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논술의 틀 어떻게 짤 것인가

논술에서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첫 번째 부딪히는 걸림돌이다. 이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해 서론 쓰기, 본론 쓰기, 결론 쓰기를 익히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서론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본론에서는 서론에서 제기한 문제를 주장과 근거를 들어 밝히고, 결론에서는 요약으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을 멀리 던지기 위해 45°로 던져야 함을 안다고 해서 실제 공을 멀리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떻게 자기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것일까? 논리적으로 잘 정돈된 글을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국어 교과서(하)에 논술 틀 짜기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이 하나 있다. 이기백의 <민족문화의 전통과 계승>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논술의 틀은 서론 - 본론 - 결론으로 짠다. 서론에서는 문제 제기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제시되어 있는 논제를 그대로 가져와 '~에 대해 알아보자'와 같이 곧바로 서술하려고 하니 참신성이 없어 보인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영화나 드라마에서 청혼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연애를 오랫동안 하다보면 서로에 대해 알 만큼 알게 된다. 저 사람이 바로 내 사람이라는 생각에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물론 상대방도 내가 결혼을 요구하면 들어주겠지만 확신은 할 수 없다. 그 결심은 단지 내 결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늘 가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불쑥 결혼하자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연인을 감동시킬만한 아주 멋진 청혼 계획을 세운다.

먼저 색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이 분위기는 상대방의 기분을 다른 날보다 더 좋도록 이끈다. "어, 왜 이런 곳에 나를 데려왔지"라고 생각할 때 분위기를 잡으며 슬그머니 꽃이나 반지를 준다. 그러면 상대방은 안다. 아, 이 사람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할지. 그러고 나서 청혼을 한다. 논술 서론 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논제를 바로 제시하는 것보다는 관심 유발 - 논제 제시(논제 접근) - 문제 제기로 짜면 된다.

그 다음은 간단하다. 본론은 제기된 논제에 대해 답을 하면 된다. 그 답이 바로 주장과 근거로 나타난다. 그런데 주장은 쉽지만 근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이 근거가 바로 논술의 생명이다.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을 먼저 주어진 지문에서 찾고 이를 넓혀 가도록 한다. 이때 수업 시간에 배웠던 여러 교과목과 연결시키거나 자기가 읽은 책을 근거로 들 수 있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결론은 논제에서 제기된 것에 대한 답을 간단하게 하고 미처 언급하지 못한 것에 대해, 혹은 자기주장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에 대해 설명을 덧붙여 주면 된다.

논술의 틀 짜기 실제

이기백의 <민족문화의 전통과 계승>을 가지고 이를 확인해 보자. 먼저 학생들에게 물음을 주고 답을 하게 한다.

◐ 서론에서 문제 제기는 어떻게 하고 있나

① 관심 유발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면?
☞ 문화라고 일컬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은 서양에서 받아들였다.

② 논제 제시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면?
☞ 민족 문화의 전통을 찾고 이를 계승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편협한 배타주의나 국수주의로 오인되기에 알맞다.

③ 문제 제기는 무엇인가?
☞ 논제(배타주의나 국수주의로 오인되어야 하는 것일까?)를 풀기 위해 전통이란 어떤 것이며, 또 그것이 어떻게 계승되어 왔는지를 살펴보자.

서론만 읽어도 이 글의 흐름을 대충 알 수 있다. 이어지는 본론은 두 개로 나누어지며 본론 1은 전통에 대한 뜻매김이 될 것이며, 본론 2는 전통이 어떻게 계승되어 왔는가를 밝히는 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밝힘을 통해 결론에서는 전통을 찾고 계승하자는 것이 국수주의나 배타주의인가, 아닌가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 본론에서 주장과 근거를 어떻게 펼치고 있나

* 본론 1 : 전통이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나?

① 전통을 뜻매김하기 위해 무엇을 근거로 삼았나?
☞ 박지원의 '열하일기' - 고문(古文)에 대한 반항,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민족 문화의 전통을 연암에게 찾으려 한다.

② 이러한 근거를 통해 전통을 어떻게 뜻매김하고 있나?
☞ 과거에서 이어온 것을 객관화하고, 그 비판을 통해 현재 문화 창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인습과도 구별되며 단순한 유물과도 구별된다).

③ 민족 문화의 전통으로 여기는 또 다른 예시는?
☞ 신라의 향가, 고려의 가요, 조선 시대의 사설시조, 백자, 풍속화.

④ 이 글의 전개 특징은?
☞ 구체적 근거(박지원의 '열하일기')를 통하여 주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서 글의 흐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주장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전통이 무엇이다"라는 주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가져왔다. '열하일기'는 고문(古文)에 대해 반항을 하였는데도 오늘 민족 문학의 전통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박지원을 말한다. 따라서 전통은 과거에서 이어 온 것을 객관화하고, 그 비판을 통해 현재 문화 창조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것이라 뜻매김하기에 이른다.

* 본론 2 : 전통은 어떻게 계승되어 왔는가?

① 어떻게 이어져 왔나?
☞ 과거의 인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노력의 결정.

② 이에 해당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훈민정음 : 고루한 보수주의 유학자들에게 반기를 들고 한글창제(신라 통일).
☞ 원효의 불교 신앙 : 서학을 하지 않음, 여러 종파의 불교계의 인습에 항거하고 해동종을 열었다, 승려들이 귀족 중심의 불교에 만족할 때 민중 불교를 창시.
☞ 풍속화가들 : 화보 모방주의의 인습에 반기를 들고, 우리나라의 정취가 넘치는 자연을 묘사, 산수화나 인물화에 말라붙은 조선 시대의 서풍(書風)에 항거하여, 현실 생활에서 제재를 취한 풍속화를 그림.

③ 이 글의 전개 특징은?
☞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

본론 2는 본론 1과 달리 먼저 주장을 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들어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내린 전통의 뜻매김을 통해 전통이 어떻게 이어져왔는가를 말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로 훈민정음, 원효의 불교신앙, 풍속화가들의 그림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이 글의 본론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주장을 이끌어 내는 방법 두 가지이다. 구체적인 근거를 밑바탕으로 주장을 펼치는 방법과 주장을 먼저 제시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로써 뒷받침하는 것이다.

◐ 결론에서 마무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① 논제에 제시한 물음에 대한 답은?
☞ 민족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자는 것은 국수주의나 배타주의가 아니며, 오히려 왕성한 창조적 정신으로 선진 문화 섭취에 적극적일 것이다.

② 국수주의나 배타주의가 아니라는 답변을 하기 위해 선진 문화 섭취에 적극적이라고 말하고 보니까 조금 두렵다. 그래서 덧붙여 놓았다. 그 부분을 찾아보면?
☞ 민족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 단순한 과거를 묵수(墨守, 의견이나 생각, 옛날 습관 등을 굳게 지키는 것)하는 것이 아님과 마찬가지로 또 단순히 외래문화를 모방하는 것도 아니다.

논술의 틀을 내 것으로 만들기

논술의 틀을 익히기 위해 이 글을 서론 - 본론 - 결론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요약하여 보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서양의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문화 앞에서 민족문화의 전통을 찾고 이를 계승하고자 하면 국수주의나, 배타주의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민족문화의 전통을 계승하자는 것을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다. 그런 오해를 바로 잡으려면 민족문화의 전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계승되어 왔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전통이란 간단히 말해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것을 말한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모든 것을 전통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전통은 인습과는 달리 객관화와 비판 과정을 거쳐 계승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것만을 일컫는다. 이런 전통은 대개 그 사회 및 사회 구성원인 개인의 몸에 배어 있으면서 현재의 문화를 창조하는 데 이바지한다. 그리고 객관화와 비판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볼 때, 전통은 우리 자신이 찾아내고 창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전통에 관한 견해가 변하는 일도 적지 않다. 영정조 당시 고문을 본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낮게 평가되던 연암 박지원의 문학이 지금은 훌륭한 민족문화의 전통으로 생각되는 것이 그 한 예이다.

그리고 이렇게 계승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전통의 대부분은 연암의 문학과 같이 과거의 인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보수주의적 유학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창제되어 백성을 이롭게 한 세종대의 훈민정음, 불교계의 인습에 항거하고 민중을 위한 전도를 펼친 원효의 불교신앙, 화보모방주의의 인습에 반기를 들고 우리나라 특유의 정취를 담아낸 정선,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은 모두 창조 활동 속에 이어져 온 민족문화의 전통들이다.

이와 같이 민족문화의 전통은 창조적 정신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국수주의나 배타주의가 아니며, 선진문화 섭취에도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민족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창조하는 것이 단순한 과거의 것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듯 외래문화를 받아들일 때에도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데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것에 한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부산국제외고 3학년 김경연)


이 틀을 먼저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고 이를 변형하면서 자기의 생각을 여기에 담으면 논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익히기 위해 언어 영역 가운데 비문학 지문을 이용하면 된다. 서론과 본론만 있고 결론이 없는 지문이 있으면 결론을 써보거나, 서론 없이 바로 본론과 결론이 있는 지문이 나오면 서론을 써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습은 논술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인 논리적 서술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논술의 틀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으면 논리적 서술 능력은 해결된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온몸으로 하는 시골살이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