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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라는 참으로 고민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얻은 힘이 강하다."

 

재일 한국인 강상중 도쿄대 교수가 펴낸 <고민하는 힘>(이경덕 옮김, 사계절, 2009년 3월)은 철저한 고민만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98년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교수가 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가 지닌 근본적인 고민과 결부시켜 나름의 생각을 에세이처럼 전개했다. 특히 '고민' 이라는 키워드를 실마리 삼아 '고민하는 것'이 '살아가는 힘'과 연계돼 '나는 누구인가', '일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돈이 전부일까' 등 우리들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를 결부시켜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감정기복이 심했던 청춘시대,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 사회학의 대가 막스베버에게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며, '고민하는 힘'이 '살아가는 힘' 임을 배웠다. 이들 두 사람의 문학과 학문을 통해 계속해서 던지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던 물음 속에서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베버는 개인의시대가 시작됐었을 때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 있으면서도 그 흐름에 따르지 않고 각각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 근대라는 시대가 내놓은 문제와 마주했다. 그들이 살아간 반세기에 이르는 생애 곳곳에는 그들이 고민하는 인간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새겨져 있다. 그런 그들을 실마리로 삼아 거기에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섞어서 '고민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려한다." - 본문 서장 '지금을 살아간다는 고민 중에서' p26쪽 -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저자는 경험을 바탕으로 자아는 타자와의 상호인정에 의한 산물이라고 말하고 싶다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자기를 타자에 대해 던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타자와 상호 인정을 하지 않는 일방적인 자아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확실하게 말하면 타자를 배제한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이든지 알고 있는 박식한 사람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본래 박식한 사람, 정보통과 지성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알고 있다(know)와 사고하다(think)는 다르다'면서 정보(information)와 지성(intelligence)는 같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삶의 보람은 돈이나 학력, 지위, 일의 성공 같은 것은 최종적으로 살아갈 힘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개인의 내면에 깃든 충족감, 즉 자아 또는 마음의 문제로 귀결될 듯하다고 강조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압축성장의 가도를 달려온 우리는 '나'를 내버린 채 '남위에' 서거나 '남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면서 "강상중이 던진 메시지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전쟁판에 내던져진 채 겉늙어버린 청춘을 향한 부드러운 속삭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는 "저자는 100년 전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베버의 말을 빌려 '고민하는 힘'으로 삶의 의미를 되찾아보자고 독자들에게 손을 내민다"면서 "그 손을 잡는 순간 우리는 따뜻한 타인의 체온을 느낄 수 있으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법을 배우고, 그리고 삶이 그렇게 무의미하거나 외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밝혔다.

 

저자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이다. 일본 이름으로 학교를 다녔던 그는 차별을 겪으면서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와세다대 정치학과 재학 중인 1972년 첫 한국을 찾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이후 일본 이름 '나가노 데츠오'를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한국명을 쓰게 됐고, 한국사회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한다. 은사의 권고로 독일 뉘른베르크대학으로 유학, 베버와 푸코, 사이드의 학문에 몰두했다.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으로 최초 도쿄대 정교수가 됐다. 현재 일본 도쿄대 정보학연구소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재일 강상중> <내셔널리즘> <세계화의 원근법> <20세기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두 개의 전후와 일본>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 등이 있다.

 

옮긴이 이경덕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현재 저술가이면서 번역가이다.


고민하는 힘 (구 표지)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사계절(2009)


태그:#강상중 교수, #고민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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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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