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ㄱ. 학문적 입장

 

.. 그의 학문적 업적이 제아무리 대단했어도, 또한 그의 성경 해석이 그토록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어도, 사람들은 이 유태 철학자를 여전히 ..  <내가 읽은 책과 그림>(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김지선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2004) 35쪽

 

 첫머리에 나오는 ‘그의’는 ‘그가 이룬’이나 ‘그가 남긴’으로 다듬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그의 성경 해석(解析)”은 “그가 한 성경 풀이”나 “그가 풀이한 성경”으로 다듬어 줍니다. ‘여전(如前)히’는 ‘예전처럼’이나 ‘똑같이’나 ‘예전과 마찬가지로’로 손봅니다. ‘반향(反響)’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눈길’로 손볼 수 있고, ‘업적(業績)’은 ‘열매’로 손질합니다.

 

 ┌ 학문적(學問的) : 학문과 관련되었거나 학문으로서의 방법이나 체계가 서 있는

 │  - 학문적 업적 / 학문적 연구 / 학문적 성과를 남겼다 / 학문적으로 검증되다

 ├ 학문(學問) : 어떤 분야를 체계적으로 배워서 익힘. 또는 그런 지식

 │  - 학문이 깊다 / 학문에 힘쓰다 / 학문에 정진하다

 │

 ├ 그의 학문적 업적이

 │→ 그이가 이룬 학문이

 │→ 그가 쌓아올린 학문이

 │→ 그가 학문으로 이룬 열매가

 │→ 그이가 학문으로 맺은 열매가

 └ …

 

 ‘-的’을 뒤에 붙이면서 “무엇과 관련되었음”이나 “무엇으로서의 방법이나 체계가 서 있는”을 가리킨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학문적 업적’을 쓰는 분들이 그렇고, ‘문학적 업적’이라 말하는 분들이 그러하며, ‘사진적 업적’이라든지 ‘사회적 업적’이나 ‘경제적 업적’처럼 말하는 분들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우리 말은 ‘-的’을 붙이면서 “무엇과 관련되었음”을 밝히지 않습니다. “학문과 얽힌 업적”이나 “학문과 관련된 업적”이라고 말하면서 무엇을 뜻하려고 하는가를 밝힙니다. “학문으로서 틀이 짜여진 연구”라 하든지 “학문으로서 체계가 서 있는 연구”라고 적으면서 무엇을 뜻하고자 했는지를 밝힙니다. 또는 “학문 업적”이나 “학문 연구”라고만 짧게 끊으면서 우리 뜻과 생각을 나타냅니다.

 

 ┌ 학문적 연구 → 학문 연구 / 학문으로 파헤치기

 ├ 학문적 성과를 남겼다 → 학문으로 열매를 남겼다

 └ 학문적으로 검증되다 → 학문으로 검증되다 / 꼼꼼히 살펴지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고 있습니다. 사회가 바뀌고 정치가 바뀝니다. 문화가 바뀌고 삶도 바뀝니다. 이에 따라 말과 글도 함께 바뀌면서, 우리 깜냥껏 쓰던 말도, 우리 나름대로 쓰던 글도 함께 바뀝니다.

 

 예전부터 써 온 말투라고 해서 앞으로도 써야 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는 안 쓰던 말투라고 하여 앞으로 쓰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써야 할 말투는 무엇이고, 우리가 안 써야 할 말투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우리 삶에서 어떤 모습과 어떤 대목을 어떻게 바꾸어 가면서 우리 말과 글도 바꾸려고 하고 있나요. 우리가 바꾸고 있는 우리 삶은 참으로 우리한테 도움이 되면서 즐겁고 반갑고 아름답고 살가운지요. 우리가 새롭게 받아들여서 쓴다는 말투와 말씨와 낱말은 참으로 우리 얼과 넋과 마음과 생각을 찬찬히 펼쳐 보이기에 넉넉한지요.

 

ㄴ. 학문적 동지

 

.. 1942년 평생의 반려자이자 학문적 동지였던 남편 베논이 세상을 떠났고, 6년 후인 1948년 9월 22일, 플로렌스도 땅에 묻혔다 ..  <시대를 뛰어넘은 여성과학자들>(달렌 스틸/김형근 옮김, 양문,2008) 28쪽

 

 “평생(平生)의 반려자(伴侶者)”는 “평생 동무”나 “평생 짝꿍”이나 “온삶을 함께한 길동무”로 손질해 줍니다. “6년(六年) 후(後)인”은 “여섯 해 뒤인”으로 손봅니다.

 

 ┌ 평생의 반려자이자 학문적 동지였던

 │

 │→ 평생 길동무이자 배움동무였던

 │→ 평생 함께 살고 학문도 함께 하던

 │→ 온삶을 함께 걷고 학문도 같이 하던

 │→ 온삶과 학문을 함께 하던

 └ …

 

 문득, “학문적 동지”에서처럼 ‘-的’을 안 붙이고 ‘-의’를 붙인 “평생의 반려자”라는 대목이 궁금합니다. 이 자리는 토씨 ‘-의’가 한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까요. “평생적 반려자”처럼 적을 생각은 해 보지 않았을까요. 이와 마찬가지로 “학문적 동지”가 아닌 “학문의 동지”처럼 적을 생각을 안 해 보았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 평생적 반려자이자 학문적 동지였던

 └ 평생의 반려자이자 학문의 동지였던

 

 ‘-的’을 붙이는 말버릇이기에 ‘-의’를 아무 데나 붙입니다. ‘-의’를 아무 데나 붙이는 글버릇이기에 ‘-的’을 이냥저냥 씁니다. 토씨 ‘-의’를 잘 다스리는 사람치고 ‘-的’을 함부로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的’을 함부로 안 쓰는 사람치고 토씨 ‘-의’를 엉터리로 붙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느 한 가지를 잘 한다고 다른 여러 가지를 모두 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기 스스로 다문 한 가지라도 알뜰히 추스르려고 애쓰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 꼭 한 가지라도 올바르게 볼 뿐 아니라 올바르게 가다듬도록 마음쓰는 사람은, 허물과 껍데기와 겉치레를 차근차근 털어냅니다. 씻어냅니다. 벗어던집니다. 생각으로는 옳다고 느껴도 몸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하고 생각도 없고 몸도 안 움직이는 사람들이 바로 말과 글을 모두 엉망진창으로 흐트려 놓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적#적的#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