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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과 수능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고3들에게 논술에 대한 부담까지 지워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수능 이후로 미루자니 수시가 걸린다. 무엇보다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에서는 논술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데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논술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논술 수업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언어 영역의 비문학 지문으로 틈틈이 논술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비문학 지문은 대부분 완결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아이들에게 글의 흐름을 익히게 한다. 완결성이 없는 글도 좋은 논술 교재가 될 수 있다. 그 허점을 메워 보는 것으로 논리적 서술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언어 영역의 실력을 향상시킬 기를 수 있음은 물론 글의 짜임새도 자연스레 익힐 수 있어 논술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 논술에서 논거로 사용할 수 있는 배경 지식까지도 아울러 마련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비문학 지문의 문제를 풀고 난 뒤 이 지문을 이용하여 논제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제시한다. 논제는 지문의 내용을 비판하도록 하거나, 지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구체적 상황을 서술하도록 한다. 그리고 완결성이 없는 글은 완결지어 보도록 한다. 실제 그 과정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일탈 행위를 설명하기 위한 최초의 시도는 생물학적인 이론에 근거한 것이었다. 범죄자는 태어날 때부터 범죄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범죄자가 많은 가문과 위대한 인물이 많은 가문을 비교한 가족사 연구나, 범죄자의 범죄 성향을 특정한 유전 인자의 염색체 집합에 연결 지어 설명한 연구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생물학적 요소들이 일탈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그러한 요소들이 유전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이 이론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일탈이 사회 제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사회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연구자들이 있다. 로버트 머튼은 사회적 아노미의 개념을 발전시켜 일탈을 설명하였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규제하는 분명한 사회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을 때 방향을 잃고 불안을 느낀다는 아노미의 개념을, 개인이 받아들인 규범이 사회 현실과 갈등을 일으킬 때, 그 개인이 보이는 긴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변형발전시켰다.

그리고 일탈 행위는 개인이 받아들인 규범이 사회 현실과 갈등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고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면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를 실천하지만, 부는 특권층이 누리고 대다수 개인은 부를 축적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머튼은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것을 일탈의 주요 요인으로 보았다. 그러나 횡령, 탈세와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에서 보듯이 열망과 기회의 불일치를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만 한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에서 이 이론은 비판을 받는다.

시카고학파의 한 사람인 서덜랜드는 일탈을 차별적 결합이라는 개념과 연결 지어 설명했다. 사회에서 특정한 사회적 환경은 다른 환경과는 달리 불법적인 행동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 특정한 환경에 놓인 개인은 일탈적 규범을 가지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 결합하여 일탈 행위를 일삼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일탈을 학습된 것으로 본 점에서, 일탈과 범죄를 바라보는 현대 이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낙인 이론으로 일탈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켰을 때 문제아로 인식하는 낙인이 일탈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최초의 일탈 행위를 저지르게 되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일탈자로 낙인이 찍히게 되고,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될 때 제2의 일탈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낙인을 찍는 것이 실제로 일탈 행위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는지의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일탈은 다른 일탈자와의 교류, 새로운 범죄 기회의 학습과 같은 다른 많은 요소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일탈의 원인에 대한 설명은 각기 다르지만, 일탈을 사회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 행위로 여긴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규범을 따르지 않는 일탈 행위에는 제재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제재에는 순응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처럼 긍정적인 방식도 있고, 순응하지 않는 것에 대한 처벌처럼 부정적인 방식도 있다. 또한, 제재는 공식적일 수도 있고 비공식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공식적인 제재를 할 때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상대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비공식적인 제재를 할 때 일탈을 방지하는 훨씬 강력한 효과가 나타난다.

사회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사회의 지배적 규범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봉건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를 발전시키는 긍정적 일탈도 있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자유가 인정되는 사회일수록 폭력 관련 범죄율은 낮다. 따라서 인간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수의 가치에 순응하지 않는 개인이나 집단의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앤서니 기든스의 <범죄와 일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구자송 외, <언어영역 종합편>, 176-7쪽.(즐겨찾기, 2007)에서 가져옴)


위 지문은 서론 없이 바로 일탈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소개한 뒤 일탈을 부정적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다양한 가치관의 인정과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 개인이나 집단의 활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결론으로 삼았다. 아이들에게 서론을 써보게 한다. 어떻게 써야 하나?

아이들이 논술을 쓸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아마 서론 쓰기일 것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서론만 깔끔하게 쓴다면 한 편의 글은 거의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번에 <민족문화의 전통과 계승>에서 언급하였듯이 서론의 짜임은 '관심 유발 - 논제 제시(논제 접근) - 문제 제기' 순으로 짜면 된다.

관심 유발의 경우 낯선 용어가 있는 경우 그 용어를 풀이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용어풀이는 지문에서 가져오며 된다. 본론에서 일탈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였다. 왜 소개하였을까? 거기에 대한 답은 결론에 나와 있다. 일탈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문에서 제시된 논제는 일탈에 대하여 어떠한 시각을 가져야 하는 것이며, 이를 밝히기 위해 일탈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서론의 짜임은 '일탈 용어 풀이 - 일탈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어떠해야 하나 - 일탈에 대한 바른 시각을 가지기 위해 일탈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살펴보아야 한다'가 될 것이다. 아래 글은 학생이 쓴 서론이다.

인간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구성원들의 동의 아래 규범을 만들고 그 규범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이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규범을 따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러한 일탈 행동은 부정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을 사회적 문제아로 여긴다. 하지만 일탈 행위를 하는 모든 사람을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봐도 되는가? 이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 지금까지 제시된 일탈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부산국제외고 3학년 이지은)

위 글은 일탈에 대한 뜻 매김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규범에서 벗어난 행위를 일탈로 규정하면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이렇게 규범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행위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봐도 되는가를 논제로 제시하고, 이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 일탈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며 문제 제기를 하였다.

따라서 이글의 서론만 보아도 본론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은 일탈의 다양한 원인이 될 것이며, 결론에서는 서론에서 제기한 논제에 대한 답으로 일탈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가가 언급될 것이다. 지문에서 이 내용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으므로 서론의 기능을 제대로 한 글이다.

논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통합적 사고 능력과 논리적 서술 능력으로 기르는 데 있다. 이 두 능력이 결국에 창의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창의력은 순간적인 기발함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고민의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아르키메데우스의 부력의 원리 또한 이러한 고민의 결과에서 나온 것이지 순간적인 깨달음의 결과물은 아니다. 그러므로 창의력은 치열함이 따르는 사고력의 결과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논술의 시작은 논리적 서술 능력과 통합적 사고 능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서론 쓰기는 논리적 서술 능력을 기르는데 한 방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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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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