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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쩡다리가 아름다워졌지요. 봄이라 새잎들이 가세해 훨씬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뻐쩡다리가 아름다워졌지요. 봄이라 새잎들이 가세해 훨씬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 이현숙

어때요? 정말 친절하지요
어때요? 정말 친절하지요 ⓒ 이현숙
갑자기 내 눈이 커졌지요. 왜냐하면요. 그 안내판이 CCTV 중간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뻐쩡 다리 마냥 아무 설명 없이 버티고 서 있었는데, 친절하게 '나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여기 서 있습니다'라고 자기의 임무를 설명하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문득 가슴이 뿌듯해졌습니다. 어설픈 시민기자였던 나, 새삼 그 힘을 느꼈습니다. 아울러 그래, 어설프고 미약하지만 이렇게라도 조금씩 세상을 바꿔갈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저절로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한 달 전쯤(4월 12일)입니다. 우리동네 CCTV에 관한 기사를 쓴 것이. 제가 기자가 아니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텐데. 집으로 돌아오다 우연히 시끄러운 소리를 접했고 카메라를 들고 내려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굉장히 요란한 소리였고 앞 집에 다니러 온 두 남자가 열심히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 뿐이라며 답답해했습니다. 급한 나머지 그럼 동사무소라도 가 보겠다며 달리던 중 소리가 그쳤고 겨우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나 궁금해진 나는 다음 날 동사무소를 찾았고, 동사무소에서는 자기들은 잘 모르니 광진경찰서에 문의해 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광진경찰서로 전화를 했지만 거기서도 바로 답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처음 전화를 받은 사람이 담당자에게 전화를 돌려주었고, 담당자는 내 설명을 듣고는 근래 150대의 CCTV를 설치했는데, 아마도 그 중 하나인 것 같다며 확실하게 확인해 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내 전화번호를 물었습니다.

30분 쯤 지나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에 새로 설치한 150대의 CCTV중 한 대라고. 그런데 그렇게 오래도록 울려도 자기들이 몰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은 중개실을 지키고 있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다고 아마도 기계에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렇다면 최소한 만일에 발생할지 모르는 기계의 오류나 또는 주민들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안내 표시는 돼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쪽에서도 공감을 했는지, 잘 알겠다고 시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무심코 한 달이 지났는데, 정말 이렇게 친절해진 CCTV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정말 가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새삼 시민기자로서의 사명감도 느끼고 정말 작은 일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문제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세상을 바꿔가는데 힘을 보태야 겠다고 말입니다.
#CCTV#민원#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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