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때 윤동주님의 '서시'를 읊조리면서 삶의 자세를 다지고 소월의 진달래꽃을 중얼거리며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정서와 한을 느껴보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랴.

처음 성년의 세계를 엿보던 설레임이나 첫사랑에 가슴 설레던 두근거림을 추억할 수 있는 아름답고 쉽게 읽히는 시집과 시낭송회가 더불어 열리는 공간을 소개한다.

신경림 시인의 소리내어 읽고 싶은 우리시

▲ 처음처럼
ⓒ 이명옥
겨울 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이 시집은 시를 소리 내어 읽으며 시적 감동을 향유할 수 있는 애송시들로 엮여졌다. 신시인은 시인이 평소 자주 암송하는 시를 중심으로 잘 외워지고 암송에 부담이 없으면서 감동적으로 읽히는 시를 편집했다고 서문에 밝혔다.

시인의 시적 감수성에 불을 붙여 주었던 이용악, 백석 시인을 비롯하여 최영미, 박나연, 박노해 시인에 이르기까지 시인 쉰명의 시를 통해 시인의 내적 감수성과 기호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분주한 일상을 접고 차 한잔 혹은 와인 한잔을 앞에 두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자신들의 애송시를 한편씩 낭송하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런지.

아무 페이지든 펼쳐진 곳에 눈길을 멈추고 나직한 목소리로, 또는 청중에게 아름다운 시 한편을 들려주는 기분으로 자신만의 감정을 담아 시를 읽어 가노라면 어느덧 시인의 정서와 맞닿아 낭송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게 되지 않을까?

소풍 끝내고 돌아간 천상의 시인 천상병

▲ 귀천
ⓒ 이명옥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I'll go back to heaven again
Hand in hand with the dew
that melts at a touch of the dawning day,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I'll go back to heaven again
With the dusk, together, just we two,
at a sign from a cloud after playing on the slopes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I'll go back to heaven again.
At the end of my outing to this beautiful world
I'll go back and say: It was beautiful.


너무도 잘 알려진 시 귀천은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한 미소를 지닌 천상병 시인의 주옥같은 시집 <귀천>에 실린 시이다.

인사동에 자리한 찻집 '귀천'은 천 시인의 부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손수 다린 대추차, 모과차, 등의 전통 차와 천시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인사동 나들이 길에 '귀천'에 들러 천시인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아름다운 추억의 샘 하나를 더하는 일일 것이다.

시와 음악이 있는 테마 까페 하이디 하우스 차홍렬 시인의 <언덕에 풀꽃에게>

▲ 언덕에 풀꽃에게
ⓒ 이명옥
별빛낚기
-차홍렬

별빛 낚으러
청산도에 왔다가
되려
별들이 던진 투망에
나도 청산도도
바다도
사로잡혀버렸네.


사비를 들여 조병화, 황금찬, 윤강로 이생진 시인의 시비를 세우고 전원에 예술인들의 문화공간을 만들어온 하이디 하우스 촌장 차홍렬 시인이 자연처럼 편안한 시집을 냈다.

조병화 시인이 살아있는 영혼의 집이라고 격찬했던 전원까페 하이디에서는 주말마다 클래식 음악과 시 낭송, 모닥불 앞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싱얼롱, 모닥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는 재미까지 어린이와 어른 모두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삶이 곧 시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서 삶이 멀어지고 생존이 자리했듯이 시가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순간만큼은 먼지 낀 삶의 갈피를 말끔하게 털어 내고 낭만이라는 이름의 시 한편을 곱게 채워 넣어도 좋으리라.

처음처럼 - 신경림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

신경림 엮음, 다산책방(2006)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