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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변화중이다. 학생도 변화중이다. 교사도 역시 변화중이다. 이러한 변화가 진보든 퇴보든 분명 변하고 있다. 학교나 교사에 비해 학생의 변화가 빠르고 역동적이다. 그렇지만 이 변화를 바람직한 변화로 보는 사람도 있고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차이가 학교에서 세대간 갈등을 일으키고 공교육을 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와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 공교육을 약화시키는 중대한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학교교육(공교육)의 약화는 사회의 학력자본과 학벌지상주의에 의한 서열구조를 중요시하는 사회의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그릇된 사회의식은 학교교육의 비정상성을 확대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공교육의 정상화를 주장하면서도 내 자식에게는 어쩔 수 없이 학부모의 입장으로 돌아가 버리는 학부모의 학교교육에 대한 이중성이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을 약화시킨다. 이런 사회의식과 학부모의 이중성 때문에 사교육은 계급구조와 계층구조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부의 대물림처럼 교육의 대물림현상이 뚜렷해지고, 사교육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대간 갈등, 공교육 위기에도 영향

학교현장에서 요즈음처럼 세대간의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학생과 교사 간에 세대차의 갈등은 상당히 크다. 그리고 교사 상호간에도 세대간의 사고의 차이에 의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세대간의 갈등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공교육 위기에 상당히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많은 교사들과 교육학자들이 말하고 있다.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아도 이런 세대간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다. 아이들의 자기표현 방식은 직선적이고 대담하다. 이들의 주장은 현실적이고 현재적이기도 하다. 우리 세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주장을 들어보자.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답답해져요. 선생님이 가지고 계시는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을 강요하는 경향이 많아요. 예를 들면 교복이나 머리스타일에 대한 선생님들의 제재나 처벌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많아요. 우리들은 머리스타일이나 교복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바로 우리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고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요."

지금 모든 학교에서 교복과 머리모양 때문에 학생과 학교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아니 서로 의사소통 불능상태에 있다. 물론 70년대 80년대에도 갈등은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금처럼 개방적이거나 풍요롭지 않아서 자신의 표현에 인색한 경향이 뚜렷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전혀 다르다. 배고픔이나 욕망의 절제에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참는다는 것에 미학적 가치를 두지 않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세대에게 참을성과 절제된 행동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이런 이해의 차이가 교사와 학생, 학교와 학생 사이의 불신을 가져오고 상호간의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공교육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불신과 오해가 커지면 커질수록 학교의 역할을 작아지고 교사의 역할모델은 효용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교사의 역할모델이 절대적이었던 60~70년대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교사의 역할모델이 상당히 효력이 있었던 80년대와 비교해 보아도 지금은 현격한 차이가 난다.

학생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학생의 생활지도나 인성지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학생에 대한 한 교사의 푸념을 들어보면 학생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즈음 아이들을 이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미래의 삶이나 가치관에 대한 진지한 사색이 없어요. 우선 편하고 우선 즐거운 것만 추구를 합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우선 마음이 답답해져요. 서로에 대한 이해의 공유공간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나 환타지 소설을 보면 통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생활하는 것을 보면 울화통이 터져요. 휴지는 아무 곳에나 버리고 교실에 침을 뱉는 것은 예사입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고쳐지질 않아요. 자기가 할일은 하지 않으면서도 인권이나 권리는 곧잘 내세웁니다. 그러니 학생에 대한 믿음이 통 가질 않아요."

교사-학생 관계 악화→공교육 불신

이와 같은 의견이 학생에 대한 일반적인 교사들의 태도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을 이해하려는 교사의 노력과 이해공유의 공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교사들은 단체 활동이나 협동을 중요시하지만 학생들은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분명하다. 그러한 학생의 주장이 간혹 그르다할지라도 바꾸려는 태도나 의지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학교 교사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나 신뢰와 관련이 있지만 교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교사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고용의 안정성이 높기 때문일 뿐 교사에 대한 존경이나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학교의 역할이 자꾸만 줄어드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변화를 싫어하는 학교라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성향도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는 곧바로 공교육의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입시교육과 경쟁교육이 강화되면서 더 공고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학교교육(schooling)의 중요성이 약해지면서 원격교육(Tele-schooling)과 재택학교(home-schooling), 사이버학교(cyber schooling)가 교육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교육은 공교육을 대표해 왔다. 그렇지만 현재는 학교교육의 한계효용가치가 떨어지면서 다양한 교육의 형태가 더 많은 효용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사교육도 이런 과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교육이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번성하고 있지만 공교육 기능의 약화가 주요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교육이 번성했기 때문에 공교육이 약해진 것이 아니라 공교육이 약해졌기 때문에 사교육의 역할이 더 커진 것이다.

공교육이 정상화되었을 때는 사회의 계층간의 서열 구조가 공교육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공교육이 약해지면서 사교육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교육은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한겨레 21>에서 주장한 것처럼 "사교육은 인원이 제한된 그룹에 들어가려는 경쟁의 결과로 번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활성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공교육의 수준과 품질이 세계 최고를 자랑할 정도로 좋다 하더라도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그룹에 들어가려는 경쟁심은 공교육 이외의 '플러스 알파'를 찾게 돼 있다. '학원 공화국'은 교육정책 때문에 형성된 것도 아니고 교육정책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님을 인식하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한국의 서열·인맥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더불어 인내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정권이 자기 임기 내에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치면 그건 100%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는 안목이 대중적 상식이 되어야" 한다.

사교육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는 교육의 역할을 공교육으로 어느 정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사교육을 완전히 없애려면 계급서열구조에 대한 사회의식의 변화도 필요하고 기업이나 산업계가 학벌이나 학력보다는 능력위주의 인사정책을 펴야한다. 이와 같은 의식의 변화와 인식의 전환이 없이는 공교육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교사-학생, 학교-교사, 학교-사회, 의사소통 원활해야

결론적으로 말해서 교사와 학생, 학교와 교사, 학교와 사회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위해 교사와 학교가 인성교육과 생활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다양한 모둠활동과 봉사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 진정성을 간직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져야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 물론 의사소통의 관계복원은 학교와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가정에서도 학교와 교사의 걸 맞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학력이나 학벌에 의한 인간관계나 사회구조의 형성이 아니라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사회의 교육에 대한 의식의 변화와 교육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학부모나 사회의 교육에 대한 이중성이 사라져야 한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외치면서도 내 자식만은 예외로 취급하는 이중성이 공교육의 비정상성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벌이나 학력자본을 중시하는 사회가 입시교육과 경쟁교육을 초래하여 공교육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결국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교와 사회, 학부모가 다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익산 남성고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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