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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닷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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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는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막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막말은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자살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불만을 터뜨릴 사람이 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다. 김 교수는 지난달 15일 자신의 홈페이지 <김동길의 프리덤 워치>에서 "노무현씨는 감옥에 가거나 자살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뒤늦게 누리꾼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다.

거센 비판을 받으면 조금 자중해야 하지만, 그는 또 25일 자기 홈페이지에 올린 '지금은 할 말이 없습니다'라는 글에서 "노무현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뿐"이라며 비극의 책임은 노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길 교수 글이 얼마나 황당하고 막말인지, 보수인터넷매체인 <데일리안> 누리꾼들까지 비판에 나섰다. <데일리안> 누리꾼 'mark33'은 김동길 명예 교수를 존경했는데 "사람이 죽었는데 마지막 인간애조차 실종되셨습니까?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고 가르치죠.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애도를 정중히 표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다른 매체와 포털에서는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에 질세라 자치단체장이 나섰다. 이효선 광명시장은 광명시민단체협의회가 '오리문화제 및 평생학습축제'가 열린 광명 실내체육관에 설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앞에서 "시설물을 당장 치우라"고 삿대질을 하면서 막말을 했다. 누리꾼들은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는데 26일 한때 광명시 누리집 자유게시판은 다운되기도 했다.

서울남대문경찰서는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덕수궁 대한문 주변에 '덕수궁 앞 행사 관련, 보행로를 통제하오니 우회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표지판을 설치했다. 차벽 여부를 떠나 '추모'와 '행사'도 구분 못 하는 우리말 수준을 드러냈다.

막말 압권은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서 나왔다. 주 서울청장은 지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버스가 분향소 주변을 막아주니 병풍 같아 아늑하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는 막말 명언을 남겼다.

언론사도 뒤질세라 헛말을 쏟아냈다. 봉하마을에서 쫓겨난 KBS는 충격이 컸던지 25일 저녁 KBS 2TV <뉴스타임>에서 현지 진행자가 추모행렬을 보고 "오늘은 평일이지만, 전국에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해버렸다. 노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온 조문객들이 한순간 '관람객'이 되고 말았다.

관람객 발언에 제작진은 놀라 방송 직후 홈페이지에 "시청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공지했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였다. 이들이 한 막말 시리즈는 결국 추모객과 시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하지만 막말은 극히 일부이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워낙 많아 소개하기도 벅차다. 그중 경북 문경에서 올라온 한 여자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이 김해 봉하 마을에서 추모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글이 특히 인상적이다.

 시청역 출구 느티나무에 촛불과 국화와 함께 붙여진 '노무현 대통령님 안녕히 가세요' 편지들. 추모 행렬이 수십미터 이어지고 있다
▲ 느티나무에 붙여진 '조문 편지' 시청역 출구 느티나무에 촛불과 국화와 함께 붙여진 '노무현 대통령님 안녕히 가세요' 편지들. 추모 행렬이 수십미터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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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노컷뉴스>는 문경에서 온 여고 3학년 박수경 학생이 노 전 대통령에게 "지난 23일 충격적인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눈물이 울컥 났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부모님 다음으로 존경하는 분인데 갑자기 이런 비보를 듣게 되니 머리가 멍해졌다"는 편지를 썼다고 보도했다.

박수경 학생은 이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다'는 말은 몇 번을 다시 들어도 뭉클해지는 말"이라고 했다. 한 나라 대통령을 지낸 분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이런 편지를 받았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마지막으로 박수경 학생은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편히 쉬세요. 당신은 떠나셨지만 저는 당신을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고 <노컷뉴스>는 보도했다.

이에 질세라 초등학교를 다니는 강민형 학생도 "노 전 대통령께서 봉하마을 논길을 자전거를 타신 채 활짝 웃으며 지나가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슬퍼진다"면서  아직 자신은 어려 대통령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만 부모님께 '대통령으로 계시면서 많이 힘드셨다'는 것을 들었다"며 힘들어했을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

두 학생의 글을 읽은 누리꾼 'ssantogi'는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고 이 땅의 어린 자손들이여 오늘의 노 대통령을 이 땅의 비극을 잊지 말고 새겨 두거라 역사는 너희 것이다"라고 하여 편지글을 마음에 새겨 평생 그 정신으로 살아가면 결코 슬프지 않다고 했다.

'사계절'은 아이들에게 '왜 어른들 눈에 눈물나게 하느냐'면서 "편지를 읽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했다. '무르치에라고'는 고등학교 3학년과 초등학생보다 어른들이 더 못하느냐면서 "초딩보다 못한 정치인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한탄하면서도 이 아이들을 보니 "우리나라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에게 한 맺힌 것도 없으면서 막말만 쏟아내는 자칭 지성인과 언론인들, 권력 눈치를 보면서 차벽을 쌓고 막말을 쏟아내는 경찰과 정치인들. 이들과 "부모님 다음으로 존경한다"와 "당신이 있어 행복했다"고 말하는 학생들 중 과연 누가 사람을 사랑하는 이들일까?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사람일까? "너희들이 있어 우리나라가 희망이 있다"는 말이 그 답이다.


태그:#노무현, #추모,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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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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