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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다 산골 마을로 들어오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우유를 받아먹을 수 없다. 아파트에선 현관문 열 필요도 없이 우유 투입구를 통해서 들어오나 여기선 읍내까지 나가야 살 수 있다. 그리고 신문을 구독할 수 없다. 또 인터넷도 할 수 없다.

@BRI@저 좋아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해도 막상 이런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그 불편함에 짜증나고 어떤 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는 한편 시골살이에 익숙해지면서 이런 불편함을 넘어서려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우유를 마시고 싶으면 매일 퇴근길에 사오면 된다. 그걸 냉장고에 넣었다가 아침에 마시면 배달되는 우유와 다를 게 뭐 있을까?

신문도 방법이 있다. 어차피 조간신문을 볼 수 없지만 직장에 가서 보면 되고, 퇴근길에 남들이 다 본 걸 갖고 오면 아내는 석간신문을 보는 셈이 된다.

인터넷은 해결 방법이 없다.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은 직장에 가 있는 시간 안에 해결하면 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직장에서야 대부분 일과 관련된 건설적인 면으로 이용했으나 전에 집에서 이용할 때면 그런 면보다 인터넷 고스톱 등의 오락에 더 시간을 허비했다. 이제 그 시간에 읽고 싶은 책과 듣고 싶은 음악과 벗하게 됐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 늘 차에 넣어두는 아이스박스와 플라스틱 대야(속에 든 건 장바구니와 쌀 포대). 아이스박스에는 과일 등을 상자째 살 때 옮겨 담고, 대야 등에는 재활용 가능하거나 묻거나 태울 수 있는 걸 넣어온다
ⓒ 정판수
그리고 불편함을 겪으면서 나름의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기도 한다. 전에는 물건을 살 때 별 생각 없이 슈퍼 등에서 주는 비닐봉투에 넣어왔는데, 이젠 반드시 장바구니 등의 가방을 꼭 들고 간다. 만약 갖고 가지 않았을 때라도 비닐봉지에 넣지 않고 그냥 손에 들고 오고. 이러니 폐비닐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또 과일 등을 상자째 살 경우에도 늘 차에 실어 둔 아이스박스를 이용한다. 거기 옮겨 담아오니 스티로폼 상자가 늘어나지 않게 되고. 폐비닐이나 스티로폼이 분해되는데 백 년이 더 지나야 한다는 걸 생각지 않더라도 보관할 필요가 없으니 좋다.

음식 찌꺼기도 마찬가지다. 도시 살 때는 아파트 경비실 앞에 있는 음식물 수거통에 넣어뒀다. 그러면 차가 와서 싣고 가고, 다시 땅 속에 묻히고. 그나마 제대로 묻히면 다행이나 어쩌면 침출수란 이름으로 튀어나와 다시 환경오염이 될지 모른다.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파리가 달라붙을 종류면 바로 밭에 갖다 묻고, 그렇지 않으면 땅 위에 며칠 놓아 둔 뒤 마르면 묻는다. 그러면 훌륭한 거름이 될 터. 채소 다듬고 남은 우거지나 남는 과일 껍질 등도 마찬가지다.

▲ 음식찌꺼기나 우거지 등은 바로 땅에 묻는 것보다 말린 뒤 묻는 게 부피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거름으로도 더 낫다
ⓒ 정판수
오늘 오전 볼일 있어 성당 갔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솔잎이 떨어져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대로 놔두면 보기도 싫고 비 오면 씻겨 바로 앞의 바다로 흘러갈 것이기에 잠시 생각하다가 차에 넣어 둔 플라스틱 대야를 꺼냈다.

담으니 가득 찼다. 놔뒀으면 쓰레기밖에 안 되었을 게 이제 우리 집에선 한 달 이상 불쏘시개 역할을 훌륭히 해낼 것이다. 하기사 불쏘시개로 갈비(솔잎 마른 걸 이 지방에서 일컫는 말)만한 게 또 있을까. 눈비가 와 땔감이 좀 젖더라도 갈비 때문에 불 붙이는데야 아무 걱정 없을 것이다.

▲ 오늘 오전 성당 마당에서 긁어온 갈비(마른 솔잎). 쓰레기가 될 뻔한 게 이제는 겨우내 우리 집 불쏘시개로 제 몫을 할 것이다
ⓒ 정판수
이렇게 가만 생각해보니 도시에 살 때보다 버리는 게 훨씬 적어졌다. 처리하기 곤란한 것은 가능한 갖고 오지 않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갖고 온 것들은 재활용하거나 거름 등으로 만들어 쓸 궁리를 하게 되고….

확실히 전보다 환경 보전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것도 시골살이에서 얻는 수확이 아닐까. 이렇게 불편함을 벗어나는 지혜를 늘 마음에 두고 살면 이 겨울 그리 춥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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