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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초보적인 상태

 

.. 프랑스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자각은 매우 더디게 시작되었고, 지금도 초보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다 ..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환경 선언문>(니콜라 윌로 재단 환경감시위원회/김선미 옮김, 북갤럽, 2003) 18쪽

 

“환경 문제에 대(對)한 자각(自覺)은 매우 더디게 시작(始作)되었고”는 “환경 문제는 매우 더디게 깨닫게 되었고”나 “환경 문제는 매우 더디게 느끼고 있고”로 손질해 봅니다. ‘상태(狀態)’는 앞말과 묶어서 덜어냅니다.

 

 ┌ 초보적(初步的) : 학문이나 기술 따위를 익힐 때 처음 시작하는 수준에 있는

 │   - 초보적 지식 / 그는 우선 초보적 기술 몇 가지를 배우기로 했다 /

 │     극히 초보적인 단계 /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초보(初步)

 │  (1) 걸어갈 때의 첫 걸음

 │  (2) 학문이나 기술 따위를 익힐 때의 그 처음 단계나 수준

 │   - 초보 단계 / 초보 수준 / 초보 운전 / 아직 초보에 지나지 않는다

 │

 ├ 초보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다

 │→ 초보이다

 │→ 걸음마 단계이다

 │→ 많이 모자라다

 │→ 어리숙하다

 └ …

 

운전면허를 막 딴 사람을 일컬어 ‘초보’ 운전자라고 합니다. 아직 자동차 몰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붙이는 이름인데, ‘어리숙’하거나 ‘모자라’거나 ‘어설프’기에 이런 이름을 붙이고 다닙니다. 조금씩 차몰기가 익숙해지면, 또 차를 잘 몰게 되면 ‘초보’라는 이름은 뗄 수 있어요.

 

이무렵, 한자말로는 ‘초보’라 하지만, 짐승이름을 따와 ‘병아리’ 운전자라고 하기도 합니다. 차몰기가 아닌 다른 자리에서는, 이를테면 ‘초보 학문’이나 ‘초보 수준’ 같은 자리에서는 ‘어린 학문’이나 ‘어줍잖은 학문’이라든지, ‘어린 수준’이나 ‘어설픈 수준’이라고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 초보 지식 걸음마 지식 / 작은 지식 / 한줌짜리 지식

 ├ 초보적 기술 손쉬운 기술 / 작은 기술

 ├ 초보적 단계 걸음마 자리 / 이제 막 첫발 뗀 자리 / 처음 자리

 └ 초보적인 수준  낮은 눈높이 / 병아리 자리 / 어설픈 눈높이 / 모자란 눈높이

 

그나저나, 국어사전 보기글에도 실려 있기는 합니다만, ‘초보 수준’과 ‘초보적 수준’은 어떻게 갈라지려나요. ‘초보 기술’과 ‘초보적 기술’은요? ‘초보 지식’과 ‘초보적 지식’은 또 얼마나 다르지요? ‘초보 단계’와 ‘초보적 단계’는 뜻이나 느낌을 얼마나 나누어 주고 있을까요.

 

쓸 만한 말이라면 마땅히 쓰고, 쓸모 많은 말이라면 널리 쓸 텐데, 우리가 쓰는 하나말 ‘초보’는 우리한테 얼마나 소담스러울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초보’라는 한자말을 꼭 써야 한다고 한다면, 이 한자말 뒤에 붙이려고 하는 ‘-적’은 얼마나 알맞는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우리 말을 무엇이라고 여기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어떠한 모습으로 돌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ㄴ. 초보적인 운동

 

.. 더 이상 이것은 초보적인 운동이 아니다. 이제는 커다란 사업이다 ..  <2분 간의 녹색운동>(M.램/김경자,박희경,이추경 옮김, 성바오로출판사, 1991) 166쪽

 

‘더 이상(以上)’은 ‘더는’이나 ‘이제’로 다듬고, ‘사업(事業)’은 ‘일’로 다듬어 줍니다.

 

 ┌ 초보적인 운동

 │

 │→ 걸음마 운동

 │→ 작은 운동

 └ …

 

아직 널리 퍼지지 못했기 때문에 ‘걸음마’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제 막 첫발을 디딘다’고도 이야기하고요. ‘아장 걸음을 뗀다’고 이야기해도 어울리고, ‘겨우 몇 걸음 떼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보기글 뒤쪽을 보면 ‘커다란 사업’이라는 글월이 앞쪽 글월과 맞서는 말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초보적’과 ‘커다란’이 맞서는 셈입니다.

 

 ┌ 작은 걸음 / 큰 걸음

 ├ 조그마한 일 / 커다란 일

 ├ 앳된 운동 / 무르익은 운동

 └ …

 

‘커다란’하고 어울리는 낱말은 ‘작은’이나 ‘조그마한’입니다. 그러면, ‘초보적’하고는 어떤 낱말이 어울릴까요. ‘능숙적’? ‘완숙적’? 아니면, ‘전반적’?

 

세상 어느 일이든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 일이 있으면 저 일이 있으며, 이 사람이 있으면 저 사람이 있습니다. 말과 글도 마찬가지라, 이런 자리에 이런 말을 쓰면 저런 자리에 저런 말을 쓰게 됩니다. 어떤 말을 쓰든, 이 자리에 어울리는 말과 저 자리에 어울리는 말이 얼마나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가를 가만히 헤아려 보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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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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