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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