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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어디 불편하셔서 오셨어요?"

8월에는 비교적 한산하던 보건지소가 9월 들어서면서 바빠졌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예닐곱의 어르신들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대부분 혈압과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에 대한 약을 처방 받기 위해 오신 환자들만은 아닙니다.

"몸살이 있는 동 없는 동… 목이 쐐하고 기침이 자꾸 나…"라고 말씀을 하면서도 괴로운 표정이 역력합니다. "의사 양반, 어디 한번에 떨어지는 감기약 없나?"

공교롭게도 달이 바뀌는 때를 맞아서 감기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는 아침저녁으로 갑자기 선선해진 날씨와 무관하지 않게 보입니다.

독감예방접종을 받고 계신 할머니. 65세 이상의 어르신 등 예방접종권장대상자에 포함되는 사람이라면 독감 예방접종을 12월 전까지 마쳐야 합니다.
 독감예방접종을 받고 계신 할머니. 65세 이상의 어르신 등 예방접종권장대상자에 포함되는 사람이라면 독감 예방접종을 12월 전까지 마쳐야 합니다.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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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감기에 조심해야 할 시기

절기가 바뀌는 시기를 '환절기'라고 합니다. 환절기가 언제부터 시작된다는 정의는 없습니다. 요즘과 같이 낮 시간은 아직 한여름이지만,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기가 환절기가 아닐까요?

감기의 증상은 누구나 쉽게 알고 있는 대로 목이 칼칼해지거나 기침, 콧물, 열, 가래, 설사 등입니다.

유준현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호흡기에 가장 해로운 것은 찬 공기"라면서 "밤낮의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커지면서 신체는 균형을 잃게 되고 면역성이 떨어지면서 감기에 걸리기 쉽다"고 설명합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밤낮으로 온도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인체의 체온조절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체력 소모가 많은 여름에 인체는 이에 맞게 열 생산을 억제하지만, 큰 일교차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서 피로가 쌓이고 약해지기 때문에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환절기에 특히 많은 감기 환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감기는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므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으로 치료하는데, 대개 일주일 내에 증상이 소실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기에 걸리지 않게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노인이나 만성 폐질환자들은 미리 독감예방주사를 맞아 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합니다.

한편 유준현 교수는 "감기에 걸릴 경우 약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도 개선되지 않을 때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면서 "특히 폐렴이나 결핵의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므로 병을 악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만성 기침, 감기가 아니다

환절기만 되면 특히 기침을 많이 하는 환자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대수롭지 않게 감기약만 복용하며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증상이 잘 호전되지 않고 기침이 계속된다면 한번쯤은 천식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천식은 찬 공기, 자극적인 냄새, 담배 연기, 매연 등 기관지에 자극을 주는 물질에 노출 시 기관지가 좁아져 숨이 차고 쌕쌕 하는 숨소리가 들리면서 기침을 심하게 하는 증상을 보이는 병으로,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 때문에 나타납니다. 

천식을 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 감기, 곰팡이균, 집먼지 때문에 발병도가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유준현 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는 오히려 봄철보다 가을철이 더욱 심하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면서 "가을철에 날리는 꽃가루는 쑥 꽃가루, 풍매화 꽃가루, 돼지풀 꽃가루 등인데 1년중 8월 말과 9월이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합니다.

천식을 악화시키는 꽃가루 알레르기의 경우는 알레르기 피부반응검사로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어 치료약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고, 집먼지 진드기 또한 가을철이면 천식환자를 많이 유발시키는데 집안 먼지를 털어 내고 통풍을 자주 시켜주면 소파나 카펫 등을 깨끗이 하거나 없애는 등의 방법으로 호전이 됩니다.

한의학적으로 천식은 호흡조절이 실조된 것으로 보는데 호기(呼氣)를 담당하는 폐와 흡기(吸氣)를 담당하는 신(腎) 및 오장(五臟)을 조절하는 비토(脾土)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한의학적인 천식의 치료는 항염증요법과 기관지 확장요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노석선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는 "항염증요법을 위하여 활혈거어(活血祛瘀)의 효능이 있는 도인, 단삼, 천궁, 수질과 같은 약물과 거담(祛痰)효능이 있는 백과, 백개자, 소자, 반하 등의 약물을 병증에 따라 선택하여 치료하며, 기관지를 확장시켜주고 기관지 경련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마황, 행인, 선퇴 등의 약물을 응용하기도 한다"고 한의학적 치료법을 설명합니다.

감기와 천식은 환절기의 대표적인 불청객입니다. 가을로 들어서는 문턱에서 이들 불청객을 만나시는 불상사가 없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환절기건강, #천식,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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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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