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부여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고?”

김무력이 서라벌로 돌아온 지 사흘째 되는 날, 백제의 관산성에서 온 소식 하나가 그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예, 전하께서 그 때문에 급히 어전으로 드시라 하옵니다.”

본래 김무력은 한달의 휴식 기한을 얻고 서라벌로 돌아온지라 이런 기별이 별로 반가울 리 없었지만 아내인 화안공주의 일로 인해 심란했던 지라 차라리 일이 터지기를 바랐던 터였다.

“남부여에서 병사들을 모으고 있다 하오. 이들이 고구려를 치기 위함이라고 하면 우리 영토를 지나야 할 터인데도 아무런 기별이 없으니 심히 괴이쩍은 일이오.”

“남부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면 머뭇거릴 것이 있겠습니까. 제게 기병 1천을 주시면 급히 임지로 달려가 그들을 견제해 보이겠나이다.”

왕과 신료들은 적극적으로 나서는 김무력에게 신뢰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이미 김무력과 화안공주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서라벌에 사는 어린아이들조차 알 정도로 소문이 짠한 일이었다.

“허나 그대는 임지를 떠나 쉬고 있는 몸. 굳이 나설 것이나 있소?”

각간 중 하나가 김무력을 염려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임지에 일이 있는데 여기 있다는 것이 제게는 더 부담스러울 따름입니다. 그저 좋은 병사들을 데려갈 수 있도록 각간께서는 힘써 주십시오. 그리고 한 가지 청이 더 있습니다만......”

“그게 무엇이오?”

왕이 대견하다는 눈초리로 김무력을 내려다보며 나섰다.

“여기 남부여에서 와 궁중의 말먹이를 관장하는 고도라는 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자라면 남부여의 실정에 어느 정도 식견이 있을 터이니 그 자를 데려갈 수 있도록 윤허해 주시옵소서.”

“그런 일이라면 어려울 것이 없네.”

왕은 모른 척 넘어갔지만 다른 신료들은 속으로 김무력의 은근한 자존심 내세우기에 조금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고도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임을 당하겠지. 하지만 누구도 김무력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신료들은 이러한 생각을 하며 말을 마친 후 총총히 편전을 나서는 김무력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출전을 명하는 말은 곧 지체 없이 고도에게 전해졌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더러 남부여와의 변경으로 가라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고향과 좀 더 가까운 곳으로 가게 되었으니 좋지 않나?”

고도는 자신에게 전해져 온 소식을 들으며 정신이 멍해졌다. 남부여와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이미 서라벌 안에서 파다하게 떠돌고 있었고 고도 역시 이를 알고 있는 터였다.

‘이건 필시 김무력 그 자가 나를 데려가 해하려 하는 수작이다. 이를 피할 방도는 없을까?’

고도는 고민 끝에 사흘 전의 소동 후 발길을 끊었던 화안공주에게로 가서 일의 전말을 고하고 목숨을 구걸할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김무력은 고도가 그런 행동을 취하게끔 여유를 주지 않았다.

“지금 즉시 병영으로 오시오. 장군께서 한시가 급하다 하니 머뭇거릴 수가 없소.”

“허, 허나 조금 있으면 해가 질 터인데 무슨 출전이란 말이오.”

“내게 그런 것을 따져 묻는 게요? 오지 않으면 군율에 의해 다스릴 것이오.”

고도는 자신을 찾아온 김무력 휘하 비장의 협박과도 같은 말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싫건 좋건 이제는 당장 고도의 의지로 할 수 있는 형편이라고는 없었다. 고도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 김무력에게 갔으나 김무력은 그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자신의 휘하 비장으로 임명할 따름이었다.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서라벌을 벗어나 그곳에서 저녁밥을 지어 먹는다. 서둘러라.”

김무력이 이끄는 1천의 기병들 사이에서 고도는 자꾸만 화안공주가 있는 서라벌을 뒤돌아 보았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