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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드 가든.
부차드 가든. ⓒ 제정길
부차드 가든
부차드 가든 ⓒ 제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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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정길
ⓒ 제정길
가까스로 그렇게 하기로 합의는 보았으나 마음은 편치도 개운치도 않았다. 저녁 어스름을 바라다 볼 때 같은 쓸쓸함과 무언가 머리 뒤를 내리눌러는 분노 같은 것이 울컥 올랐다가 뱃전의 파도를 타고 천천히 사라져 갔다. 어느새 배는 부두에 닿았다. 부두에서 부차드 가든까지는 차로 한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 이 선생은 재빨리 우리 짐을 그의 차에 옮겨 실었다. 그리고는 앵무새처럼 반복하여 말하였다.

"40분만에 구경을 마치고 나오셔야 됩니다. 40분만에 꼭 나오셔야 낮1시 배를 탈 수 있습니다."

부차드란 사람이 탄광을 하느라고 땅을 팠다가 그 아내의 설득으로 그 자리에 만들었다는 정원이었다. 그곳은 꽃들이 만발하여 지상의 천국을 이루었으나 시간에 쫒기는 우리는 제대로 쳐다볼 틈이 없었다. 그믐밤에 손전등 하나 들고 앞사람 등산화만 쳐다보며 산을 오르듯 길을 재촉하는 가이드의 발끝만 쳐다보며 부차드 가든을 돌았다.

가든 관광이 끝날 무렵 '스튜어드'가 내 곁에 다가와서는 옵션비용을 환불을 해주기로 했다면서 우리 두 사람 몫으로 30불을 내밀었다. 내가 왜 30불이냐는 표정으로 뜨악한 눈으로 쳐다보자 그는 이 선생과 의논했는데 반만 환불하기로 했다면서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반만 주니 미안하다는 뜻인지 반이라도 주니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뜻인지 읽기가 어려웠다. 어쨌거나 이제 와서 군말하기도 지쳐 돈을 받아 넣고는 걸음을 빨리하여 차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크기가 남한의 3분의 1이나 된다는 밴쿠버섬을 단 40분만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니 수박 멀리 놓고 쳐다보기 식으로 끝마치고, 총알택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모는 이 선생의 차를 타고 우리는 무사히(?) 1시 훼리를 타고 돌아 올 수 있었다. 오는 배 위에서 뱃전을 치고 나가는 물보라를 쳐다보아도 별로 상쾌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변을 보다 그대로 깔고 앉은 것처럼 기분은 텁텁하고 속은 더부룩했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딱히 밝혀지지도 않았지만 여행은 충분히 누추해져 있었다.

이게 과연 여행일까? 우리는 지금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유명하다는 그 무엇 하나를 보려고 허겁지겁 만리길을 달려가서는 눈도장 한 번 찍고 번개처럼 떠나야 하는 이것을 여행이라 부를 만 한 것인가? 그나마 그 일정마저도 찌그러져 버린 이 여행을…. 뱃전에 갈매기 한 마리 따라오다가 그도 결국 대답을 아니 하고 창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 제정길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늘근백수의 객적은 길 떠나보기 21'에 이어서 계속되는 캐나디안 록키 여행기입니다. 그동안 글 쓰기를 잠깐 멈칫했다가 지난 주말 102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여 글 올리기를 재개했습니다. 글의 구성상 처음부터 읽으심이 바람직하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캐나다#밴쿠버#시애틀#부차드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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