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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파래김무침 먹으며 향긋한 봄내음을 맡아보자
ⓒ 이종찬
옴마, 어지러바* 죽것다
아나, 이거 묵으모 금방 낫는다

옴마, 목구녕에서 문풍지 떠는 소리가 난다
아나, 담배 엔가이* 피우고 이거 묵으라

옴마, 속이 실실 아푼 기 헛구역질이 자꾸 올라온다
아나, 이거 묵음시로 술잔 그거 칵 던지뿌라

파랗고 까무잡잡한 이기 뭐꼬
우리한테는 흔해빠진 이기 보약이다

*어지러워
*웬만큼

- 이소리, '파래김' 모두


▲ 남해안 곳곳에서는 손발이 꽁꽁 얼어붙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파래김을 건지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더없이 바쁘다
ⓒ 이종찬
▲ 김은 바다의 바위에 붙어 자라지만 파래는 주로 얕은 바닷가 만물이 흘러드는 곳에서 많이 자란다
ⓒ 이종찬
지금 남해안 곳곳에서는 파래김 채취가 한창

파래김의 계절이 돌아왔다. 요즈음 따뜻한 남쪽 나라라 불리는 남해안 곳곳에서는 손발이 꽁꽁 얼어붙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파래김을 건지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더없이 바쁘다.

특히 남해안의 짙푸르고 티없이 맑은 바다에서 건져내는 파래김은 향긋한 봄맛이 나는데다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단백질까지 듬뿍 들어 있어 건강에도 아주 좋다.

@BRI@파래김은 늦가을부터 늦은 봄까지 남해안 바닷가 파도가 잔잔한 바위틈 고인 물속에서 자란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로 접어들 때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일까. 남해안의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아낙네들은 겨울철에서 이른 봄까지 바닷가에 나가 여기저기 엉겨있는 파래김을 손으로 설렁설렁 건져 올린다.

그렇다고 파래김이 아무 바닷가에나 흔히 널려 있는 것은 아니다. 김이 많이 나는 곳에 가지 않으면 제대로 된 파래김을 건질 수 없다. 왜냐하면 파래와 김은 사촌쯤 되지만 제각각 자라는 곳은 조금 다르다. 김은 바다의 바위에 붙어 자라지만 파래는 주로 얕은 바닷가 만물이 흘러드는 곳에서 많이 자라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의 남해안에는 김과 파래가 서로 뒤엉켜 자라는 곳이 참 많았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바다 곳곳에 김양식장이 널려 있어 파래와 김이 한데 어우러져 자라는 모습을 쉬이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런 까닭에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파래김은 김양식장에서 김과 엉겨 자란 파래를 건져 올린 것이 대부분이다.

▲ 겨울이 제철인 파래김무침
ⓒ 이종찬
▲ 파래김은 바다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파아란 파래와 바다의 고기라 불리는 거무잡잡한 김의 환상적인 만남으로 이루어진 바다 식물이다
ⓒ 이종찬
악성빈혈과 니코틴 제거에 뛰어난 바다의 보약 파래김

파래김은 바다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파아란 파래와 바다의 고기라 불리는 거무잡잡한 김의 환상적인 만남으로 이루어진 바다 식물이다. 더위에 약한 파래김은 그 어느 계절보다 추운 겨울철이 되어야 제맛이 난다. 특히 파래김은 파래와 김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향긋하면서도 고소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사람들이 겨울철에 즐겨 먹는 파래김은 단백질이 육고기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육지에서 자라는 식물이 가지고 있지 않은 '시아노코발라민'이라는 비타민B12와 '메칠메치오닌'과 비타민A까지 듬뿍 들어 있어, 악성빈혈과 담배, 공해로 인한 해독작용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

예로부터 한방에서는 파래김이 입 냄새를 없애주고, 피를 맑게 하는 것은 물론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 변비, 이뇨작용에 좋다며 약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게다가 파래김은 겨울철 잃어버린 식욕을 북돋워주고, 소화 흡수 또한 아주 잘 돼 여성들의 피부미용과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960년대 끝자락. 내가 초등학교 4∼5학년 겨울방학 무렵, 어머니께서는 바다에서 갓 건져낸 파래김을 물에 깨끗이 씻어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려 맛있는 파래김 무침을 만들기도 했고, 바싹 마른 파래김을 불에 살짝 구워 쌈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때 나는 그 파래김이 어찌나 맛있던지 쌀이 조금 섞인 보리밥을 두 그릇씩이나 비워냈다.

▲ 파래김은 파래와 김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향긋하면서도 고소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 이종찬
▲ 잔주름 제거와 간기능까지 좋게 한다는 겨울철 별미 파래김무침
ⓒ 이종찬
새콤달콤 혀끝에 착착 감기는 겨울철 별미 '파래김무침'

지난 15일(월) 오후 6시. 음식 솜씨 좋은 장모님께서 오랜만에 만들어주신 파래김무침. 잔주름 제거와 간 기능까지 좋게 한다는 겨울철 별미 파래김무침. 그날 먹었던 장모님표 파래김무침은 향긋한 봄 내음을 풍기면서 새콤달콤 혀끝에 착착 감겼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던 그 파래김무침 맛 그대로였다.

장모님표 파래김무침을 만드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말리지 않은 싱싱한 파래김을 물에 깨끗이 씻는다. 이때 엉긴 파래김 속에 자잘한 굴 껍질이나 모래알 같은 이물질이 들어있을 수도 있으므로 파래김을 물에 얇게 풀어 골고루 잘 씻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파래김무침을 맛나게 먹다가 이를 상할 수도 있다.

이어 파래김을 건진 뒤 물기를 꼭 짜놓은 뒤 무, 쪽파를 채 썰고, 마늘을 다진다. 그리고 그릇에 파래김과 채 썬 무, 쪽파, 다진 마늘, 식초, 간장, 고춧가루를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려 그릇에 담아 밥과 함께 식탁 위에 올리면 끝.

특별히 새콤달콤한 맛을 즐기고자 한다면 파래김무침에 식초를 몇 방울 더 떨어뜨리고, 설탕을 조금 넣으면 된다.

행여, 말리지 않은 싱싱한 파래김을 구할 수 없다면 꾸덕하게 마른 파래김을 사서 커다란 그릇에 물을 가득 붓고 파래김을 넣어 20∼30분쯤 두면 절로 풀린다.

그리고 파래김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먹고 싶을 때에는 조미 파래김을 사서 가루를 낸 뒤 꼬들꼬들하게 지은 밥에 버무려 한 입 크기로 만들면 된다.

▲ 엉긴 파래김 속에 자잘한 굴껍질이나 모래알 같은 이물질이 들어있을 수도 있으므로 파래김을 물에 얇게 풀어 골고루 잘 씻어야 한다
ⓒ 이종찬
▲ 오늘 저녁은 입맛 돋구는 겨울철 별미 파래김무침을 만들어보자
ⓒ 이종찬
'파래김무침' 속에서 어릴 때 깔깔거리던 동무들의 얼굴이...

"아빠! 이게 무슨 반찬이야?"
"파래김무침도 몰라?"
"파래김? 그런 것도 있어?"
"한번 먹어봐. 새콤달콤한 게 너희들 입맛에 꼭 맞을 거야."
"....."

"맛이 어때?"
"먹을만 해. 근데 이걸 어떻게 만들어?"
"바다에서 금방 건진 파래김에 양념만 버무리면 돼."
"맛이 참 희한해."
"그으래. 이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음식이야. 그리고 이걸 많이 먹어야 탤런트처럼 예뻐지는 거야."


그날 저녁, 큰딸 푸름이(16)와 작은딸 빛나(14)는 파래김무침을 제법 잘 먹었다. 나 또한 오랜만에 향긋한 봄 내음을 물씬 풍기는 새콤달콤한 파래김무침을 먹으며 어릴 때 추억 속에 퐁당 빠졌다.

파래기무침 속에서, 이 사이에 파래김이 낀 나를 바라보며 허리를 잡고 깔깔거리던 그때 그 동무들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래. 오늘 저녁은 입맛 돋구는 겨울철 별미 파래김무침을 만들어보자.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싱싱한 파래김무침을 먹으며, 어릴 때 추억도 쫓고, 이어지는 추위에 잃어버린 건강도 되찾고, 저만치 파래김 어장을 따라 천천히 다가오는 봄 내음에 흠뻑 젖어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 <미디어 다음>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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