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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판 <키드갱>
드라마판 <키드갱> ⓒ 사과나무픽쳐스
줄거리는 이렇다. 그 이름도 찬란한 '피의 화요일'파 두목 '강대봉'은 부하들을 지나치게 잡아가는 형사를 따끔하게 혼내주고자 그의 집으로 쳐들어가, "지 놈도 내 맘을 한번 알아야 한다"는 심산에 그의 아기를 납치한다.

하지만 그의 집을 나오는 그 순간, 형사의 집은 가스폭발로 형체도 없이 사라졌으며, 졸지에 아기를 길러야 하는 처지가 된다.

아기는 이때부터 '철수'가 된다. <키드갱>은 '조폭'과 '아기'라는 이질적인 캐릭터가 만나, 두 캐릭터를 바라보는 만화 고유의 시선이 결합돼 기묘한 재미를 양산한다.

단순무식하기 때문에 세상의 사물과 현상도 기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더러 있는 조폭, 귀엽기 그지없지만 때로는 어른 못지 않은 영악함과 끝없는 욕심으로 무적의 캐릭터로 군림하는 아기.

물론 조폭은 아기에게 이길 수 없다. '강대봉'은 "철수도 강한 남자로 자라나야 하며, 조직의 일원인 이상 나를 형님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철수'에게 그는 '엉님'이며, 이따금씩 '철수'가 아기임을 망각하는 '강대봉'의 어처구니없는 처사에도 '철수'는 굴하지 않고 강한 한 방을 선사한다.

그렇듯 귀엽게 채색된 조폭 집단의 이미지, 아기의 알 듯 모를 듯한 신경전과 싹트는 정이 <키드갱>의 중심소재다. 그것뿐이 아니다.

그들 '피의 화요일'파는 비록 지금의 초라한 처지 탓에, 가끔은 먹을 것에 미쳐 두목과 부하 사이도 잃어버릴 만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왕년에는 전국을 들쑤신 최강의 조직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게다가 독자에게 미친 듯한 웃음을 선사하기에 '철수' 못지않은 사랑을 받는 '홍구'의 존재, 막내조직원 '한표'를 둘러싼 냉엄한 '고삐리'의 세계와 사랑싸움 등, 주변부 요소도 흥미있다.

기묘한 불균형 개그의 향연, <키드갱>이 오랜 인기를 누리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는 주변의 사소한 현상도 민감하게 잡아내 개그로 연결시키는 신영우의 비상한 작가적 재능과, 정성을 다한 '육아를 위한 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폭, 사실 이렇게만 활용한다면 욕할 이유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드라마 시리즈에서는 어떻게 그려질까?

작품의 핵심인물, '철수'와 '강대봉(혹은 강거봉)'
작품의 핵심인물, '철수'와 '강대봉(혹은 강거봉)' ⓒ 삼양출판사
드라마판 <키드갱>에서는 손창민이 말 많고 탈 많은 '강대봉(혹은 강거봉)'을 맡아 수염까지 기르며 등장할 예정이며, 핵심 캐릭터 '칼날'과 '홍구'는 이기우와 이종수가 맡는다.

드라마 시리즈인 이상, 사회적으로 다소 민감하게 여겨질 수 있는 원작의 초반 설정은 각색된 것으로 보인다. '철수'는 형사의 아들이 아닌, 거대조직 보스의 아들로서 그들에게 떠맡겨진 것으로 설정됐으며, 그들이 상대할 구체적인 악(惡) 역시 해당조직의 2인자로 설정돼 임호가 출연할 예정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지만, 만화 매체보다는 표현의 한계가 다소 제한된 드라마 시리즈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 유괴사건의 잦은 발생으로 인해, 누리꾼의 심기도 상당히 예민한 현실이다.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 홍구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 홍구 ⓒ 삼양출판사
다만, 여기서 의문이 있다면, '홍구' 역을 맡은 이종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홍구'는 <키드갱>에서 가장 개성적이면서 화끈한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이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홍구'는 외모와 특유의 심각한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웃음부터가 매력만점.

이종수로서는 재현하기 상당히 어려운 캐릭터를 맡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홍구'의 매력을 재해석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구축된 이미지가 작품의 분위기 자체를 관통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그로서는 다소 맞지 않아 보인다는 한계를 이겨내고, 저 심각한 표정과 유머의 핵심을 그대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사실, 공중파 TV를 통해 더 많은 시청자들이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공중파 TV보다는 표현이 자유로운 케이블 TV가 더 현명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키드갱>이 다루는 유머는 그 폭도 다양하지만, 만화 장르를 이해하는 독자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을 '아이를 위한 어른 드라마'로 규정한 손창민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원작은 결말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캐릭터와 결말을 조금씩 재해석하겠다"는 조찬주 감독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다행히, 그는 스스로를 원작 만화의 열성팬이라고 밝혔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상화할 때 중요한 것은, 여러번 이야기하지만 '핵심'을 살리는 길이다. 이런 류의 작품에 대해, 누리꾼들이 흔히 말하는 "원작만 잘 살려준다면"은 바로 그 '핵심을 살리는 법'을 말한다.

조찬주 감독의 말대로 영상에서는 '철수'의 액션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특유의 불균형 유머는 잘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웃어버릴 수 있게, 하지만 결코 싼 티 나지 않게. <키드갱>의 독자로서 그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작은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키드갱#손창민#OCN#신영우#더블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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