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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부 언론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월경' 가능성을 점친다. 손 전 지사 입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과 거리를 두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철새 접근금지'를 선언했지만 손 전 지사는 까마귀와 백로를 구분하자고 했다.

의원 연찬회에서 당 운영목표를 정권쟁취에 두기로 했지만 손 전 지사는 "집권 자체가 목표일 수 없다"고 초를 쳤다.

경계지점에 서 있다. 그래서 주목거리가 된다. 월경을 할지, 안전선 안으로 들어올지가 관심사다.

경계선에 선 손학규의 돌출언행

<한국일보>는 '양수겸장'이라고 했다. "보폭을 넓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당을 뛰어넘는 다른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양수겸장의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월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조선일보>가 전하는 내용도 같다. 손 전 지사 측에서 두 가지 말이 나온다고 했다. "손 전 지사가 먼저 한나라당을 뛰쳐나가는 일은 없다"는 말과, "손 전 지사의 뜻과 무관한 정계개편은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말이다.

손 전 지사가 이런 전략을 들고 나온 데에는 그만한 곡절이 있다.

하나는 확실하고 다른 하나는 불투명하다. 자신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은 거의 확실하고, 그렇다고 월경을 하자니 '저쪽' 사정이 너무 불투명하다.

그래서 어정쩡한 포즈를 취할 수밖에 없다. 동인은 있지만 보폭을 넓게 벌릴 수 없다.

하나는 없고 다른 하나는 풍부하다. '저쪽'으로 월경하면 실리를 챙길 수 있지만 그러자니 명분이 약하다.

그래서 '동시 패션'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 필요성을 부여잡자니 명분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아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손학규

이런 상태를 끝까지 유지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선택하는 건 너무 이르다. 시간은 조금 남아있다. 좋은 방향으로 조건을 최대한 숙성시킨 다음에 선택을 하는 게 낫다. 그래야 미련이 남지 않는다.

좋은 방향, 대선 후보가 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불투명한 요소가 걷히고 부족한 요소가 채워져야 한다.

불투명 요소는 경계 밖 '저쪽'의 상황이다. 사분오열에 지리멸렬을 면치 못하는 여권의 몸살이 가라앉아야 한다.

분명한 게 있다. '저쪽'의 상황이 정리되더라도 '제3지대'의 모습으로 정리돼야 한다. 현재의 여야 구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구도 아래서 '저쪽'이 재편돼야 한다. 그래야 부족한 명분을 보충하면서 '철새'가 아니라 '박씨 물고 온 제비'가 될 수 있다.

이러면 부족한 요소, 즉 명분이 완전히 보충되는 걸까? 그건 아니다.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내응'이 있어야 한다.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의 동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인적 처신'이 '노선의 조직화'로 미화될 수 있다.

쉽지 않다. 내응할 수 있는 의원(들)은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험보다는 안주에 가까운 성향을 보여 왔다.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손 전 지사의 당선 보증이 없는 터에 무턱대고 어깨동무할 리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단 한명이라도 정치적 상징효과가 큰 의원의 동조를 끌어내는 게 생산적이다. 원희룡 의원이 그 예다.

하지만 통제권 밖에 있다. 원 의원은 손 전 지사와 이념·노선을 같이 하면서도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독립 선언한 사람에게 세대원이 되라고 요구하는 꼴이다.

도박을 할 건가, 말 건가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저쪽'의 교통정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집이 어떻게 지어지는지를 봐야 세대원을 확보하든 말든 할 것이다.

따라서 결론은 이렇게 내려야 한다. 아무도 모른다. 손 전 지사의 최종 선택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손 전 지사 본인도 모를 것이다.

조건이 전혀 숙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을 하는 건 모험 축에도 들지 못한다. 차라리 도박에 가깝다. 그것도 목숨 걸고 방아쇠 당기는 러시안 룰렛과 같은 도박이다.
#한나라당 탈당#손학규#월경#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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