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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빈곤화되다

 

.. 빈곤층이 참담하게 더 빈곤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나는 가장 밑바닥에서 흔들리고 있는 두 개의 끝 지점을 만났다 ..  <부서진 미래>(삶이보이는창, 2006) 18쪽

 

‘참담(慘澹)하게’는 ‘끔찍하게’나 ‘무섭게’로 다듬고, “두 개의 끝 지점”은 “두 끝 지점”이나 “두 끄트머리”로 다듬어 줍니다.

 

 ┌ 빈곤화 : x

 ├ 빈곤(貧困)

 │  (1) 가난하여 살기가 어려움

 │   - 빈곤 타파 / 빈곤에 시달리다

 │  (2) 내용 따위가 충실하지 못하거나 모자라서 텅 빔

 │   - 문화적 빈곤

 │

 ├ 더 빈곤화되고 있는 사회

 │→ 더 가난해지고 있는 사회

 │→ 더 쪼들리고 있는 사회

 │→ 더 밑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는 사회

 └ …

 

‘빈곤층’이란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빈곤층이 더 빈곤화되고 있다”고 한다면,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진다”는 이야기이거나, “밑바닥 사람들이 더 밑바닥으로 내려간다”고 하는 소리입니다.

 

 ┌ 빈곤 타파 → 가난 떨쳐내기

 ├ 빈곤에 시달리다 → 가난에 시달리다

 └ 문화적 빈곤 → 문화가 없음

 

한자말 ‘빈곤’을 그대로 써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빈곤한 사람들이 더 빈곤해지고 있는”으로 다듬어 줍니다. 그러나 ‘貧困’이란 무엇인가요. 다름아닌 ‘가난’을 한자로 옮겨적으니 ‘빈곤’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일, 가난하지 않던 사람이 가난해지는 일은 ‘가난하게 됨’이나 ‘가난해짐’입니다. ‘빈곤 + 化’가 아닙니다.

 

 ┌ 빈곤층이 참담하게 더 빈곤화되고 있는

 │

 │→ 가난한 사람들이 끔찍하게 더 가난해지고 있는

 │→ 가난할수록 몸서리쳐지게 더 가난해지는

 └ …

 

우리 세상은 돈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면서, 사람들 삶을 억누릅니다. 문화시설과 예술시설과 체육시설과 놀이시설과 복지시설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지어지면서, 사람들 삶을 갉아먹습니다.

 

돈이 적은 사람들이 누릴 문화 터전이란 얼마나 되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다닐 수 있는 교육 터전이란 얼마나 있습니까. 복지를 헤아리지 않는 가운데 문화는 자리잡지 못하고, 문화가 자리잡지 못하는 가운데, 여느 사람들 말씨와 말투까지 무너지고 엉클어집니다.

 

 

ㄴ. 약화되다

 

.. 이 민족운동은 1938년 말에 한구와 광주가 함락되기 전까지는 넓은 지지기반을 얻고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약화되었다 ..  <님 웨일스/편집부 옮김-중국 노동운동사>(청사,1981) 121쪽

 

 “함락(陷落)되기 전(前)까지”는 “빼앗기기 앞서까지”나 “잃기 앞서까지”로 다듬고, “넓은 지지기반(支持基盤)을 얻고”는 “널리 지지를 받고”나 “널리 사랑을 받고”나 “널리 힘을 받고”로 다듬습니다. “그 이후(以後)로는”은 “그 뒤로는”으로 고치고, “1938년 말(末)”은 “1938년 끝무렵”으로 고쳐 줍니다.

 

 ┌ 약화(弱化) : 세력이나 힘이 약해짐

 │   - 국력의 약화 / 왕권이 약화되다

 │

 ├ 그 이후로는 약화되었다

 │→ 그 뒤로는 힘이 줄었다(빠졌다)

 │→ 그때부터 힘이 없어졌다(사라졌다)

 └ …

 

 말뜻 그대로 ‘약해지다’로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적으면 걱정거리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약해지다’로조차 쓰지 못하고 ‘약화되다’로 쓰고 맙니다.

 

 ┌ 국력의 약화 → 나라힘이 빠짐

 └ 왕권이 약화되다 → 임금힘이 줄어들다

 

 사람들이 사람다움을 잃으니, 우리 말도 우리 말다움을 잃어버릴까요. 사람들 스스로 삶다운 삶을 내던지니, 우리 글도 우리 글다움을 놓치는지 모릅니다. 우리 삶터와 세상 흐름이 고즈넉하며 아름다운 길에서 벗어나니, 우리 말 문화가 힘없이 주저앉을까 걱정입니다.

 

 ― 힘을 잃다 / 힘이 빠지다 / 힘이 없어지다 / 힘을 빼앗기다

 

 영어마을을 만들고 영어교실을 세우고 영어강사를 들이는 데에 수천 억 원을 쏟아부을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몸을 바치고 땀을 흘리니, 이 나라에서 영어는 크게 힘을 냅니다. 이와 달리 알맞춤하며 곱고 살가운 말과 글을 쓰도록 하는 데에는 나라에서 한푼도 안 쓰는 가운데, 여느 사람들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배움마당이 보이지 않고, 글쓰기로 살아가는 지식인들 스스로도 말과 글을 형편없이 쓰고 있습니다. 이러는 동안 우리 말은 아무 힘을 못 쓰고 자꾸자꾸 숨이 차고 목이 마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태그:#-화, #화化, #우리말, #우리 말, #외마디 한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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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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