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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그 어떤 현대 미술관에 갖다 놔도 손색이 없을 게 분명했다. 톨로키와 노리아는 뒤로 물러서서 감탄의 눈초리로 집을 바라보았다 ..  <곡쟁이 톨로키>(자케스 음다/윤철희 옮김, 검둥소, 2008) 88쪽

 

“세상의 그 어떤”은 “세상 그 어떤”으로 고쳐 주고, “손색(遜色)이 없을 게 분명(分明)했다”는 “부끄럽지 않으리라”나 “빠지지 않으리라 보였다”나 “넉넉하게 느껴졌다”로 고칩니다.

 

 ┌ 감탄(感歎) :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복함

 │   - 감탄과 경의를 표하다 / 감탄이 나오다 /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다

 │

 ├ 감탄의 눈초리로

 │→ 놀랍다는 눈초리로

 │→ 훌륭하다는 눈초리로

 │→ 흐뭇해 하는 눈초리로

 └ …

 

국어사전에서 ‘탄복(歎服)’이라는 말을 찾아봅니다. 뜻풀이는 “매우 감탄하여 마음으로 따름”이라고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감탄’이고 ‘탄복’이고 무엇을 뜻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뒤죽박죽이 됩니다.

 

뜻풀이가 왜 이 모양인가 싶어 곰곰이 생각에 잠기지만,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뜻풀이가 이처럼 뒤죽박죽인 ‘감탄’이나 ‘탄복’이라는 낱말은, 처음부터 우리가 쓸 만하지 않았겠구나 싶습니다. 널리 쓸 만했을 뿐 아니라 두루두루 쓰던 낱말이라 한다면, 뒤죽박죽 뜻풀이나 엉터리 뜻풀이를 달 수 없어요. 널리 쓰이는 만큼 또렷하고, 두루 써 온 만큼 환하니까요.

 

 ┌ 감탄과 경의를 표하다 → 놀라면서 우러러보다

 ├ 감탄이 나오다 → 아, 하는 소리가 나오다

 └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다 →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

 

국어사전에서 ‘놀라다’를 찾아봅니다. 모두 다섯 가지 뜻풀이가 달립니다. 첫째 뜻은 “뜻밖에 겪는 일로 가슴이 두근거리다”입니다. 우리가 으레 “뒤에서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가 바로 ‘놀라다 (1)’입니다. 둘째 뜻은 “갑자기 무서움을 느끼다”입니다. 우리들이 “먹구름이 몰려들고 벼락이 수없이 내리쳐서 놀랐다”고 말할 때가 ‘놀라다 (2)’입니다. 셋째 뜻은 “뛰어나거나 좋은 무엇인가를 보고 마음이 매우 움직이다”입니다. 우리가 “이웃집 할머니가 그동안 그려 온 그림을 보고는 크게 놀랐습니다.” 하고 말하는 자리가 곧 ‘놀라다 (3)’입니다. 넷째 뜻은 “어처구니가 없거나 기가 막히다”입니다. 때때로 “대학교까지 마친 녀석이 편지 한 장 제대로 못 쓰니 놀랄 노릇이다” 하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때가 ‘놀라다 (4)’입니다. 다섯째 뜻은 “여느 때와 다르게 크게 반응을 보이다”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시면, “안 먹던 고기를 먹어서 배가 놀랐나 보다” 하고 말하던 일이 떠오르리라 봅니다. 이 자리가 ‘놀라다 (5)’입니다.

 

사람들이 뜻풀이를 제대로 살펴 가면서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토박이말 ‘놀라다’는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을 뿐더러, 나날이 새로운 쓰임새가 생겨날 만한 낱말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만, “아무개 선수가 요즈음 놀라운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처럼 쓰이는 자리는 ‘대단하다’나 ‘훌륭하다’를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뜻으로 ‘놀라다’는 여섯째 말풀이와 일곱째 말풀이를 이어나가리라 봅니다.

 

 ― 놀라다 ← 감탄 / 탄복

 

우리 스스로 자꾸만 우리 말을 업신여기거나 내동댕이쳐서 그렇습니다만, 우리 스스로 자꾸자꾸 우리 말을 사랑하거나 다독여 준다면, 우리네 말살림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게 됩니다. 우리네 말살림이 늘어나는 동안에는, 우리 스스로도 말씨와 글씨가 나아집니다. 때에 알맞고 곳에 걸맞는 낱말과 말투가 무엇인가를 찬찬히 헤아리면서 한결 아름다이 말하거나 글쓸 수 있습니다.

 

날마다 사랑하고 아끼며 돌보는 꽃이 더 싱싱하고 곱게 자라듯, 날마다 사랑하고 아끼며 돌보는 말과 글이 되어야, 참 아름다움과 넉넉함을 담뿍 뽐내는 우리 말과 글로 자리를 잡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토씨 ‘-의’#우리말#우리 말#-의#감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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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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