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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배가 너무 많이 나왔어요."
"무슨 소리야? 남자라면 이 정도는 나와야지."

"남들이 웃어요."
"내 인생이 중요하지."


10년 전에 집사람과 나누던 대화 내용이다. 그 때만 하여도 배가 남산만 하였었다. 오죽하면 임신 8개월이라고 놀렸겠는가. 그래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나온 배를 즐기고 있었다. 남들의 소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원래 독선적인 성격이어서 다른 사람의 생각에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배가 그렇게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내 몸은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나 자신이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멈추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은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슨 일이든 끝장을 내고 마는 성격이었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맛이 있다고 생각하면 모두 다 없어질 때까지 먹었다. 배가 부르다는 느낌 같은 것은 아예 무시하였다. 우선 당장 혀에서 느끼는 감각에 치중하게 되니, 위장에서 보내는 신호는 인지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배가 터져도 남아 있으면 먹었다.

술도 마찬가지였다. 소주는 아무래도 첫잔이 쓰다. 그러니 맥주를 마셨다. 맥주의 맛은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약하다는 점이다. 소주는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할 수가 있다. 그러나 맥주는 그렇지 않다. 취할 때까지 마시려면 끝이 없었다. 앉은 자리에서 맥주 두 박스는 비워야 겨우 일어설 생각을 한 것이다.

술을 마시면 세상이 눈 아래로 내려온 듯해 좋았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세상은 온통 답답한 것들뿐이었다. 그런데 술을 마시게 되면 눈 아래 내려오는 세상을 향해 고함을 칠 수가 있어 좋았다. 그래서 계속 술을 마시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집사람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고통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

평상시 습관이 이렇게 엉망이면 운동이라도 열심히 했어야 하였다. 그런데 천성이 게으르다. 움직이는 것조차 싫어하는 성품이니, 어쩌란 말인가. 귀찮아서 할 수가 없고 힘들어서 할 수가 없게 되니, 몸은 더욱 더 엉망이 되어지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빨리 의식하고 깨달을 수 있어야 옳았다. 그러나 방치하고 있었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젊음의 열기 덕분이었다. 우리 몸이란 굉장히 강한 것이어서 젊으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젊었을 때에는 그렇게 믿었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버텨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배가 나오고 체중이 불어나는 것에 대해서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고 의심하지도 않았다.

나이란 무서운 것이다. 40대 중반에 들어서니,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몸이 삐거덕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비만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였다.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이상하다고 고개만을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통증은 찾아왔고 병원으로 실려 가고 말았다.

"몸 빼셔야 합니다."

수술을 하고 난 뒤 퇴원할 때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을 하는 사람이 의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런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니, 소홀할 수가 없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였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부터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였다. 책을 찾아서 읽고 선배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다이어트의 길은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험난하고 넘어야 할 고개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이어트의 원인을 종합해보니,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째는 음식이요, 둘째가 운동 부족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트레스였다. 수많은 책들을 모두 섭렵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원인을 찾았으니, 그 해결책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의 원인을 해소하면 되는 일이었다.

제일 먼저 착수한 것은 음식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음식을 줄이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확장되어 있는 위를 줄이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포만감을 느끼지 않으면 음식을 줄이는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포만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이 오래 동안 씹는 것이었다. 음식을 바로 넘겨버리면 절대로 포만감을 느낄 수 없다. 포만감은 위만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혀와 입이 합동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입과 혀에서 침을 솟구치게 함으로서 포만감 형성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음식을 입에 넣고 100번 정도 씹을 수 있으면 좋은 일이지만, 힘들다면 그 근처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3년 이상 계속 되니, 음식의 양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변하였다. 소량의 음식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사이에 물론 술과 담배는 깨끗하게 끊어버렸다. 기호 식품을 끊음으로 인해 삶이 건조해지기는 하였지만 장점도 많았다. 옷이 청결해지고 아침에 기침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다음은 운동이다. 천성이 게을러서 이것은 아직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의식을 가지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스트레인은 언제나 상존한다. 그 것이 스트레스로 작용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체중이 7kg 이상 빠졌다. 몸이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다. 이제는 집사람을 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체격이 왜소한 집사람은 살을 빼야한다고 조급하게 말한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집사람은 아직도 S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비만은 절대 인격이 아니라 병이다. 더욱 노력하여 살을 더 빼야겠다.<春城>

덧붙이는 글 | <비만=질병이라고> 응모 기사


태그:#비만,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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