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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잠재’능력을 ‘숨기고’ 있는

 

.. 이상철이란 놈은 도대체 어디까지 잠재능력을 숨기고 있는 걸까? ..  <산바치 카와/정선희 옮김-4번 타자 왕종훈 (32)>(서울문화사,1997) 132쪽

 

 “숨기고 있는 걸까?”는 “숨기고 있을까?”로 손봅니다. ‘도대체(都大體)’는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으나 ‘참으로’나 ‘참말로’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 잠재(潛在) :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속에 잠겨 있거나 숨어 있음

 │   - 잠재 능력 / 인간의 잠재 가능성 / 인플레 요인의 잠재가 표면화되었다

 │

 ├ 잠재능력을 숨기고 있는 걸까?

 │→ 자기 힘을 숨기고 있을까?

 │→ 힘을 감추고 있을까?

 │→ 자기 힘일까?

 └ …

 

 숨겨 놓았으니 ‘숨긴 힘’, 또는 ‘숨은 힘’입니다. 처음부터 ‘잠재능력’이 아닌 ‘숨은 힘’으로 적었다면, “잠재능력을 숨기고” 같은 겹말을 적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 잠재능력 → 숨은 힘 / 숨겨진 힘

 ├ 인간의 잠재 가능성 → 사람한테 숨겨진 모습

 └ 인플레 요인의 잠재가 표면화되었다 → 잠자던 인플레 요인이 드러났다

 

 한자말을 쓰고 안 쓰고를 떠나서, 우리 말을 알맞게 쓰느냐 못 쓰느냐를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한자말을 쓰든 안 쓰든, 우리 말 문화가 얼마나 어지럽게 되어 있고 뒤죽박죽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아 주고요.

 

 보기글을 통째로 다듬어서, “이상철이란 놈은 참말로 어디까지 힘을 낼 수 있을까?”쯤으로 고쳐써 봅니다.

 

 

ㄴ. 웃기는 희극영화

 

.. 나도열이란 형사는 색기 흐르는 여자만 보면 천하무적 흡혈귀로 변해 슈퍼맨처럼 활약한다는 ‘웃기는’ 희극영화다 ..  <전태일기념사업회 엮음-전태일 통신>(후마니타스,2006) 248쪽

 

 ‘변(變)해’는 ‘바뀌어’로 고칩니다. ‘활약(活躍)한다는’은 ‘날아다닌다는’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 희극영화(喜劇映畵) : 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

 │

 ├ ‘웃기는’ 희극영화다

 │→ ‘희극’영화다

 │→ ‘웃기는’ 영화다

 └ …

 

 사람들을 웃게 하는 영화는 ‘웃기는’ 영화입니다. ‘웃기다’는 사람들이 웃도록 한다는 뜻 하나와, 맞은편을 얕보거나 딱하게 여기는 뜻 하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기글에서는 이 두 가지 뜻을 살살 섞어서 말하고 있구나 싶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웃기는 희극영화”처럼 적어야 했을까요. “슬픈 비극영화”처럼 적을 수 있겠습니까. 이 자리에서는 따옴표만 붙이면 됩니다. ‘희극영화’라고만 적으면서, “‘희극’영화”라 하든지, ‘웃기다’라는 말을 넣어 “‘웃기는’ 영화”라 하든지.

 

 

ㄷ. 전쟁 때부터 평시로

 

.. 과학은 전쟁 때부터 평시로 이동하면서 누구한테도 비난받지 않고 전후의 세계에까지 살아남았던 것이다 ..  <나카야마 시게루/오동훈 옮김-전후 일본의 과학기술>(소화,1998) 15쪽

 

 “전후(戰後)의 세계에까지”는 “전쟁이 끝난 뒤에까지”로, ‘이동(移動)하면서’는 ‘옮기면서’로 손봅니다.

 

 ┌ 평시(平時) = 평상시

 │   - 그는 평시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하였다

 │

 ├ 전쟁 때부터 평시로

 │→ 전쟁 때부터 평화 때로

 │→ 전쟁하던 때부터 평화로운 때로

 └ …

 

 앞에서는 전쟁 ‘때’라 적었으나, 바로 뒤에서는 평‘시’라고 적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을 때가 ‘전쟁 때’라면,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 때는 ‘평소 때’라고 적어야 앞뒤가 어울리지 않을는지요.

 

 ┌ 평시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하였다 (x)

 └ 여느 때보다 일찍 학교에 닿았다 (o)

 

 다른 일이 없는 여느 때를 ‘여느 때’로 적지 못하고 ‘평시’로 적는다면, 이와 어울리는 한자말은 ‘戰時’입니다. 차라리 아예 ‘전시-평시’로 적든지 ‘전쟁 때-여느 때’로 맞추든지 해 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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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중복표현#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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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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