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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금도 난 허리가 좋지 않은데 그 시작은 한 오 년 정도 되었다. 그래서 직장도 쉬게 되고 요양 아닌 요양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놀기 시작했더니 살이 붙기 시작했다. 33인치 정도에 약간 통통하던 정도의 허리 사이즈도 36인치까지 늘고 체중도 10킬로그램 이상 삽시간에 불었다.

갑자기 놀게 된 탓도 있고, 허리가 좋지 않아서 활동량이 줄어든 탓도 있었다. 원래 술은 하지 않았고, 식사량이 는 것도 아닌데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활동량이 줄어들자 삽시간에 뚱보가 된 것이다.

비만에 대해서 죄악시(?)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확실히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내 몸이 갑자기 중년으로 진입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갑자기 뚱뚱해진 초창기에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증세도 조금 생겼다. 길을 가다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회피하게 되고, 사람들이 웃으면 나 때문에 웃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만 초기! 확실히 살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살을 빼기로 결심을 했다. 아픈 허리 탓에 걷기 외에는 유산소 운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권하신 다시마환을 삼시 세 끼 복용하면서 식사량을 삼분의 일로 줄였다.

원래 과식이나 간식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 밥공기가 조금 크다는 생각을 그 전부터 해오던 터여서 그렇게 결심을 한 것이다. 그런데 다이어트는 의외로 쉬웠다. 남들은 식사량을 줄이면 뭐가 자꾸 먹고 싶다던데 난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쉽게 쉽게 다이어트를 했다.

그렇게 해서 일주일에 1킬로그램씩해서 약 두 달만에 8킬로그램을 뺐다. 그러고는 이 정도면 되었다 싶어서 더 이상의 다이어트는 하지 않기로 하고 정상적인 식사를 했다.

걷기와 체질개선에도 좋다는 다시마환 복용은 그대로 하면서 식사만 조금 늘렸다. 그랬더니 체중이 2킬로그램 정도 늘고는 유지가 되었다.

그 이후에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걷기운동도 많이 못하고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고, 업무관계로 기름진 고기며 술을 하다보니 요요현상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 때마다 단 기간에 다이어트를 해서 조금 뺏다가 다시 늘었다가를 반복하다가 지금은 예전에 제일 살이 쪘을 때보다 1~2킬로그램이 모자라는 82킬로그램 정도다. 배도 많이 나왔고 바지는 36인치를 입는다.

집에서는 걱정을 많이 하시고 어머니는 기름진 식사나 고기류를 못 먹게 하시고, 여전히 아픈 허리 때문에 운동은 못하지만 걷기를 계속 권하신다.

그런데, 난 마음 한편으로 자신감도 조금 있다. 몇 번 살을 빼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허리만 조금 더 좋아지면 한 번에 다 뺄 수도 있을 것 같다.

며칠 전에도 병원에 갔다가 키와 체중을 재보고 지수를 보니 비만이라고 나온다. 그리고 옷을 입으면 배가 볼록하다. 거울을 보면 턱도 두 개다.

그런데, 비만도 해보고, 살도 빼다 보니 나름대로 철학이 생긴 것 같다. 성인병 따위를 피하며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비만인들을 홀대하는 풍토나 '빼빼'들을 우대하는 풍토가 비만보다 더 문제라는 생각말이다. 그리고, 덧붙이면, 당연한 소리지만 몸이나 얼굴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뚱뚱한 내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고 대인기피증 비슷한 것을 앓았을 때를 생각하면, 살을 한두번 빼보면서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한 번 해봤다는 자신감도 있고, 살찐다는 것 그것도 별로 창피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주변에 내 뱃살보며 타박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도 내가 나의 '살찜'에 대하여 하도 당당하자 이제는 아무 소리도 못한다. 그런 것을 볼 때 살이 찌건 어쩌건 간에 자신감과 당당함이 중요한 것 같다.

만국의 비만인이여 당당하자!

덧붙이는 글 | <'비만=질병'이라고?> 응모글


태그:#비만, #대인기피증, #당당, #과식,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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