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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나로 먹고 사는 이들, 또는 글로만 먹고 살지는 않아도 글쓰기가 삶의 중심인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글쟁이, 저술가다. 글쓰기가 삶인 사람들이다. 아직 우리 책 세상에서 이들은 극소수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 이름을 내걸고 책으로 승부하면서 출판시장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인터뷰 후기에서)

 

‘나만의 집필 세계, 대한민국 대표작가 18인’이라는 부제가 붙은 <한국의 글쟁이들>(한겨레출판)을 만났다. 대한민국 대표작가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18명의 작가들 중에 한번이라도 들어본 이름의 저술가라곤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우선 각 분야별 대표작가라는 데서 수긍이 간다. 이 책은 한겨레 기자 구본준이 분야별 최고의 작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기자가 본 최고의 작가들의 집필세계와 노하우는 어떤 것일까, 그가 직접 만나서 독자들이 궁금해 할 법한 내공들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어 흥미를 유발시킨다. 맨 먼저 소개한 인물은 한 달여 전에 내가 책으로 만났던 국문학저술가 정민교수라 더욱 눈길을 끈다. 책을 쓰는 것보다 더 즐거운 게 없다는 국문학저술가 정민을 비롯해 미술 저술가 이주현, 여가 저술가 이덕일, NGO저술가 한비야, 동양철학 저술가 김용옥, 변화경영 저술가 구본형, 만화가 이원복, 자기계발 저술가 공병호,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 민속문화 저술가 주강현, 만화작가 김세영, 건축 저술가 임석재, 교양미술 저술가 노성두, 교양과학 저술가 정재승, 동양학 저술가 조용헌, 전통문화 저술가 허균, 서양사 저술가 주경철, 출판칼럼니스트 표정훈 등 그들의 저술노하우와 정보습득 기술, 자료 정리법, 그들의 특별한 서재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 18인의 집필가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거의 하나같이 대중을 위한, 대중에 초점을 맞춘,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글을 쓴다는 점이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 할지라도 대중이 외면하는 글은 살아남기 어렵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궁금해 하는지에 맞추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글을 쓴다는 공통점이다.

 

또한 자기 분야의 개성이 두렷하다는 점, 철저한 자기관리와 촌음을 아껴 쓴다는 점, 틀어박히길 잘 한다는 점, 독서광이며 메모광이라는 점, 짧은 문장을 쓴다는 점, 자료를 철저히 관리하고 중시한다는 점, 차별화 등등이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을 이들을 보면서 느낀다. 이들이 얻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오랜 시간동안 자기만의 노하우와 내공을 쌓은 결과라는 것, 거기에 용기와 기획능력 등이 플러스 효과를 냈다는 점일 것이다.

 

정민교수의 경우, 책을 쓸 때, ‘전달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한다. 대중은 정교수의 문체가 유려하다고 하지만 정작 그는 ‘글쓰기에 있어 아름다움을 전혀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글의 리듬과 언어의 경제성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정민 교수가 귀뜸한 ‘글 잘 쓰는 법’을 살짝 공개하자면 우선 “글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30퍼센트 정도만 줄여보라”고 주문한다. 정민 교수가 귀뜸하는 글 잘 쓰는 또 다른 요령은 바로 종결어미 관리다.

 

“우리말 종결어미는 세 가지가 있다. ①‘~다(이다)’체 ②‘~있다’체 ③‘~것이다’체인데, 정교수는  ”‘~이다’체는 잽이에요. 툭툭 던지는 잽. ‘~있다’체는 엎어 컷이나 훅이 되죠. ‘~것이다’체는 스트레이트에요. 잽이 되는 ‘~이다’체가 기본‘이라고 말한다. 반면, ’~것이다‘는 결정타가 된다’고 본다.“ ”결국 ‘~이다’체를 기본으로 하고, 가끔 힘을 줄 대 ‘~있다’체와 ‘~것이다’체를 적절히 써야 한다는 것이 그가 권하는 요령이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반>이라는 책 제목만 들어도 떠올리는 이름, NGO 저술가 한비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0대 소녀부터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그를 저자는 경이로운 글쟁이라 칭한다. 글쓰기 하나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사로잡은 사람인데다 그가 낸 책마다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말이다.

 

한비야 책은 술술 잘 읽힌다. 그 숨은 비결은 한비야의 숨은 노력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원고가 자기 마음에 꼭 들 때까지 수십 번씩 퇴고한다고 한다. 교정지가 ‘딸기밭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불바다가 되어’버린 듯 빨개질 정도라는 것이다.

 

“긴급구호 현장에서 수만 명이 죽어가는 현실이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사랑시이건,  글이라는 것은 운율이고 리듬이라고 생각해요. 호흡이 짧아지거나 거칠다싶으면 다 고쳐요. 입으로 읽어서 거칠면 눈으로 읽어서도 거칠다고 생각해요.”

 

한비야의 글이 힘이 센 것은 저자의 말대로 그가 경험한 생생한 체험을 알리기 위해 책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머리를 때리는 글이 아니라, 가슴을 때리는 글을 쓰자’고 생각한다. 책 없이, 볼펜 없이는 지하철을 타지 않는다는 자기계발 저술가 공병호의 ‘노페이, 노 게인(No pay, no gain)' 대가 없이 얻는 것은 없다’는 말이 각 분야별 최고 작가들의 저술노하우 등을 보면서 크게 공감한다.

 

글 하나로 먹고사는 이들, 글쓰기가 삶의 중심인 사람들, 글쟁이 18인의 저술 노하우와 그들의 집필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이것이 또 다른 독자들에게도 좋은 정보와 자료가 되리라 생각된다. 이 정보들이 어느 누군가의 자료첩에 모이고,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또 어떤 살아있는 창조적 정보가 되어 나올지 궁금해진다.


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한겨레출판(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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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글쟁이,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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