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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차 6자회담 본회담 시작을 하루 앞둔 12월 17일 회담장인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살수차가 청소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태경

6자회담 취재를 위해 지난 16일 베이징에 갔다가 23일 오후에 서울로 돌아왔다.

베이징에 있는 동안 계속 회담장 주변에 있었지만 북한과 미국의 여전한 대립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더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속내를 알기 어렵고 되레 미궁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BRI@되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경제의 급속한 발전이다. 2년3개월 만에 다시 방문한 베이징에서 엄청난 교통난에 시달렸다.

이전에 택시로 2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넘게 달려야 했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2~3년 전부터 베이징 시내의 차가 급속하게 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심각한 교통난은 기자에게는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의 상징으로 보였다. 마이카 족도 심심찮게 보였다. 한 예로 숙소였던 메리어트 호텔 인근, 한 학교 부근에 가보니 하교 시간에 자가용을 몰고 자녀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꽤나 보였다.

4년째 베이징에서 사업중인 이아무개씨는 "우리 회사 중국인 직원 가운데 월급 1만위안(한국돈 126만원 정도) 정도만 돼도 자가용을 마련한다"고 전했다.

기자가 처음 중국에 간 것은 지난 1993년 가을이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지 14년이나 된 때였지만 당시 베이징은 황량했다. 서울의 1970년대 초반수준이었다. 시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 한국의 1950~60년대 수준이었다.

중국은 해마다 연 10% 정도의 고도 성장을 한다. 7.2년마다 중국의 GDP가 2배가 된다. 한국은 1997년 1인당 GDP가 1만달러에 들어섰지만 10년이 다되도록 아직도 2만달러에 이르지 못했다. 그나마 2만달러 부근에 접근한 이유도 달러 약세 때문 아닌가?

"내가 중국에 1993년 처음 왔는데 한 10년간 한국사람이 큰 소리를 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정말 이제는 한국 사람 돈 가지고 명함 내밀 수 없다"고 말하는 한 인사의 말이 절절했다.

한국과 중국은 경제성장 과정을 보면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한 예로 한국이 1961년 경제개발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지 28년째인 1988년 서울 올림픽을 했다. 중국이 1979년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본격 경제 건설에 착수한 지 29년째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연다.

6자회담 무용론을 반가워할 사람은 김정일

6자회담을 얘기한다면서 중국 얘기만 했다. 중국 얘기를 하는 까닭은 기사의 뒤에 나온다.

아무튼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면서 서울로 돌아왔는데 미국과 일본 쪽에서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온다. 북한이 핵 포기를 할 의사가 없는데 되레 그들에게 시간만 줬다는 것이다. 형식상 이번 6자회담은 겉으로만 6개국이 모였지 사실 북한과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협상이 제일 주목을 받았다. 사실상 양자 회담이었다. 북한은 일본과 전혀 만나지도 않았다.

물론 현재의 6자회담 무용론은 북한과의 협상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압박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과 일본 쪽에서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오는 것은 스스로 착시를 한 결과다. 6자회담은 사실 미국과 일본의 요구로 시작됐다. 북한은 애초 6자회담을 거부하고 북미 양자회담만을 요구했다. 미국이 북미 양자대화를 거부하고 중국을 통해 압력을 넣으니까 북한은 억지로 6자회담장에 끌려나온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양자협상을 할 경우 그들을 대등한 협상 상대로 인정하는 꼴이다. 6자회담장에서 1(북한) 대 5(나머지 5개국)의 구도로 만들어 북한을 고립시키려 했다. 말(북한)을 강가로 끌고나오기는 했는데 물까지 억지로 마시지는 못하게 한 것이 지금까지의 6자회담이다.

이번 6자회담도 북한이 안 나오겠다고 한 것을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이 평양에 가고 난리법석을 편 끝에 겨우 이뤄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6자회담이 폐기된다면 제일 좋아할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회담장 주변에는 미국 쪽 제안만 나돈다

▲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된 북핵 6자회담 본회의에서 하고 김계관 북한 측 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단들이 중국 우다웨이 수석대표의 연설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또 하나의 착시는 북한과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제안을 했는가다.

워낙 여러 소문이 나돌고 각국 언론의 진실과 추측이 혼합된 기사가 넘쳐서 양국의 정확한 제안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것은 크게 미국 쪽에서 흘린 또는 미국 입장에서 나온 것이 있고 북한 입장에서 나온 것이 있다.

그러나 북한 대표단이 기자들을 거의 접촉하지 않는데다 회담소식을 전하는 북한 쪽 매체라고는 일본 도쿄에 본사가 있는 조총련계 <조선신보> 한 곳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 근거를 둔 관측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한국 쪽 회담 관계자는 "미국은 나름대로 생각할 때 파격적이고 포괄적인 제안을 가지고 나왔는데 북한으로부터 기대하는 반응을 얻지 못해서 실망했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22일 오전 "전혀 어떤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항상 전제조건이 바뀐다"며 "북한이 문제를 제기할 때는 하루는 금융 문제였다가 또 다른 날은 자기네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이 핵 폐기를 할 경우 문서로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는 나중에 조총련계 <조선신보>의 보도를 보면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런 발언을 보면 미국은 진지하게 회담에 임했는데 북한의 불성실한 자세 때문에 회담이 결렬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항상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언론에 나오던 말이다.

언뜻 보면 모순된 김 부상의 발언

이에 비해 북한의 입장을 가장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22일 밤 기자회견이다. 중국 우다웨이 수석대표의 의장성명이 나온 뒤 연 기자회견에서 김 부상의 핵심 발언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제재 해제에 대한 행동적 조치 없이 우리의 핵시설 가동중단과 검증을 요구했다. 우리는 이에 반대하고 우리의 제안을 돌아가서 깊이 연구해 보라고 했다."

"미국은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다음에 거기에 배치되게 가동시킨 금융제재를 해제하는 대신에 우리 핵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렇게 설정될 수가 없다. 금융제재 해제 대 9.19 공동성명 이행의 첫단계 조치, 이렇게 도식이 붙지 않는다. 바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의 핵 활동 중단과 포기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해야할 바가 또 따로 있다."

"이번에 보면 미국이 아직은 제재를 해제할 결심을 내리지 못했고 따라서 적대시 정책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뜻보면 김 부상의 발언은 모순된다.

앞에서는 미국이 금융제재 해제없이 먼저 북한의 핵시설 가동중단과 검증을 요구했다고 하고, 뒤에서는 금융제재를 해제하는 대신 북한의 핵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추정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은 '조건이 갖춰지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은 여러번 보였다.

상대방 제안에 대한 계산이 틀렸다

미국은 북한이 핵활동 중단을 먼저 할 경우 금융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핵활동 중단에는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이나 IAEA의 사찰 수용 등 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핵 폐기 조치를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담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영변원자로 가동중단이나 IAEA의 핵 사찰 수용 정도는 가장 북한이 타격을 입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는 조치"라며 "그러나 북한은 이 정도 수준에서도 미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값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북한은 김 부상의 말대로 금융제재 해제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융제재가 해제되어야 6자회담에 참석해 핵폐기에 대해 논의할 수 있으며, 북한의 핵폐기 초기 단계를 취하면 미국이 이에대해 값을 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영변원자로 가동중단이나 IAEA 사찰 수용 등 북한이 별로 타격을 입지 않는 조치를 취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대단히 많은 대가를 받으려고 했을 것이다.

결국 북미는 서로 상대방에게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했고, 무엇보다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대가로 자신이 주는 값을 계산하는데 서로 기대치가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서로의 기대치가 너무 달랐다

▲ 제5차 2단계 6자회담 본회의를 하루 앞둔 17일 베이징시 차오양취 르탄베이루에 자리잡고 있는 북한 대사관의 모습.
ⓒ 오마이뉴스 김태경
단 이번 회담의 의미를 굳이 찾아내라면 북한과 미국이 아주 약간 타협한 면이 보였다는 점이다.

이번 회담이 열린 것 자체가 북미가 한발짝 물러난 결과다. 북한은 금융제재 해제 없이는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금융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BDA 관련 회담을 하기위해 6자회담에 나왔다.

미국은 이전에 BDA 문제는 국내법에 따른 당연한 법 집행일 뿐으로 북한의 핵폐기를 논의하는 6자회담과는 별개라도 주장해왔다. 그러나 6자회담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북한과 BDA 협상을 베이징에서 개최함으로써 이전의 입장에서 변화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22일 밤 기자회견도 주목을 끈다. 이전 북한의 '깜짝쇼'식 기자회견으로 악명이 높았다. 밤 중에 그것도 시간을 얼마 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기자회견을 연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성명서 한 장 읽고 들어가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 부상은 영어 순차통역까지 동원해가면서 꽤나 차분하고 진지하게 기자회견을 했다. 그리고 뜻밖의 질문을 4개나 받았다. 김 부상은 "여러 기자선생들이 날씨도 추운데 회담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느라 수고 많았다"는 인사말까지 했다.

이제 맨 앞에 시작했던 중국 얘기로 돌아갈까 한다.

베이징에 10년 째 살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 K와의 술자리에 나온 말이다. 그는 물론 경제계 인사인 만큼 6자회담은 잘 모른다. 그러나 사업상 중국 관료들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자꾸 북한 포기한다는 말이 나오는데…글쎄 그럴까요? 북핵실험이든 뭐든 북핵 위기가 과연 중국한테 마냥 나쁘기만 할 것일 까요? 내가 보는 중국인 성향으로 볼 때 북핵 위기는 그들한테 기회일 수 있습니다. 동북아 핵심국가들을 다 베이징에 불러모아 의장 노릇하면서 챙기는 이익이 얼마나 큰데요"

전문가의 말로 아니고 접하는 중국 인사들도 6자회담 핵심인물들로 아니니 참고만 할 말이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 숙소인 댜오위타에 방을 내주고 제반 경비를 댔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의사봉을 휘두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금전적인 손해는 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같지도 않다. 6자회담에 간 한국 취재진은 60명, 일본은 200명이다. 이들이 8일동안 개별적으로 쓰는 경비, 5성급 호텔에 수백평 규모의 프레스룸 유지 비용 등 상당한 돈이 중국에 흘러들어간다.

이들이 쓰는 기사는 항상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6자회담~'으로 시작된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외교적으로 엄청나게 크고 있다. 경제 성장의 중요한 절정은 베이징 올림픽이 될 것이며, 외교적 성장의 중요한 계기는 6자회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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