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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것이 주인공입니다
이것이 주인공입니다 ⓒ 이현숙
외출에서 돌아오던 어제 정오경, 난데 없는 사이렌 소리에 동네가 흔들릴 정도로 시끄러웠습니다. 소리를 외면하고 집으로들어와 문을 꼭꼭 닫았지만 소리가 어찌나 요란하던지,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카메라를 들고 나갔습니다. 옆집에 들르러 온 사람들인지 낯선 남자 둘이 휴대폰을 꺼내 들고 연신 어딘가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관할이 아니라고 담당이 아니라는 말만 한다면서 쩔쩔맵니다.

보다못한 내가 그럼 동사무소가 가까우니 가서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동사무소를 향해 뛰었습니다. 그러나 중간쯤 가자 들리던 소리가 뚝 멈추었고, 나는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왜 그랬을까? 모두 궁금해했지만 소리가 멈췄다는 사실에만 안도하고 각자 돌아갔습니다. 그분들, 뒷모습만 좀 찍자고 해도 한사코 손사레. 저도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돌이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어느 날 들어선 그 물체. 그 물체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그렇게 시그럽게 굴다니,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또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호기심이 발동한 겁니다. 그렇지요. 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일인데, 시민기자라는 명함이 나를 한층 충동질 한 겁니다. 이럴 때 나서지 않으면 시민기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거 랍니다.

이런 것들이 위에서부터 붙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위에서부터 붙어 있습니다 ⓒ 이현숙

그들과 말을 종합해 봤을 때는 CCTV 라는 결론이 났는데, 광단자함이라는 건 무어며, 지압벨이라고 쓰인 건 무어며, 경찰서장이라고 쓰여 있고 연락처가 없는 건 무슨 심보인지.

그런데 어제 벨소리가 그치고 옆집 아주머니가 나오시면서 집에서 아저씨가 동사무소에 전화했다는 말이 생각나 오늘 동사무소로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광진구 노유 2동입니다. 동사무소에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면서 그럼 경찰서에 전화해 보라고 전화를 걸어 직접 확인까지 하면서 친절하게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경찰서로 전화를 했더니 이번에 새로 150대를 설치했는데 잘 모르니 자세히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30분 후, 정말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에 새로 설치한 CCTV 맞는데 아이들이 지나가다 장난으로 누르곤 해 가끔 그런다면서.

내가 '15분 정도 울렸는데, 방범용이면 여기에 울림과 동시에 그쪽에서도 알고 있어야 정상 아니냐고, 그래야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할 수 있지 않냐고 했더니' 자기들도 이해가 안간다면서 기계를 점검해 보겠다고 합니다.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런데 또 할 말이 있다며, 그런 걸 설치하면 당연히 연락전화번호가 있서야 유사시 연락할 수 있지 않냐고 연락전화번호 좀 기입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거기서도 꼭 시정하겠다고 약속했구요.'

cctv가 놓인 동네 풍경입니다
cctv가 놓인 동네 풍경입니다 ⓒ 이현숙


전화를 끊고 나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무슨 큰일이나 한 사람처럼. 그리고 동사무소나 경찰서나 한결 같이 친절해서 정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이제 관공서도 변했구나 실감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한 이 작은 일은 마땅히 해야 할 시민의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상관 없다고 그냥 지나치기 보다 함께 나서서 편리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참 큰일입니다. 그 말 많은 CCTV가 우리집 마당까지 쳐들어 왔다니, 여러분도 한 번 주위를 살펴 보십시요. CCTV가 어디까지 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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