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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전통적인 이브

 

.. 어린아이 티를 벗지 못하는 전통적인 이브가 아니라, 자기가 처한 상황이 옳지 못함을 꿰뚫어보고 ..  <사랑의 매는 없다>(앨리스 밀러/신홍민 옮김, 양철북, 2005) 28쪽

 

“자기가 처(處)한 상황(狀況)”은 “자기가 놓인 상황”이나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나 “자기가 어떻게 있는지”로 다듬어 줍니다. 뒤엣말과 묶어서 “자기가 놓인 자리가 옳지 못함을 꿰뚫어보고”나 “자기가 선 자리가 옳지 못함을 꿰뚫어보고”로 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 전통적(傳統的) :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   - 전통적 가치관 / 전통적 방법 / 전통적 윤리관 / 전통적인 사회 규범 /

 │     전통적인 생활양식 /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다 /

 │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충과 효를 인간됨의 기본 덕목으로 삼았다

 ├ 전통(傳統) :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

 │    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 관습, 행동 따위의 양식

 │

 ├ 전통적인 이브

 │→ 낡은(낡아빠진) 이브

 │→ 구닥다리(한물 간) 이브

 │→ 판에 박힌(틀에 박힌) 이브

 └ …

 

보기글에 나온 ‘전통적’은 “예부터 이어져 오는”을 뜻한다기보다는 ‘낡’거나 ‘틀에 박힌’ 무엇인가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옳습니다. ‘전통’이라는 말은 오랜 역사와 문화가 깃들었다는 뜻 한 가지와, 오래되기만 할 뿐 아무런 문화나 역사가 깃들지 않았다는 뜻 한 가지로 함께 쓰여요.

 

 ┌ 전통적 윤리관 (x)

 ├ 전통 윤리관 (o)

 │

 ├ 전통적인 생활양식 (x)

 └ 전통 생활양식 (o)

 

“전통적으로 충과 효를 기본 덕목으로 삼았다”에서는 “예부터 …”처럼 손질해 봅니다. ‘전통’만 따로 쓸 자리에서는 이 낱말을 알맞게 쓰면 되지만, 이 낱말 뒤에 ‘-적’을 붙일 때에는 그다지 안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ㄴ. 전통적으로 수행자들은

 

.. 전통적으로 수행자들은 말이 많은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  <붓다 나를 흔들다>(법륜, 샨티, 2005) 46쪽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불도를 닦는 데에 힘쓰는 사람을 ‘수행자(修行者)’라고 합니다. 그런데 ‘수행’이란 “갈고닦아 몸소 한다”를 뜻하고 있으니, 이와 같은 말뜻에 따라서 조금 더 손쉬운 말로 풀어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길어지더라도 “마음을 닦는 사람들은”처럼 적어도 되고요. “말이 많은 것을”은 “말이 많으면”이나 “말을 많이 하는 일을”로 손질합니다.

 

 ┌ 전통적으로 수행자들은

 │

 │→ 예부터 수행자들은

 │→ 흔히 수행자들은

 └ …

 

예부터 내려온 이야기라 한다면 “옛날부터 수행자들은 이러저러하게 생각합니다”라 해 주면 됩니다. 보기글에서는 굳이 옛날부터 내려온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음닦기를 할 때 ‘말이 많으면 썩 안 좋다’고 하는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이리하여, “흔히 수행자들은 이러저러하게 생각합니다”라 다듬어 보아도 어울립니다. 또는, “수행자들은 누구든 이러저러하게 생각합니다”나 “수행자라면 누구나 이러저러하게 생각합니다”로 다듬어 봅니다.

 

ㄷ. 전통적인 농법

 

.. 설립 취지는 전통적인 농법을 유지하고 싶은데 전문가의 방해를 받거나 시장으로부터 퇴출당할 위기에 놓인 소농에게 자문과 지원을 해 준다는 것이었다 ..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굿뉴스>(데이비드 스즈키,홀리 드레슬/조응주 옮김, 샨티, 2006) 314쪽

 

“설립(設立) 취지(趣旨)”는 “세운 까닭”으로 다듬어 줍니다. “농법을 유지(維持)하고”는 “농사법을 지키고”로 손보고, ’시장으로부터 퇴출(退出)당(當)할”은 “시장에서 쫓겨날”로 손봅니다. “자문(諮問)과 지원(支援)을 해 준다”는 “도와주고 뒷받침해 준다”로 풀어냅니다.

 

 ┌ 전통적인 농법을 유지하고

 │

 │→ 전통 농사법을 지키고

 │→ 옛 농사법을 잇고

 │→ 물려받은 농사법으로 이어나가고

 └ …

 

‘옛 농사법’이라고 해 주면 됩니다. 다만, ‘옛 농사법’이라고 할 때에, ‘낡은’이나 ‘구닥다리’로 잘못 받아들일까 걱정이 된다면 ‘물려받은’이나 ‘이어받은’을 넣을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전통’이라고 할 때에도, 오래도록 이어온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으나, 낡아서 이제는 집어치워야 할 무엇인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어요. 알맞게 말을 해도 알맞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셈입니다.

 

 ┌ 예전부터 농사짓던 대로 살고 싶은데

 └ 지난날부터 내려온 농사법대로 하고 싶은데

 

말씨를 살짝 바꾸어도 잘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태그:#-적, #우리말, #우리 말, #적的, #전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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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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