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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일행들이 이용한 유람선
ⓒ 이승철
벧산에서 티베리아로 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지런하게 정리된 밭이며 대추야자나무가 무성한 농장들이 즐비하다. 나지막한 야산은 푸른 풀밭이 싱그러운 모습이고 어쩌다 바라보이는 마을들도 풍요로운 모습이다.

버스가 티베리아 시내로 진입하자 깔끔한 건물들과 함께 고대 유적지들도 눈길을 붙잡는다. 호반의 도시 티베리아는 고풍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도시였다. 길가의 야자수 나무들과 잘 가꾸어 놓은 꽃밭과 정원들도 멋진 모습이다.

"이 도시가 바로 유대인들의 경전인 탈무드가 완성된 도시입니다."

가이드 서 선생은 갈릴리 호수변의 온천 휴양도시인 티베리아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 도시는 서기 17년 헤롯왕의 아들 헤롯 안티파스가 건설한 도시다. 도시이름은 로마 황제 티베리아스의 이름을 따서 티베리아라고 지었다.

처음 이 도시가 세워진 후 유대인들은 이곳에 정착하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기 70년 예루살렘이 철저하게 파괴된 후에는 유대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하여 그들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의 중심 도시로 발전했다. 유대 지식인들이 이곳에 모여들었고 팔레스틴 탈무드(Palestinian Talmud)가 바로 이곳에서 완성되었다.

또 구약 율법에 대한 구전법을 집대성한 미슈나(Mishnah)가 서기 200년경에 완성되었다. 탈무드는 미슈나에 대한 논의와 해석을 총체적으로 집대성한 것으로 서기 5세기경에 완성되어 오늘날까지 유대인들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티베리아 선착장 가는 길
ⓒ 이승철

▲ 티베리아 고대유적
ⓒ 이승철
이 도시는 또 히브리어의 모음과 구두법에 문법을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 갈릴리 호수서안의 작은 휴양도시인 이곳 티베리아는 유대문화 보급의 중심적인 거점도시 역할을 수행한 곳으로 그들의 4대 성지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고대유적들은 그동안 수차례의 지진으로 많이 파괴되었지만 아직도 인근 햄머트에는 상당수가 남아 있다고 한다. 바닷가에는 지역 주민들 몇이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 호수가 바로 베드로 생선으로 유명한 호수가 아니던가.

선착장으로 나가자 미리 예약이 되어 있었던지 유람선 한 척이 우리들을 태울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이 모두 승선하자 배는 곧 닻을 올리고 출항했다. 마침 상당히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지만 별로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저기 좀 봐요? 우리 태극기잖아요."

정말 우리 태극기가 뱃머리의 깃대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배가 출항하자 선장은 곧 자기네 국기와 함께 우리 태극기를 게양한 것이다. 모두 그들의 장삿속이겠지만 머나먼 이국땅에서 우리 태극기가 게양되는 모습은 한순간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주변의 다른 일행들의 표정도 모두 숙연한 모습이다. 선상에서는 거칠게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기념예배와 성찬식이 베풀어졌다. 성가와 함께 애국가도 합창을 하며 모두들 감격에 겨워한다. 배는 바람 속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바람이 제법 거센 탓인지 호수에는 우리들이 탄 배외에 다른 배는 보이지 않았다.

▲ 호숫가 풍경
ⓒ 이승철

▲ 티베리아로 가는 버스 창밖의 풍경
ⓒ 이승철
"우와! 저 갈매기 떼 좀 봐! 이곳이 바다야. 호수야?"

배가 앞으로 나아가자 어디선가 수많은 갈매기 떼들이 몰려와 우리들이 탄 배를 에워싸듯 선화하기 시작했다. 마치 인천 강화도 외포리에서 석모도로 가는 뱃길의 갈매기 떼 같은 모습이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손님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몰려든 갈매기들에게 던져줄 먹이가 마땅한 것이 없었다. 이 갈매기 떼들도 분명히 새우깡을 던져주면 좋아할 텐데 새우깡을 가지고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갈매기는 대체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새들이다. 그런데 이곳은 바다가 아니라 호수가 아닌가. 성경에는 갈릴리바다라고 표기된 곳도 있지만 이곳은 분명히 바다가 아니고 호수인 것이다. 그런데 이 호수에는 바다처럼 많은 갈매기들이 살고 있었다.

"자! 즐거운 뱃놀인데 누가 노래 한곡 불러보세요?"

가이드가 주문을 했지만 노래할 사람이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그러자 가이드 서 선생이 먼저 노래 한곡을 부르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 호수로 가는 길가의 풍경
ⓒ 이승철

▲ 몰려든 갈매기 떼들
ⓒ 이승철
"갈릴리 푸른 물에 노젖는 베~드로, 흘러간 그 옛날의 주님을 싣~고 떠나간 그 배는 어디로 갔소~, 그리운 주님이여~, 그리운 주님이여~, 언제나 오시려나." 구성지게 부르는 노래솜씨가 가히 일품이다.

"어때요? 제 노래, 듣기에 괜찮습니까?"
"앵콜! 정말 멋진 노랜데요."


그런데 곡조가 어디선가 많이 듣던 곡이다. 바로 옛날 원로가수 김정구씨가 불렀던 '두만강 푸른 물에~' 바로 그 노래였다. 가사의 일부를 개사하여 부른 것이다. 장소가 갈릴리 호수여서 두만강을 갈리리 호수로 재치 있게 바꿔 부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갈매기~ 바다 위에 날지 말아요~ 연분홍 저고리에 눈물 젖~는데 저 멀리 수평선에 흰 돛대 하~나, 오늘도 아아아아~ 가신님은 아니오시나~. 쌍고~동 목이 메게 울지 말아요~. 굽도리 선창가에 안개 젖~는데, 저 멀리 가물가물 등댓불 하~나, 오늘도 아아아아~ 동백꽃만 물에 떠가네~" 누군가 역시 옛날가요 해조곡을 구성지게 불러 받아준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스라엘의 생명줄이라는 갈릴리 호수가 우리들의 옛날 가요무대가 된 것이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호숫가는 푸른 야자수 나무가 서 있는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들은 벌거벗은 사막의 산이어서 정말 대조적인 풍경으로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다.

▲ 갈매기들과 함께한 항해
ⓒ 이승철

▲ 갈릴리 호수 유람선에 게양된 태극기
ⓒ 이승철
이 갈릴리 호수는 지구의 중생대 백악기의 제3기 지각변동이 일어났을 때 요르단 계곡이 함몰한 결과로 생긴 커다란 호수다. 주변이 온통 사막의 산지로 둘러싸인 이 호수는 바람과 빛의 아름다움과 해변의 온화한 기후, 그리고 약효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온천이 있어서 옛날부터 휴양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호수는 남북 21km, 동서 12km로 둘레가 53km이며 가장 깊은 곳은 60m로 이스라엘의 젖줄일 뿐만 아니라 각종 어류가 풍부하여 환경보호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하절기에는 기분 좋은 미풍이 살랑살랑 불어오는가 하면 저녁 무렵에는 갑자기 거친 바람이 몰아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기후의 변화가 심한 호수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예수가 거칠게 미쳐 날뛰는 호수 가운데서 무서워 벌벌 떨며 구해줄 것을 청하는 제자들을 보고 바다에게 명령하여 잠잠하게 한 후 "왜 두려워하는가. 믿음이 약한 자여!"하고 책망하는 구절이 나오기도 하는 호수다.

"그럼 이 호수도 바다보다 낮은 지역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이 호수의 물이 요단강을 따라 사해로 흐르는데 그 흐름의 경사가 심한 편이 아니거든요."


멀리 헬몬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모여든 이 호수는 해저 212m로 이 호수의 물이 흘러가는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죽음의 바다 사해다.

▲ 호숫가의 갈대꽃
ⓒ 이승철
"그럼, 이 지역에 만약 우리나라처럼 집중호우라도 쏟아진다면 모두 물에 잠기고 말겠네요."

참으로 부질없는 질문이다. 지구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아직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어찌 일어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근래 지구의 기상이변이 너무 심하니 또 모를 일이긴 하다.

그러나 수천 년을 변함없이 맑은 물과 넉넉한 품으로 이 지역사람들에게 삶의 기반이 되어 온 갈릴리 호수는 그저 푸르고 아름다운 모습일 뿐이었다. 우리들은 한 시간여의 항해 끝에 게나사렛 지역에 무사히 도착하여 다음 일정을 계속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갈릴리 호수, #요르단 계곡, #티베리아, #유대인,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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