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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드라마 <나쁜 여자 착한 여자>가 장르드라마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 장르는 바로 '사이코 서스펜스 스릴러'다. 불륜 드라마에서 사이코 서스펜스 스릴러로 탈바꿈하면서 시청자들은 짜증이 밀려온다.

사실 이 드라마는 착한 여자 세영(최진실 분)과 나쁜 여자 서경(성현아 분)이 주축이 되어 상반된 두 가정의 아내 모습을 대비시켜 극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무한도전>에 제7의 멤버가 있다면 여기에 제3의 멤버가 있다. 그래서 일찌감치 네티즌은 제3의 멤버를 간파하고 그녀에게 '미친 여자'라는 별명을 지어준 바 있다.

또한 제목 자체를 <나쁜 여자 착한 여자 미친 여자>로 바꾸라는 쓴소리까지 있어 왔다. 물론 미친 여자는 바로 서경의 남편 태현(전노민 분)을 스토커처럼 따라다녔던 그녀. 바로 소영(유서진 분)이다.

미친 여자, 왜 드라마 속 인물들만 몰라?

▲ '미친 여자'로 불리는 소영은 이제 스토커도 부족해 아동학대까지 하고 있다.
ⓒ imbc
늘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그녀의 모습이 얼마간 흥미를 제공해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시청률 하락과 시청자들의 짜증 원인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전까지도 서경의 만행을 콜롬보 형사처럼 척척 파헤치는 모습을 보여줘 의사가 아닌 사설탐정으로 전업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가 맡은 역할은 상당히 중요했다. 서경을 굳게 믿고 있던 남편 태현이 그 모든 사실을 알게 한 장본인이 바로 소영이기 때문이다. 즉 소영은 극의 갈등을 폭발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고 미친 여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당당하게 수행한 결과 일단 드라마는 재미를 얻었다.

사실 그녀가 없고 착한 여자 세영과 나쁜 여자 서경만 있었다면 답답함과 분노만 느낄 뿐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이 폭발될 일도 없었기에 소영이란 인물은 극중에서 주연보다도 중요한 역할이 아닐 수 없었다.

간간이 자신을 마음에 두지 않고 있는 태현을 향한 사랑 표현이 과해 다소 황당함과 짜증을 느끼게도 했지만 일단 드라마의 재미를 주었던 측면에서는 소영이란 인물은 <나쁜 여자 착한 여자>에서 효녀다.

하지만 이젠 도를 넘어섰다. 서경의 아들 우람이가 태현의 자식이 아니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와 태현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그녀의 말을 도통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사실 그것은 소영이와 태현의 결혼이 깨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녀는 완벽한 사이코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번 주에서는 서경을 만나는 태현이를 되찾기 위해 아들 우람이를 데려가고 전화를 받지 않고 화가 난 상태에서 우람이가 계속해서 울자 장롱에 가둬버리는 미저리 여사의 모습까지 보였다.

그런데 이 미저리 여사의 정신병을 의사인 서경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단지 건우가 '당신 제정신이 아니야!'라고만 할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이미 서경의 친구로서 소영은 자격박탈이다.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한 남자를 향한 짝사랑이 집착으로 돌변해 한 인격체를 정신질환자로 몰고 갔음에도 아무도 그녀를 정신병원에 데려갈 생각이 없다.

그저 너무나 태현이를 사랑해서라고만 이야기하고 있다. 만일 현실에서 소영이와 같은 여성이 있었다면 당장 스토커로 신고하거나 병원에 감금시켰으리라. 하지만 드라마의 갈등을 만들어 내기 위해 우리의 미친 여자 소영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 미친 여자가 병원에 가고 안 가고는 사실 상관이 없다. 이젠 재미가 아닌 짜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불륜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아동학대라는 범죄를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나쁜 여자 착한 여자>는 온통 극 중 인물들이 범죄행위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그녀의 만행은 완벽한 사이코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뿐이 아니다. 드라마는 온통 미친 사람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이코패스까지 등장한 황당함!

▲ 네 명의 주인공은 웃고 있지만 시청자는 짜증이 난다.
ⓒ imbc
바로 건우와 서경이다. 건우는 일찌감치 뻔뻔스러움으로 파렴치의 극치를 보여준 바 있다. 요즘 들어서 돈도 없고 건강도 잃고, 서경에게서도 차인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집에 빌붙어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영이에게 당당하게 돈을 요구한다. '내가 보기 싫으니까 돈을 달라'는 식이다. 뻔뻔을 넘어서 아주 비상식적인 행동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행하고 있다. 그리고 제 식구들은 그래도 피붙이라고 냉정하게 구는 세영이를 나무란다. 핏줄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건우의 행동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렇다면 서경이는 어떠한가? 뒤늦게 남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용서해달라며 다시 합치자고 애원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소영이처럼 그림자 스토커 짓을 행하고 있다. 틈틈이 시간만 나면 태현이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고, 불쑥 찾아가 기다린다.

거기에 시누이, 시어머니까지.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모습이 친구 소영이를 닮았다. 그녀들이 왜 친구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불륜을 저지른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시어머니에게 뺨을 맞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당당함을 잊지 않는다. 당당함이 삶의 모토인지 헤어지자고 이야기할 때도 당당하고, 합치자고 할 때도 너무나 당당하다. 그리고 태현이에게 '넌 아직 나를 좋아해'라는 식으로 말하니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건우와 서경이의 진단해 본다면 병명은 '사이코패스'다. 사이코패스란? 선천적으로 양심이 없어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제로인 사람들. 냉혈한. 무감동자.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을 지칭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건우와 서경은 선천적으로 양심 없는 인간들일지도 모른다. 꼭 사람을 흉기로 죽이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 이미 그들은 세영과 태현이에게 살인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당하고 뻔뻔한 건우와 서경이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결국 미친 여자 소영이와 함께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건우와 서경. 그렇다고 세영이도 정상은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도 착한 아내 콤플렉스가 있었다. 이처럼 등장인물 모두가 비정상적인 인물들도 그려져 내용과 함께 불쾌함을 조장하고 있다.

어서 빨리 제대로 병원에 단체로 가서 검사를 받고 정상인으로 돌아와 정상적인 드라마를 보여주길 또다시 한 번 기대해 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쁜여자 착한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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